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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덕 Sep 05. 2018

론드리프로젝트에서 만난 사람들 #5

UCON, 의미있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론드리프로젝트에서 3년 넘게 함께 일해 온 런드리크루는 가끔 퇴근할때 집까지 뛰어서 가고 있다.

용산 해방촌에서 반포대교(잠수교)를 지나 그의 집 방배동까지 10km 가까운 거리를 뛰어 간다고 하니 몇번 하다가 포기할 줄 알았는데, 1년 넘게 추운 날에도, 더운 날에도 계속 뛰고 있고 런닝그룹과 함께 뛰기도 한단다.

밤 공기가 좋거니와 한강을 따라 런닝을 해 본 사람이면 그 상쾌함에 빠지는 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런닝멤버들과 함께 이번에 해방촌 주위 남산코스로 뛸 예정이니

론드리프로젝트에서 모이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게 어떤지 제안했다.

그렇게 하여 첫 개최 된 런드리프로젝트(Laundry project)에서 RUN-DRY Project!

   

직원이 손수 태블릿으로 그린 Run-dry project 포스터

행사가 개최되는 날까지도 

'런닝'이라는 행위에 대해 단순히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UCON을 만나고 나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자기가 뛴 만큼 기부하는 사회적인 의미도 찾는 런닝, 

UCON(U Can Change Our Next)


1km 달릴 때마다 400원 기부하는 ‘UCON’ U can Change Our Next, 사진-ucon 네이버카페
사진_대학내일

이번에 론드리프로젝트에서 더욱 특별했던 것은

평소에 잘 입지 않는 옷, 혹은 이제 더 이상 사이즈가 맞지 않아 입지 않는 옷, 수 많은 대회에서 받았던 의류 들을 모아 사단법인 '옷캔'에 기부하는 행사를 함께 한 것이다.

http://otcan.org/

런닝 전에 모여 기부 의류품들 모으는 중, 사진_UCON 네이버카페

토요일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해방촌 론드리프로젝트에 모였고,

예상보다 많은 의류들이 모여 팀원들의 기부하는 마음을 더욱 풍성히 느낄 수 있었다.

뛴 만큼 기부하는 의미로 시작 된 '런닝'이 의류기부와 함께 더욱 의미있는 런닝이 되었다.

   

UCON멤버들을 위한 음료 준비, 사진-UCON 네이버카페

런닝을 함께하는 팀원분들을 보면서 또한 런닝이 긍정적인 사회적 활동이라는 것도 엿볼 수 있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사람들 모두 굉장히 밝고 쾌활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해 보였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고 얘기나누는 모습이 진정으로 솔직하고 담백한 모습이었다. 

남산 한바퀴를 뛰고난 후 에어컨에서 더위를 식히는 중, 사진- 론드리프로젝트

토요일 오전 론드리프로젝트는 RUN-DRY Project에 참여한 UCON 멤버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런닝이 끝난 후 필요하신 분들은 세탁+건조를 돌리고 인근 해방촌 목욕탕으로 단체 목욕을 떠나기도 했다. 다음 론드리프로젝트에는 샤워실을 구비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른바 런드리+샤워프로젝트! 

남산 한바퀴 코스를 뛰고 난 후 UCON 팀원분들, 사진 - 론드리프로젝트

생각해보면 어느 지역이든 역사적인 마라톤대회도 많고, 기존의 '런닝'은 존재했지만 UCON의 런닝이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런닝복장도 멋있는 UCON 멤버들, 사진 - 론드리프로젝트

UCON은 단순히 런닝을 런닝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나의 뜀, 함께 뜀이 다른 의미로 재해석 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토요일 아침 에너지 가득한 UCON 멤버들 덕분에 좋은 에너지를 넘겨 받고 주말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런닝후기를 나누는 중, 사진

더불어 '런닝'이 지역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봤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는 '생존' 및 '효율'을 위해서 런닝을 했었다. 

어딘가에 1시간에 한번 지나가는 버스를 놓치지 않고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라든지

또는 요리 중 엄마의 심부름을 위해서 런닝을 했었다. 운동이라는게 따로 필요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10년 이상 올라와 살아가면서 제대로 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뛰기좋은 곳을 찾아가 뛰는 '런닝'이 익숙해지게 되었다. 

사람보단 차가 많으며 보행자가 항상 차를 조심해야하는 도시, 서울.

도시가 아닌 이런 풍경과 함께 뛰는건 어떨까, 사진 - 영화 '리틀포레스트' 제공

얼마전 시골로 내려가 보건소에서 일하는 간호사 친구가 시골마을의 삶의 적적함을 토로하길래

퇴근하고 논과 밭을 가르며 동네를 가볍게 런닝하면 어떻겠냐는 물음에 나에게 미쳤냐는 얘기를 들었지만 상상속에서는 너무 멋있는 라이프스타일로 그려진다.

(실제로 뛰다보면 하루살이나 모기 등을 코나 입으로 많이 먹게 될 것이지만.)

빌딩 숲 먼지와 자동차 신경 쓸 필요없이 온전히 자연과 함께 하는 런닝, 젊은 에너지로 지역 곳곳에 에너지를 주는 런닝을 상상해 본다.

끝나고 난 뒤에는 오늘 갓 딴 채소와 과일들로 함께 나눠먹는 건강한 밥상이나 음료와 함께라면 새로운 모습의 런닝, 그리고 지역의 새로운 변화를 주는 바람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런닝'을 같은 공감대요소로 하여 주기적으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콘텐츠다.

도시를 옮겨다니며 뛰어다니시는 톰크루즈 형님, 사진 - 영화 '미션임파서블 폴아웃' 제공

영화나 쇼프로그램에서는 런닝을 소재로 하여 도시와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우 톰크루즈는 영화 '미션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도시를 옮겨 열심히 뛰어다니며 도시의 매력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씬을 통해 도시가 가지는 매력을 자연스레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로케이션으로 선정받기 위해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유명한 영화에 지원 및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속도로 도시를 보여줄 것인가.

http://www.ob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6906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본 시리즈와 같은 첩보물은 주인공의 런닝 속도에 맞춰 도시를 보여준다. 걷는속도보다 더 많은 도시의 부분들을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드나잇인파리나 라라랜드는 걷는 사람의 속도에 맞춰 도시를 보여준다. 느린 속도인 만큼 도시의 많은 부분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특정 장소들을 집중해서 노출시켜 핵심 장소로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걷는 속도로 보여주는 파리 세느강변, 사진 - 영화 '미드나잇인파리' 제공


걷는 속도로 느끼는 LA의 구석구석, 사진- 영화 '라라랜드' 제공

걷는 속도의 영화인 경우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경향이 있다. 똑같이 걷는 속도로 영화의 스토리를 다시 느껴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전라북도 군산의 경우 멜로영화 거장 허진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으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문객의 발길이 끊기지 않고 있다. 특히 초원사진관의 경우 군산을 대표하는 기념품의 소재로 많이 사용될 정도로 스토리의 힘은 대단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배경 군산 초원사진관, 사진 - 연합뉴스제공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는 일본의 실제 장소를 배경을 실사와 가깝게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하여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지역의 공간에 실제로 찾아가보는 매니아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지역이 활성화되고 관광산업으로 연결이 되기도 한다.

좌 실제장소 우 애니메이션 장면, 자료제공- http://bottlesushi1.tistory.com/27

https://www.myrealtrip.com/offers/15825

UCON의 의미있는 달리기로 시작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런닝'이라는 콘텐츠와 '걷기'라는 행위가 지역과 어떤 관계 맺고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 앞으로 더욱 흥미있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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