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순례자가 되다 -< 까미노 바이러스> 연작
오후 1시 35분 바욘에 도착했다.
아~! 이 아름다운 도시는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간 교회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불러냈다.
Cathédrale Sainte-Marie de Bayonne (바욘의 성모 마리아 성당 )은 원래 고딕 양식에서 1258~1450년 이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변모했다가 불에 타서 파괴되고 두 개의 큰 기둥이 19세기에 추가되었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이란다. 중세시대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주는 회랑을 거닐었다.
바욘의 아름다운 골목을 걸어 Cloister와 Chateau Vieux를 찾느라 이 아름다운 성당을 세 번이나 들르게 되어 좋았다.
중간에 빵 냄새가 너무 좋아 빵집에 들러가서 오리고기를 저며 넣은 바게트 샌드위치와 크로와상 그리고 아몬드를 얹은 머랭을 사들고 나왔다. 부자가 된 거 같았다.
그렇게 빵을 사들고 돌아 나오니 또 성모 마리아 성당이라 다시 또 들어갔다.
숙소로 돌아가면 다시 또 들르기가 어려울듯해 아쉬움에 다시 성당 안에 들어갔다.
눈물이 흘렀다.
이상하게 다양한 감정이 성당의 고요하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올라왔다. 내 안의 다양한 감정을 잊기 위해 나는 얼마나 잊고 싶은 것들로부터 망각의 그늘을 씌워왔던가? 모든 감정들에 무감하도록 나 자신을 밀어 넣었던 거다. 무감하면 덜 힘들 것 같았지만 닦아내도 어느새 돌아보면 생겨나는 습하고 어두운 곳의 곰팡이처럼 마음에 슬픔과 분노의 기억들이 어느새 올라오곤 했다.
바욘 사람들은 매우 친절했다.
지역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숙소를 소개해줬다. 유스호스텔은 겨울이라 닫았다. 그나마 저렴한 숙소도 알아봐 주고 예약도 잡아주었다. 그래서 난 바욘 역 앞에 Monte Carlo몬떼 까를로라는 호텔에 와있다. 1층에는 레스토랑도 있는데 멋진 커피를 대접한다. TV, WIFI, 개인 세면대, 공동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5번 방을 받았다. 내일은 오전 11시경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야 순례자 길을 시작하는 St. Jean de Pied de Port 생장 드 피에 드 뽀흐트에 도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