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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가은 Dec 31. 2020

[2020연말정산]  노력형 덕업일치

커리어, 커뮤니티, 개인작업, 취미에 관하여


스물아홉 번째 겨울이 찾아왔다. 며칠 밤만 지나면 서른이라는 얘기다. 나이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30대가 오기 전에는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의 방향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여러 변화들을 온몸으로 부딪히는 2020년을 보냈다.


루틴한 일상에 굳이 틈을 만들고 새로운 것들을 열어볼 때에는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내가 벌인 일인데도 너무 바빠서 가끔은 짜증이 올라올 때도 있었지만 활기가 가득했던 계절들을 지나 겨울이 오니 어느새 내가 좋아하는 길로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팀을 이동하며,

광고캠페인 제작자로



팀을 옮겼다. 미디어 플래닝을 하던 직무에서 광고 캠페인 제작팀으로.

일을 시작한 지 5년째인데도 나는 퇴근하면 늘 갈증이 났다. 크리에이션을 하고 싶어서.

3년째 팀장님과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할 땐 대부분 이런 반응이었다.

"굳이 지금 잘하는 일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을까? 그런 건 취미로 해도 되잖아."


그래. 굳이 좋아하는 걸 꼭 업으로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갈증이 나는 부분을 취미로 해소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스타를 뒤적이다 23iii 영상 스튜디오를 발견하고 영상을 배웠다. 주말 아침마다 천호동에서 연희동까지 매주 가는 건 힘들었지만 이걸 할 때는 숨이 쉬어졌다.


실습 겸 만들어본 영상은 당연히 유튜브에 올렸고, 첫 번째 영상 조회수가 5만이 나왔다. 물론 난 미디어 플래닝을 했던 사람이니 당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구글 크레딧 운영에는 도가 튼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이용했다고 해도 좋은 성과였다. 뭐 어때 취미잖아. 하면서 두 번째 세 번째 영상을 올리자 광고문의가 쏟아졌다.


내가 만든 영상들의 스틸 것

어? 어어? 하면서 들어오는 기회들을 잡다 보니 이걸로 관광공사 콘텐츠를 만들러 상해를 가기도 하고, 부산에 가기도 하고, 건조기, 공기청정기, 식품, 악세사리 다양한 브랜드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어머니댁에 건조기나, 갖고 싶어 하셨던 메모리폼도 놓아드렸다. 유튜브 덕에 MBC 프로그램에 섭외되어 촬영도 나갔다.


근데 그다음엔?
너는 유튜버가 하고 싶은 거야? 제작자가 되고 싶은 거야?


구독자 수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계속 키워가기만 하면 계속 좋은 기회들은 연결될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난 '유튜브'만 하고 싶진 않았다. 나는 여전히 내가 배운 지식과 경험, 능력으로 도움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일과 일상에 관한 경험들을 영상으로 나눌 때는 유튜버가 되기도 할 거고, 글로 나눌 때는 작가가 되기도 하겠지만 내 삶이 '일'없이 '일상'만으로 채워지게 되는 건 아직 원치 않았다. (가끔 너무 일이 힘들 땐 다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기도 하지만..)


몇 개의 영상을 더 올린 후 내가 얻은 것은 '이런 일을 잘할 수 있다는 믿음' 같은 거였다. 확실히 나는 기획하고, 창작물을 만들고 제작하는 일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이라는 거. 그렇게 올해 여름, 회사에 '브랜디드 콘텐츠 팀'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서를 써서 대표님께 제안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캠페인 제작팀으로 이사를 왔다.


가능성을 좋게 봐준 회사에게, 새로운 결정을 응원해준 기존 팀 식구들에게, 갑자기 등장한 다른 팀 경력자를 손 잡아준 지금의 팀 멤버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하기만 한 해다. 이들에게 보답하는 건 어서 내가 더 좋은 인풋을 주는 것이겠지. 빨리 레벨 업을 해야겠다. 연말 연휴에는 동료가 나눠준 800개의 광고 영상을 다 보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아이데이션을...할ㄲ ㅓ다..ㅎ..

