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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이 Nov 26. 2023

한 달에 한 번 수요일 아침

조울증 일기

나는 성격에 기복이 좀 있는 편이다. 별것 아닌 일에 혼자 히죽히죽 웃다가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고 우울해졌다가 몇 분 뒤 과도한 자신감에 도취된다. 그렇다. 나는 조울증 환자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라는 드라마에서 조울증은 낮은 자존감을 가리려고 가면을 쓰게 되고, 에너지가 넘쳐 말을 멈추지 않고, 화제 전환이 빠르고, 주의가 산만하며, 충동구매를 하고, 판단력이 떨어지고, 증상이 심할 때는 환각과 망상이 있다고 했다.


조울증 진단을 받은 지는 8년째로 정신병원 입원은 한국에서 2번, 일본에서 2번 해서 총 4번인데 현재는 증상이 많이 좋아져서 입원은 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수요일에 요츠야에 있는 병원에 가서 제일교포 선생님과 한국어로 5분에서 10분 정도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약을 처방받고 있다.


선생님은 그동안 잘 지냈는지, 잠은 잘 자는지 물어보시는데 언제나 나는 잠이 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선생님은 매일 산책을 하고, 많이 움직이면 자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씀하시고, 도움이 될만한 각종 프린트물을 건네주신다.


대표적인 정신과 약의 부작용으로는 식욕 증진, 식욕 부진, 무기력, 손 떨림, 수면장애, 감정 둔화, 변비, 기억력 저하 등이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 안타깝게도 식욕 증진과 무기력, 수면 장애와 기억력 저하가 왔다.


조울증 약을 처방받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20킬로가 넘게 찌고, 아무리 감량을 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일쑤였는데, 최근에 식욕을 돋우는 약을 없앤 것을 계기로 그동안 나 자신을 너무 방치했던 것 같아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 조절도 해서 10킬로를 감량해 유지 중이다.


말랐을 때의 내 모습은 내가 봐도 다른 사람 같고 이제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지지만 누가 뭐래도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고,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을 목표로 건강을 돌보기 위해 입맛을 다스리고, 욕구를 자제하며, 감정을 다스려야지.


어느 날처럼 한 달에 한 번 병원을 다녀오는 수요일 아침 문득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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