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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석찬 Aug 08. 2015

블로그는 나의 분신을 만나는 곳

2005년 12월 이글루에세이 인터뷰 中 

이 글은 이글루스 블로그 에세이 인터뷰 기사 내용입니다. 저의 블로그에 대한 생각을 편하게 적은 글입니다.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생각입니다. 이글루스 에세이가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제 블로그에도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제일 하기 싫어하던 숙제가 바로 일기 쓰기였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가지고 있는 일기장이 별로 없다.  매일 혹은 하루에 몇 개씩 글을 쓰는 블로거들을 보면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순진하게도 써 두었던 글들을 보관해 둬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 때 모 일간지 IT섹션의 온라인 사이트에 글을 쓰는 일을 한적이 있는데, 그 사이트가 폐쇄되면서 글들이 모두 날아갔다. 그래서  그때 썼던 글을 모아서 올려 두기 시작했다. 정말 그야말로 로그(log)인 셈이다. (내가 설치형 블로그를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이글루스 같이 전문 블로그 서비스가 있지만 2003년에는 블로그라고 해 봐야 기존 게시판에다가 트랙백과 RSS만을 제공하는 단순한 형태였다. 그런데, 내 홈페이지에 방명록에 안부나 남기는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써 뒀던 글에 관심을 가지고 세세한 부분을  이야기해주는 그런 사람들. 그들을 만나기 시작하니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나와 같은 관심을 가진 것을 알게 되고 비록 직접 만나지도 댓글을 달지도 않더라도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많이 살고 있구나 하는 그런 편안한 마음 말이다. 통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 듯이 그런 소통을 블로그라는 매체가 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정치 토론이나 무차별 댓글 놀이, 게시판에서 수다 푸는 일만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채팅방이나 미니 홈피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블로그는 나를 중심으로 나의 분신들을 엮어 내는 마력이 있다. 당신의 블로그를 찾아 들어오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바로 당신의 생각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내 블로그를 찾아 오는 사람들이 또 다른 곳에 있는 나의 분신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 중 일부는 직접 만나기도 하고 실제로 친해지기 까지 했다. 이제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게 됐기 때문에 더욱 좋다. 얼마 전에 지금까지 쓴 글에다가 태그(Tag)를 붙여 봤다. 그랬더니 한두 개 태그에 글이 집중되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주제의 글을 쓰다가 주제가 압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 스스로는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한 20년쯤 흐른 뒤에 내 관심사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또 나의 관심 블로거들이 어떤 생각을 겪어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런 이유에서도 나의 블로그를 찾고 열심히 트랙백을 던져 주는 또 다른 나의 분신들에게 감사한다.


그런 나의 분신들에게 미안한 점도 많다. 글 쓰는 주기도 일정치 않고 한번 생각나면 한번에 몰아 써 버리고, 뿐만 아니라 써 둔 것도 뒤늦게 공개하는 경우도 많다. 아직도 내 블로그 관리 도구에 가면 드래프트(Draft) 상태로 쓰다 남은(?) 글들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 중에는 왜 갑자기 글들이 늘어났는지 그것도 지난 글들 사이에 추가되는 지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 기회를 빌어  말씀드리자면 의무적인 글쓰기가 되지 않기 위한다는 변명을 드려야 할 듯싶다.


– 원문: http://blogessay.egloos.com/202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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