  

유튜브 콘텐츠 촬영 현장 스틸 컷


<2020 내가 참여했던 브랜드 캠페인 15여 개>

B사 B브랜드 신규 서비스 유튜브 캠페인

M사 M간식 브랜딩 미디어 캠페인

B사 친환경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캠페인 아이디어

S사 유튜브 금융 콘텐츠 기획 및 제작

Y사 한국 런칭 캠페인 아이디어 TF

H사 B브랜드 유튜브 채널 캠페인 아이디어 TF

D사 커피 브랜드 캠페인 아이디어 제안

M사 E간식 프로모션 아이디어 TF

W사 트렌드워크샵 영상 촬영& 편집

K사 추석 캠페인 아이디어 제안

H사 뉴 브랜딩 캠페인 비딩 제안

Y사 한글날 캠페인 아이디어

D사 선크림 캠페인 아이디어 제안

그 외 여성용품, 뷰티아이템, 금융서비스 아이디어 제안까지



여성 커리어 커뮤니티,

헤이조이스



직무에 관한 고민이 폭발하던 올해 초. 어떻게든 원하는 파트에 있는 분들의 조언이 필요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셜 살롱, 커뮤니티들이 많이 생겼지만 '커리어'에 집중해서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커뮤니티는 없었다. 그때 헤이조이스를 만났다. 사회 전반에 깔린 여성 커리어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을 배출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커리어 커뮤니티.


나는 이곳에서 jtbc 방송사 피디님을 비롯해서 유명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MC, 커리어 코칭 전문가들의 강연을 들으면서 내 직무에 대한 고민과 현장에 계신 다양한 분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꼭 커리어 관련된 클럽이 아니더라도 식단이나, 취미 관련 활동들도 아주 다양하게 있었다. 2020년 한 해 이 곳에서 많은 도움받으며 감사하게도 이곳에서 연사로도 2번이나 설 수 있었다. 건강한 자극제가 되는 사람들 속에서 계속 잘 성장하고 싶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계속.


<왼> 유튜버 에바님, <오> 문명특급 재재님



<헤이조이스 듣거나 연사로 참여한 클럽 15개>

크리에이터의 비밀노트 - 에바님

문명특급 프로그램 및 콘텐츠 기획 - 재재님

강점을 통해 알아보는 커리어 역량 - 희진님

콘텐츠 탐구생활 클럽 - 재원님

부자마인드 등극하기 - 건석님

글 쓰는 농장 - 혜나님

함께 시작하는 유튜브 클럽 - 나

잘 팔리는 ‘이야기’ 만들기 - 동은님

퍼스널 브랜딩 시작 - 율진님

ENFP취향분석 모임 - 새롬님

저탄고지 다이어터의 브런치 - 수현님

일하는 사람은 ‘기록’을 먹고 자란다 - 숭님

SNS로 퍼스널 브랜딩 시작하기 - 나.., 이서님, 새롬님, 하경님

그 외 여락이들, 슛뚜님 외부 강연 개인적으로 참석! 언젠간 연사로 헤조에서도 보고싶다.



콘텐츠 스토리텔링은 계속,

유튜브와 브런치로



"퇴근하고 뭐 해?"

나는 틈만 나면 주위 동료, 친구 가릴 것 없이 이런 질문을 했다. 퇴근하고 꼭 무언갈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 계속 무언가를 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새로운 팀으로 옮기면서 나는 퇴근 이후에 쉬기 바빠졌다. 당연히 새로운 업무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직무 자체가 아이데이션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파트이다 보니, 집에 돌아와 내 콘텐츠를 위해 새롭게 무언가를 창작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갈증 해소를 위해 늘 하는 게 기다려지던 시간이었는데 이제는 일의 연장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유튜브를 홀딩한 채 4개월이 지나버렸다.


