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아가야
수술을 맡기면 고양이집사가 해야할 건 딱히 없다. 그저 수술이 잘 되기만을 기다릴 뿐. 동물병원에 따라 하루입원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문희처럼 마취만 깨면 데려가라고 하는 곳도 있다.
하루종일 마음을 졸이며 집청소를 했다. 내가 문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집을 깨끗하게 치워놓고, 깨끗한 밥, 깨끗한 물을 채워놓는 것. 청소를 마무리하고 밥을 먹은 뒤, 6~7시쯤 문희를 데리러(x) 모시러(o) 동물병원에 갔다.
병원의 차가운 냄새가 났다. 수술한 문희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듯했다. 배털이 깎여있고 소독약의 흔적이 잔뜩 뭍어있는 문희를 보자 죄책감이 먼저 들었다. 너무 작은 아이에게 큰 짐을 떠맡긴 것같아 안쓰럽기도 했다.
문희가 있던 케이지 문을 여니 내 뒤에 있는 의사선생님을 보고 문희는 끊임없이 하악질을 했다. 문희는 아무것도 모르고 병원에 왔는데 배를 찢고 난소를 적출 당했으니, 의사선생님이 미운 것이 당연했다. 의사선생님을 미워하는 모습을 보며 나까지 문희에게 미움받는 것은 아닐까 겁이 났다. 문희를 이렇게 아프게 해놓고 고작 사랑을 잃을까봐 겁 내는 내 모습이 참 비겁해보였다.
의사선생님이 평소처럼 안아주라는 말을 해서 양 앞발 겨드랑이에 손을 꽃았다. 낑낑낑- 문희는 바로 아픈 소리를 냈다. 눈물을 참느라 먼산을 보고 눈을 몇번 깜빡였다. 저항할 힘도 없는 문희를 케이지에 넣고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문희는 케이지에서 천천히 걸어나와 가장 겁먹었을때, 삐졌을 때 숨는 장소인 행거 아래로 들어갔다. 나는 그 옆에 잠시 누웠다. 문희에게 미안하다고 몇번쯤 얘기하다 혼자 안정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같아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책을 읽었다.
두세시간 뒤쯤, 목이 말랐는지 문희는 넥카라를 끼고 물을 마시러 나왔다. 넥카라를 끼고 부딪히며 걷는 모습이 불쌍하고 약간은 우스꽝스러웟다. 물을 다 마신 문희는 내 옆에 털썩하고 누웠다. 생각보다 빨리 용서를 받았다는 생각에 문희야 불러봤다.
끼우우우웅-끼우우우웅- 나를 탓하듯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미안하다, 얼른 낫자, 사람이 정말 나쁘다 그치, 이런 의미없는 말을 문희에게 쏟아냈다. 내가 평생 안고 갈 마음의 짐이지만 내 말을 문희가 알아들었으면 했다.
그날 문희는 참 많이 잤다. 수술 한 뒤 한 열시간 동안은 잘 먹지도 않았다. 앞으로 정말 잘해줘야지라는 생각을 수백번은 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