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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정하 Jun 23. 2023

서로 안 맞는데, 헤어져야죠?

가까운 사이의 풀 수 없는 갈등들

 결혼 4개월 신혼부부 갈등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난해 겨울 11월에 결혼해 4개월 살았으니 아직 신혼의 달달함을 만끽할 시간인데 결혼 첫 한 달 이후 크고 작은 싸움이 이어졌다고 한다. 결혼하자마자 임신한 상태인 아내는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내는 36세, 남편은 38세 늦은 나이 결혼이라 둘 다 혼자 사는 생활에 익숙해 있다 함께 살자니 결혼 한 달 지나고부터 사소한 다툼이 계속 이어졌다. 둘은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을 했으며 특히 양가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결혼 말이 나오자마자 식을 올리게 됐다고 한다. 서로에  잘 맞는지 겪어볼 시간 여유 없이 결혼과 함께 임신한 부부이다. "서로 정말 맞지 않으니 헤어져야겠죠? 한평생 이렇게 싸우면서 어떻게 살아요"한다. 태어날 아기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 "제가 혼자 키워야죠. 남편이랑 같이 살면서 싸우는 것보다 혼자가 편해요. 혼자 키울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부부싸움을 일으키는 갈등은 '해결할 수 있는 갈등'과 '해결할 수 없는 갈등' 둘로 나눈다. 해결할 수 있는 갈등은 특정한 상황과 일시적인 문제로 생기는 갈등을 말한다. 예를 들어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집안일을 혼자 해야 할 때 배우자에게 불만이 생긴다. 둘이 그 일이 어떤 상황에서 일어나는지 생각해 본 후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서로 입장을 이야기하고 서로 도울 방법을 찾으면 해결할 수 있다. 주로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갈등이 여기 속한다.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은 갈등 이면에 두 사람의 '근본적인 가치관'이나 '성향의 차이점'이 있어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갈등을 말한다. 해결할 수 없는 갈등으로 싸울 때 부부는 서로 상처받고 배우자에게 거절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근본적인 가치관과 성향의 차이점은 자신 고유의 생각이나 자신이 어떻게 바꿀 수 없는 본래의 성향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대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 요즘 세대 특히 젊은 세대는 자기 자신이라고 여겨지는 가치관, 고유의 성향은 양보해 맞추거나 타협점을 찾을 수 없다. 누가 누구에게 맞추고 살 수 있는 성질의 갈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훨씬 해결책이 쿨하다. 맞출 수 있는 것은 대화로 해결하지만 맞출 수 없는 일은 깨끗이 인정한다. 포기한다. 그래서 관계에 덜 연연해하는 것 같다. 함께 살면서 자신으로 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안다.


다음은 부부싸움을 일으키는 갈등 중 해결할 수 없는 항목들이다. 살펴보고 체크해 보기 바란다.

(  ) 깔끔함과 조직적인 면에서의 차이

- 한 사람은 깔끔한 반면 상대방은 청결에 별 관심이 없다.

(  ) 정서의 차이

- 한 사람은 감정 표현을 잘하는 반면 상대방은 표현을 잘 못한다. 또한 한 사람이 상대방보다 좀 더 감정을 파헤치며 의사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  ) 같이 있는 것과 떨어져 혼자 있기를 원하는 데 대한 차이

- 한 사람은 혼자 있기를 원하는 반면 상대방은 같이 있기를 원한다. 이는 자율성을 원하느냐, 아니면 상호의존성을 원하느냐 하는 차이점을 말한다.

(  ) 적절한 성생활 빈도에 대한 차이

- 한 사람은 상대방보다 더 자주 섹스하기를 원한다.

(  ) 성생활 스타일의 차이

- 두 사람이 성생활에 대한 가치관이나 기본적인 태도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친밀감, 즉 상대방을 좋아하는 감정이 있어야만 섹스를 할 수 있다.

(  ) 돈에 대한 태도의 차이

- 한 사람은 재정적인 면에서 좀 보수적이고 그래서 재정에 관해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인데, 상대방은 더 많은 돈을 쓰기를 원하고 당장 오늘을 풍요롭게 사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  ) 친척과의 관계에 대한 차이

- 한 사람은 친척으로부터 독립해 있기를 원하는 반면 상대방은 친척들과 가까이 지내기를 원한다.