하지만 무언가를 끊임없이 스토리텔링을 하고 콘텐츠화하는 건 내 업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어떻게 개인작업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올해 가을 회사 내 독립출판 클럽에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 써두었던 글을 다듬어서 브런치에 써볼까? 하며 9월부터 다시 시작했던 브런치. 정말 감사하게도 지금 연재하고 있는 <서울 독립기> 관련 글을 많이들 재밌어해 주셨다. 그 결과 단 7개의 글로 231명의 구독자와 5만의 조회수를 얻을 수 있었고 ㅍㅍㅅㅅ집필진까지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크리에이터'로 덕업일치를 이루는  삶을 비로소 살게 됐다.

회사에서는 브랜드 광고,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제작자가 되어가는 중이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겪은 삶을 주제로 영상과 글로 풀어내고 있으니까.


어서 다시 채널을 재정비해서 내가 겪은 배움, 일상.뭐가 됐던 내 스토리를 계속 콘텐츠로 발행하고 싶다. 그냥 난 그게 좋으니까.


ㅍㅍㅅㅅ에 올라간 내 글!


<2020 나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들 8개 발행>

유튜브

- MBC 촬영 브이로그 (https://www.youtube.com/watch?v=gu-OGMkx5P4)

- 불면증 환자의 나이트 루틴 (https://www.youtube.com/watch?v=LSIdFcKZYkQ)

- 수면 다원검사 브이로그 (https://www.youtube.com/watch?v=FXeIX5cmAT8)


브런치

- 서울 첫 하우스메이트 면접 이야기

- 쉐어하우스에서 안 싸우고 살아남기

- 결혼 혹은 하우스메이트

- 혼 삶이 좋으려면 공간이 좋아야 해

- 자취에도 잘 맞는 MBTI가 있나요?



1년간 꾸준히 댄스실로,

가요대전이 연말정산이 될 줄은



연말 시즌에는 가요대전, 마마 같은 가수들의 연말 특집 프로그램을 빼놓을 수 없다. 학생 때는 참 열광하면서 봤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심심해서 틀어놓는 연말 프로그램 정도가 되어버렸다.


근데, 소름 돋게 놀라운 걸 발견했다. 2020 가요대전에 나오는 곡의 대부분의 춤을 내가 알고 있었던 것.


2020 가요대전의 세븐틴


TV를 보는데 남편이 되려 왜 따라 추지 않냐고 물어왔다.

"어? 잇지? 이거 가은이가 추던 거잖아. 어? 세븐틴? 이거 엄청 연습했잖아"


나는 천성이 운동을 못하는 체질이라 요가원, 필라테스, 헬스를 다 다녀봤지만 실패했다.

마지막 선택지로 동네에 있는 댄스실을 등록하게 됐는데.. 글쎄 이게 내 체질에는 딱 맞았다.

한 클래스를 들을 때, 스트레칭 > 워밍업 댄스 > 발레 > 요가 > 근력운동 > KPOP댄스 루틴인데

이렇게 하면 운동도 되고, 한 해 동안 나온 대부분의 아이돌 곡을 커버할 수 있었다.


단순히 내 몸무게를 유지시켜주는 운동, 스트레스를 풀러 가는 곳, 친한 동네 친구들을 만나는 곳 만으로도 내게 너무 소중한 취미였는데, 연말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수들의 곡을 다 외우고 있다는 사실이

무언가 성취를 해 낸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가요대전을 보면서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푸핰.


게다가 회사에서 진행한 댄스 챌린지 캠페인에도 학원 쌤이랑 같이 참여할 수 있었다. 댄스실을 다니는 게 광고랑도 연결되다니, 역시 세상엔 땅에 떨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를 다시 느꼈다.


1년간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어댄 나를 칭찬하며

집에 와서 연습한다고 못난 춤을 관람해준 남편에게 감사하며..


2021에는?



새해 계획은 위에 나열한 4가지를 그냥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다.

더 일을 벌리지도 말고, 그렇다고 잠식하지 말고.

좋아하는 걸 계속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래도 바라는 게 있다면,

제작자로 꾸준히 실력을 키우기를

부단히 개인 콘텐츠를 발행하기를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함께하는 동료, 커뮤니티에 도움되는 사람이기를

가족과 주변 더 돌아보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 2020 회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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