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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iying Mar 17. 2024

#3. 산책의 기쁨 (feat. 월명호수)

석촌 호수 안 부러운 여기는 월명 호수


군산으로 이사 온 것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것 하나는 바로 우리 집 바로 뒤 10분 거리에 있는 월명산과 월명호수가 있다는 것이다.


원래도 자연에 대해 남들보다 더 격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웅장한 대자연을 보면 너무나 그 풍경에 빠져든다. 그런데! 우리 집 바로 뒤에 이런 예쁜 산과 호수가 있다니 너무 좋다. 숲세권, 스세권, 맥세권 여러 세 권이 있지만, 우리는 호(수)세권이구나!


우리가 이사 온 동네는 군산에서도 아파트 단지가 아닌 주택 단지이다. 군산 중에서도 유동인구가 적은 구도심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너무 조용한 거 아니야? 유배지 같아..'라는 생각도 들고 우울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 볼수록 오래된 동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편안하고 조용한 매력이 보인다.


월명산에 둘러싸인 월명호수는 크기도 크지만 주변 산 풍경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수도권에도 분명 호수가 있는 지역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아파트로 둘러 쌓여있거나 화려한 고층 쇼핑몰로 둘러싸여 있다. 깔끔하고 편리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은 덜하다. 월명호수는 산속에 묻혀있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취향 저격 호숫가 벤치


재택근무를 하면서 짬나는 시간에 월명호수에 가서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산책하는 시간은 너무나 큰 기쁨이자 해방감을 안겨준다. 산책은 의외로 많은 기능을 갖고 있다.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은 오히려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다. 복잡한 업무나 할 일들에서 벗어나 그냥 나 그대로 온전히 있을 수 있기에.


고요함은 무언가 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밀린 업무, 재테크 플랜, 이직 계획, 노후 대비 등 무언가 해야 하고 준비해야 하는 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게 한다.


그렇게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조급함을 내려놓으면,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원래 우리는 모두 지금 그대로도 괜찮지만, 조금 더 갖기 위해, 조금 더 올라가기 위해 실체 없는 누군가의 몰아치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남들의 기준이 아닌 나의 삶을 살아라'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고,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분초를 다투는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와 달리 모든 것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이곳에 있으니, 비교하지 않게 되고 의식하지 않게 되고, 그냥 내 속도로 나의 길을 가면 그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아직 겨울인 월명호수
갈 때마다 보이는 귀여운 오리



예전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책을 읽었었는데, 그 책에서 월든은 숲 속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실험을 하게 된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오직 자연과 교감하며 자유롭고 인간적인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된다는 내용인데,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책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숲 속에 들어간 이유는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생에서 꼭 알아야 할 일을 과연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기 위해서였다.”


월든이 이야기한 충만함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바쁘게 달려가는 게 미덕인 줄 알았는데, 바쁘게 산다고 해서 많이 이루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삶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고수의 삶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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