(  )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의 차이

- 한 사람은 갈등을 터놓고 의논하기를 원하는 반면, 상대방은 갈등에 정면으로 부딪히기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되기를 바라므로 갈등회피를 선호한다.

(  ) 집안일에 대한 태도의 차이

- 한 사람은 가사의 부담을 부부가 균등하게 나누어 갖기를 원하는 반면 상대방은 전혀 그런 것을 원치 않는다.

(  ) 자녀의 양육과 훈련에 대한 차이

- 한 사람은 아이들 일에 좀 더 개입하기를 원하는 반면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

(  ) 시간의 정확성의 차이

- 한 사람은 늘 늦는 버릇이 있는데 상대방은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을 중요시한다.

(  ) 활동 정도 선호의 차이

- 한 사람은 활동적인 육체놀이를 선호하는 반면 상대방은 좀 더 정적이고 앉아서 시간 보내기를 원한다.

(  ) 인간지향성의 차이

- 한 사람은 외향적이고 수다스러운 반면, 상대방은 내향적이고 말수가 적다.

(  ) 영향력 갖기를 원하는 데 대한 차이

- 한 사람은 상대방보다 매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기가 더 지배적이기를 원한다.

(  ) 야심 그리고 일에 대한 중요성의 차이

- 한 사람이 상대방보다 훨씬 야심이 많고 일과 성공을 중요시한다.

(  ) 종교에 대한 차이

- 한 사람이 상대방보다 종교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  ) 약물이나 알코올(술)에 관한 차이

- 한 사람이 상대방보다 약물사용이나 술 마시는데 대한 허용범위가 넓다.

(  ) 독립성에 대한 차이

- 한 사람이 상대방보다 훨씬 독립에 대한 욕구 또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데 대한 욕구가 강하다.

(  ) 자극적 삶을 원하는 데 대한 차이

- 한 사람은 자극적이고 모험이 넘치는 삶을 원하는 반면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

(  ) 가치관의 차이

- 삶에서 무엇을 소중히 여기느냐에 관해 부부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출처(부부갈등 해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부부싸움을 일으키는 갈등 중 해결할 수 없는 차이에 대한 항목을 보면서 정말 '악'소리가 난다. 평생을 해결할 수 없는 차이를 놓고 싸우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사니 말이다. 어느 한 편에 맞추고 사는 것도 문제다. 갈등은 생기지 않겠지만 맞추고 사는 사람의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결혼 4개월 이혼을 생각하던 신혼부부는 결혼 후 싸우고 나면 혼자 시간을 가져야 감정이 풀리는 아내가 남편에게 집을 나가달라고 해서 아내 감정이 풀릴 때까지 남편이 회사에서 잠을 자면서 관계가 더 힘들어졌다. 남편도 이혼을 생각하면서 이 결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어쩌면 결혼 전 해야할 고민을 함께 살면서 한 셈이다. 둘 사이 갈등은 정서의 차이, 혼자 떨어져 있기를 원하는 데 대한 차이, 활동 정도 선호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 안 맞는데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겠나? 말할 수록 싸움이 되고 화해 하려다 다시 싸워 말을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한 관계가 된다.

 '둘이 이야기 하지 마라' 중재대화를 하기 전 이렇게 당부한다. 둘이 대화를 나누어서 평화롭게 해결되어 상대를 이해하고 오해를 푼 경험을 먼저 해야한다.  '중재대화'를 통해 일상의 사소한 차이에서 오는 상대에 대한 판단과 비난, 자신의 생각을 서로 솔직하게 털어놓도록 돕는다. 상대에 대한 원망과 비난이 섞인 말을 할 때는 '중재자'가 상대에게 그만큼 존중받기를 바라서 그렇게 말한다는 걸 대신 전한다. 싸우지 않고 부부가 각자 입장에서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는 과정에서 서로 오해와 상대에 대한 이해가 자연스럽게 된다. 누구한테 맞추거나 누가 참지 않는다. 다 말하게 한다. 그래야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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