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아망 the Amant Jul 22. 2017

[L] 놓침 인생

기회는 반드시 의외의 순간에 온다. 그 자리에 서 있는 건 내 몫.


요즘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으로 핫하다. 광범위한 맵에 총 100명의 유저가 뛰어들어 서로 죽이고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게임. 간단한 룰임에도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높은 자유도 때문인지, 게임사에서 큰 통제를 걸지 않아도 유저 나름의 전략으로 인해 다양한 재미가 생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생각보다 운에 의지하는 경우가 크다. 랜덤으로 폭격이 떨어지는 레드존, 랜덤한 특정 구역으로 작아지는 맵 등 게임사는 높은 자유에 조그마한 변수를 끼워넣어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니까.

그런데 우리 인생은 운을 별볼일 없이 취급한다. 마키아 벨리는 운은 능력에 복종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고 힘 있는 자에게 운이 따른다는 말도 있으니까.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우리가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는가를 생각한다면 맞는 말일까? 한 날 한 시에 그곳에 서 있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사람을 애초에 알지 못했더라면 일어나지도 못했을 경험이 있다. 반대로, 운명의 장난으로 만나지 못한 경험이 있겠지. 그래서 어쩌면 놓친다는 건 얻은 것에 대한 대가일지도 모른다. 얻는 것이 많아질수록 잃는 것도 많으니.

오히려 놓쳤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가 행복한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 때 그 자리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해 둘걸, 선물 줄 때 편지도 같이 줄걸, 시간 될 때 마음을 고백할 걸. 이런 후회는 잃지 않았다면 할 수 없다. 무언갈 잃어버려야 할 수 있는 기억이라니. 아이러니한 슬픈 정서가 여기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살면서 꼭 무엇인가를 놓쳐야 하는 인생이라면 아찔하고 달콤하게 휙 넘겨 버리는 건 어떨까? 너무 지나쳐 달려왔다면 누굴 탓할 것도 없이 유턴하면 되지 뭐. 남은 인생은 기니까.


Editor. Yumeen.

작가의 이전글 Playlist: 혼자 사랑하는 사람들 I - 설레거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