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드리프로젝트에서 만난 사람들 #10
"눈 오는 날, 우리 가게엔 그들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론드리프로젝트는 언제나 음악이 흐른다.
매장 내 흐르는 음악은 여유로운 분위기를 위해 항상 재즈를 선택했다. 어느 날 단골손님이 얘기했다. 사장님은 쳇베이커를 좋아하시네요. 난 사실 쳇베이커를 몰랐다. 항상 듣기 좋은 재즈를 틀어놨을 뿐인데, 그 재즈 뮤지션이 쳇베이커였던것이었다. 그 뒤로 빌에반스, 폴데즈몬드 등 10년째 재즈만 듣다보니 알게 되는 뮤지션들이 많게 되었다.
손님들이야 가끔 음악을 듣지만, 매장에서 일하는 나와 크루들은 어느 시점에서 반복되는 재즈음악을 듣다보니 틀 수 있는 음악의 장르를 조금 다양하게 넓히게 되었다.
재즈, 팝, 인디밴드
외국 뮤지션의 팝, 재즈, 인디밴드 음악은 가능하다. 런드리 크루들의 취향에 따라 어느정도는 자율성을 허락해준다. 각자 크루들은 뮤직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놓고, 자기 일하는 타임에 틀어놓기도 한다. 가끔 한국뮤지션의 곡도 들어있는데 론드리사장님과 협의하에 약간의 조정은 있다.(나만의 음악 블랙리스트가 있다.ㅎㅎ) 그리고 종종 손님들은 빨래를 기다리는 동안에,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 들었던 플레이리스트가 좋다며 런드리크루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그런 일은 마감노트에 적어 자랑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세탁과 커피를 하러 오지만, 머무는 이유는 분위기다”
여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운영하면서 하나씩 론드리프로젝트만의 정체성을 구축해나가는 핵심요소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론드리프로젝트 매장들은 인테리어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도 묘하게 동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세탁을 하러 오고, 커피를 마시러 오지만 그 뒤에는 '분위기'가 있다.
서교동 워시타운 이야기
눈이 오는 날은 가게 안에서 전창을 통해 밖을 보는 풍경은 굉장히 아름답다. 혼자 오더라도, 둘이 오더라도 풍경을 즐기면서 얘기를 나눌 수있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서교동 워시타운(론드리프로젝트 2호점)에서 겪은 어느 겨울날 눈 내리는 풍경이 있었다. 마침 캐나다에서 온 커플손님이 있었다. 빨래를 돌리고 창가에 앉아 따뜻한 카페라떼와 핫초코를 주문했다. 자연스레 말을 걸었고, 캐나다에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흐미한 기억속에 그 커플은 아름답고, 멋진 커플이었다.
기타를 멘 캐나다 손님
다음 날 키 큰 외국인이 아침일찍 빨래하러 방문했다.
세탁기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얘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더니.
"이거… 우리 음악인데?"
그래서 아이패드를 확인하게 되었다. 흐르고 있는 음악은 Men I Trust 캐나다 밴드 음악이었다.
내한 공연차 홍대 근처 콘서트홀 근처 숙소에 머물고 있었고, 세탁이 필요해 들어온 것이었다.
어제 왔던 캐나다 커플 손님(커플이 아닐 수도)도 같은 멤버 였던 것이다.
지역성을 반영한 로컬플레이리스트
홍대권에는 많은 뮤지션이 살고 활동하고 있다. 런드리크루들 중에도 음악 전공자거나 다양한 공연문화를 즐기는 친구들이 많았다. 특히 이태원 해방촌이 DJ,테크노,EDM,HOUSE음악 쪽 취향의 사람들이 많다면, 홍대권은 인디록, 힙합, 댄스, KPop(중소)관련 사람들이 많았다. 뮤지션의 꿈을 꾸고자 하는 가능성의 존재들이 가득한 동네라고 할까.
세탁소가 공연장이 된다면, goyo club
LA 한인타운의 한 세탁소를 배경으로 로컬 아티스트들과 함께 디제잉 퍼포먼스를 SNS를 통해 소개하고 아카이빙을 하는 고요 클럽(goyo club).
LA에서 영상 감독을 하던 클리프와 나비는 클라이언트 개입이 없는 영상브랜드를 만들고자 했고, 꿈을 좇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LA 아티스트들을 조명할 무대를 만들고자 시작했다고 한다. 한인타운에 100년 가까운 역사의 세탁소를 찾아 DJ 들의 음악을 아카이빙 한다. 요즘들어 사라지고 있는 오래된 세탁소에 꿈가득한 아티스들의 디제잉 퍼포먼스와 음악이 아카이빙되어 영원히 남아 에너지를 발산한다.
플레이 아티스트 선정기준
LA는 각기 다른 문화의 색이 강한 다양한 동네들이 모여 만들어진 도시이다. 이런 다양한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엘에이 토박이부터 우리처럼 엘에이를 집으로 삼은 사람들 그리고 엘에이를 오가는 타지 아티스트들까지 다양성을 우선으로 두고 선정을 하는 편이다.
고요 클럽의 두 디렉터 클리프(kliff) 그리고 나비(nvbi) 인터뷰 중 by Visla
다시 론드리로 돌아와 Men I Trust 음악이 흘러나올때면 그때 눈내리는 날이 떠오른다.
서교동 워시타운은 2024년 6월을 마지막으로 지점을 정리하게 되었다. 7년이라는 운영기간동안 많은 음악이 재생되고, 로컬 아티스트들과 내한공연 뮤지션들이 다녀갔다. 일시정지 버튼 상태. 잠시멈춤.
2025년 다시 서교동 워시타운의 플레이버튼이 눌려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