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긴기린 Jul 17. 2017

아이엠 베스트 드라이버! 영화 '택시운전사' 후기

감독 장훈 , 배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류준열 주연의 택시운전사

※스포일러가 일부 있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글쓰기 참 어려운 영화다. 자칫하면 신파극이 될 수 있는 서사를 능숙하게 해낸 송강호의 연기를 지적해야 할지, 평범한 일상을 바랐던 광주 시민과 택시운전사를 말해야 할지, 직업정신이 투철했던 위르겐 힌츠페터를 설명해야 할지. 날 난감하게 만드는 영화다. 고민 끝에 노트북을 켰다. 세 가지 다 글로 표현하고 싶지만 그건 지나친 욕심이고, 결국 하나를 골랐다. 영화가 광주 민주화 운동을 그리는 방식. 정말 무난한 주제인 것 같은데, 막상 이야기하자면 쉽게 글을 쓸 수 없는 주제다.


이 영화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처음 그 글귀를 읽었을 땐 '영화사에서 관객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건 아닌가? 왜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말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니 의도를 대충은 알 것 같다. 역사적 사건에서 영화는 영웅 서사를 그리거나 감동 코드에 집착한 나머지 모든 주인공을 흥분상태로 만들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과할 경우 관객을 좋은 소재가 순식간에 거북하게 느낀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기존의 오류를 답슴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다. 택시운전사 김만섭을 위대한 소시민으로, 기자 위르겐 한츠페터를 광주의 구원자로 표현하기보단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살고 있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당연한 일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세상.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시민들의 일상은 처참히 무너져 내린다. 영화 속 등장하는 처참한 학살 현장은 눈을 제대로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영화는 때로는 다큐멘터리처럼 때로는 한츠페터의 카메라를 빌려 당시 상황을 연출한다. 울부짖는 희생자 가족들, 무기력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사람들, 거리를 나섰던 수많은 시민들이 무자비하게 학살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 영화는 광주의 모습을 담을 땐 주인공 김만섭과 한츠페터보다는 당시 상황에 연출하는 데 집중했다.


보통 그런 장면을 연출할 때는 주인공의 감정을 극대화해서 긴박한 상황을 표현한다. 얼굴을 클로즈업하거나 웅장한 음악이 등장한다던지. 상황을 과장한다. 관객이 몰입도를 방해할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택시운전사'에는 그런 장면이 없이 당시 상황을 최대한 그리려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중간중간 신파적인 부분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한츠페터가 광주 택시운전사 집을 방문했을 때 장면, 김만섭과 투닥투닥 거리는 장면이 그렇게 느껴졌다.


"나의 친구, 김사복 씨를 찾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고 위르겐 힌츠페터의 영상이 자꾸 떠오른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그의 마지막 목소리가 유난히 슬펐다. 실제로 힌츠페터는 자신을 도운 택시운전사를 눈감는 순간까지 찾았다고 한다. 김만섭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고 '김사복'이라는 가명을 힌츠페터에게 남겼다. 우리도 찾고 싶다.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던 김사복 씨.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41200.html

<한겨레 21> 제1099호, 5·18의 증인, 눈을 감다, 2016.02.16


빨리 8월이 돼서 많은 사람들과 영화 '택시운전사'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http://www.hankookilbo.com/v/3781b0777199429b8c3aa004ee1df1fb


+ 추가

 5.18 당시 택시운전사로 활동했던 분들을 인터뷰한 기사가 있어서 추가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시함을 벗어던진 '박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