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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온 Dec 06. 2023

나의 해방일지

지인 자녀의 부고를 받았다. 눈을 비비고 다시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지인의 부모가 아니라 자녀였다.


어릴 때부터 곰살맞고 똑똑한 아이였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일 잘 챙기고 졸업하고 취업해서 일하다 차곡차곡 돈 모아 자신의 사업장을 꾸려 나갔던 성실한 아이였다. 밝고 나이보다 일찍 성공한 번듯한 모습 뒤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성공에 대한 중압감과 그늘이 있었나 보다. 어쩌면 세상에 내편이 하나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독히 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 힘든 시간에서 해방되었는지 아니면 순간의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고 있는지 아무 의미 없이 궁금해졌다.



이번 글쓰기의 주제는 '나의 해방일지'이다. 다른 누구의 해방도 아닌 '나의 해방'이다. 나는 어떤 해방을 꿈꾸고 있는지 어떤 속박에서 풀려나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싶었는지 좀 더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 쉽게 글을 쓸 수 없었고 더디게 오래 생각했다. ​


최근에 나를 가두는 구속은 내가 더 성장해야 한다는 중압감이었다. 나만의 고정적인 브랜딩 네임이 있었으면 했고 그래서 더욱 급하게 나를 몰아치며 이것저것 도전하고 있었다. 슬슬 과부하 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독서가 뒷전이 되어 버렸다. 내가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행복한 독서가'가 아니라 '돌주하는 블로거'가 된 것이다.


처음 책을 왜 읽기 시작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두서없이 사람을 미워하고 내 것만 따지며 나만 옳다고 고집스러운 가치관을 가진 내가 저 모퉁이에 서 있다. 너 때문에 힘들고 괴롭고 아픈 3종 인생 고난 콤보세트를 갖춘 철들지 않은 인간이었다. 독서를 통해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변화되어야 할 부분을 글을 쓰며 인지하게 되었다. 늦은 건 없다고 지금이라도 책을 읽길 잘했다며 나를 다독이던 때는 과거형이 되었고 이제는 좀 더 성장해야 한다는 욕심과 오만에 나를 가두기 시작했다. 인생은 깨달음의 연속이라더니 버스를 타고 반복되는 정류장을 돌고도는 기분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속도가 있다. 단번에 원하는 것을 습득하는 사람도 있고 더디게 알아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에 더 가깝다. 뭔가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면 반드시 과부하에 걸려 평소보다 심하게 멍청해진다. 알면서도 나는 나를 더 바쁘게 몰아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이미 글쓰기와 독서를 좋아하는 행복한 독서가라는 브랜딩 네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늦게 시작한 사람들이 나를 앞서 뛰어나가는 것이 불안했나 보다. 번듯하게 일어나고 싶고 뭔가 결과를 빠르게 확인하고 싶은 조급함이 가득했다.


또한 무엇이든 때가 있다. 꽃도 피는 때가 있고 과일도 익는 때가 있어 그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함에도 조급함은 나를 가두어 놓는다. 가장 좋은 선택과 결과가 이루어지는 때, 스스로 그때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묵묵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며 견고하게 나를 다듬어 두어야 한다. 성장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나를 가두고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척 한 나를 이제는 좀 더 느슨한 삶을 살도록 해방시켜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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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해방일지
#행복한글쓰기
#모든것은때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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