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순례자가 돠다. <까미노 바이러스 > 연작 - 1 화
샤르가 인터넷으로 iDTGV를 59.9유로에 예매해 줘서 파리에서 바욘까지 기차를 탈 수 있었다. 드디어 스페인의 산티아고까지 걸어가는 까미노의 출발을 시작한다.
명진 언니가 아침 일찍 차, 커피와 빵을 구워내고 먹었다. 언니는 늘 고마운 분이다.
언니는 내가 걱정이 되는지 언제든지 힘들면 파리로 돌아오라고 했다.
방송으로 기차가 출발함을 알린다. 창 밖엔 헤어짐을 나누는 어린 커플의 진한 키스가 있었다. 저러고 떠나면 따뜻하겠지만 또 얼마나 그리울까?
파리는 7년 전 처음 한국 밖으로 여행했던 곳이다.
그때의 파리는 그냥 감동이었다. 미술 책에서만 보던 그림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글에서 배운 불어가 사방에 흩날리며 들려오는 것도 좋았다. 외로움 빼고…
다시 찾은 파리는 익숙했다.
익숙함은 처음의 설렘과 감동을 덮는다. 내 마음의 삭막함이 이번 여행으로 뜨거운 무엇으로 변화되기를 바랐다. 아니면 어떤 소소한 마음의 어려움들을 이겨내는 강한 힘이 생겨나길 바랬다.
오전 8시 29분, 기차가 출발한다.
따뜻한 아침 햇살 아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프랑스 중부의 들판은 마음을 푸근하게 해 주었다. 듬성듬성 서 있는 가지가 넓은 나무와 평지에 노랗게 물든 밀밭이 아름다웠다. 기차의 스낵코너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셨다.
오전 11시 30분 보르도의 도착을 알린다.
프랑스의 보르도는 포도주가 유명하다. 7년 전 11개월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프랑스 할머니가 Toujour Bordeaux(뚜주흐 보르도!) 항상 보르도를 마시라고 했는데 그 멋진 보르도를 지나고 있다니!
보르도 지역은 꽤 커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