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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기린 Apr 06. 2019

죽음에 다가가는 영화, '강변호텔'


어느날 어떤 시인(기주봉)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들을 불러 그 이야기를 한다. 아들들은 의아해한다. 아버지는 아들들을 불러놓고 호텔에서 만난 여인들에게 더 관심을 쏟는다. 홍상수는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상황을 이질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같다가도 어느 순간 낯선 장면으로 바뀐다. 영화 '강변호텔'은 시인 아버지와 아들들의 만남, 시인과 두 여인들의 만남, 연인과 헤어진 여성과 또 다른 여성의 만남으로 구성돼 있다. 홍상수 영화가 늘 그렇듯 이들의 만남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영화에서 끝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건 시인이 묵고 있던 방이다. 시인은 자식들에게 자신의 방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방 번호까지 숨긴다. 카메라도 그의 방을 묘사하지 않는다. 중간중간 등장하긴 한다. 시인이 일어나 아들의 전화를 받는 첫 장면. 시인이 침대에 앉아 있던 어떤 장면. 마지막 장면. 이렇게 등장한다. 시인이 방에 있던 장면에서 카메라가 기주봉을 클로즈업한 걸보면 감독의 연출의도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인은 아들들에게도 끝까지 자신의 방과 모습을 계속 보여주지 않고 도망을 다닌다. 심지어 자신에게 친절을 배푼 호텔 주인도 만나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왜일까.

죽어가는 모습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것. 시인은 죽음을 감지한 순간부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졌던게 아닐까. 답답하면서도 적적한 말년을 드러나지 않는 그의 모습으로 유츄해볼 수 있다. 홍상수의 영화는 전보다 노골적으로 죽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는 대사와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대사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부터 홍상수의 관심이 삶과 죽음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민희와 송선미 역할도 좋았다. 김민희와 기주봉이 마주치는 장면은 별로 안 나온다. 하지만 서로의 지인에게 하는 말은 연결되어 있다. 전작보다 좋았던 점은 자기옹호가 상대적으로 덜 드러났다는 거.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에 드는 장면이 많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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