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류선영의 영화<연애담>
연애담은 신선한 영화다. 내가 무엇을 기대했는진 모르겠지만 내 기대와 전혀 다른 영화였다. 영화를 보기 전 퀴어 영화가 주는 장르가 나도 모르게 무언갈 기대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건 내 안에 있었던 편견일 지도 모른다. 레즈 커플은 뭔가 특별하고 어딘가 모르게 아련한 연애를 할 것이라는 나의 무식한 편견을 깨준, 바로 진짜 연애담을 다룬 영화 연애담.
모든 연애는 시소같다. 서로 똑같이 사랑하면 모든 갈등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항상 누군가가 더 사랑하고 더 아파한다. 영화 초반은 지수가 윤주에게 다가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찬 지수의 적극적인 태도에 언뜻 보면 윤주를 끌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소심해보이기도 하고. 강렬한 어조가 아닌 나긋한 목소리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그저 조곤조곤 말 할 뿐이다. 졸업작품때문에 힘든 일이 있어도 애인에게 투정부리지 않는다. 하지만 표현 욕구가 아예 없는 사람은 아니다. 가슴 속에 품었다가 지수에게 건낸 선물이 그녀의 내향적인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어쩌면 윤주의 캐릭터를 잘 표현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지수는 연애를 하면서 쓸데없이 용감해진다. 지수가 윤주에게 관심을 가졌던 그 마음보다 윤주가 지수를 사랑하는 마음에 더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사랑하는 사람을 잡기 위해서는 갑자기 초인적인 힘이 튀어나온다. 내가 얼마나 찌질하게 보일지, 내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계산따위 하지 않는다. 차가 끊겼다며 다짜고짜 집을 찾아가는 대범함을 보인다. 사랑이 의지만큼 풀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면 드러낼 수록 반대로 연애는 비참해진다. 결국 영화 후반부 윤주는 지수를 잠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연애의 시작과 소멸. 특별하거나 유난스러운 부분 없이 연애 이야기가 흘러가는 영화다.
그러나 마냥 평범하다고만 할 순 없는 부분이 있다. 영화 중간중간 동성애자를 고려하지 않는 이성애자적 시각이 가득한 발언은 굉장히 폭력적이다. "남자친구 있어?" "왜 남자친구 안 사귀니?" "결혼은 안해?" 아마 관객들의 마음을 찌른 대사들이 아닐까. 정희진의 책 <페미니즘의 도전>에는 작가가 자신의 비장애인 시각으로 말한 발언때문에 화가 난 장애인에게 사과하는 부분이 있다. "다음에 봐" '보다'라는 말이 시각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단어라는 걸 그 책에서 처음 깨달았다. 우리는 그렇게 일상 대화에서조차 소수자를 배재한다. 영화 연애담이 색달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도 모르게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정말 평범하고, 대신 보편적이라 생각했던 비동성애자 관객들이 자신의 관점이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다. 영화가 관객을 다른 곳으로 완벽히 인도했을 때 그만큼 영화는 힘을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연애담은 정말 특별한 영화다.
아 그런데 말인데요
처음엔 류선영이 눈에 띄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상희가 자꾸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