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물난리
주재국 3년차
두 번째 물난리…
세탁기 온수 호스가 찢어졌는지 거센 물살이 솟구쳐서 나오고, 순식간에 온 집안에 물난리가 났다.
수건으로 양동이 몇 바케스를 퍼냈는지 모르겠다.
안방, 작은방, 거실, 화장실 할 거 없이 모든 곳에 물이 찼다.
전기제품부터 모두 끄고 의자 위로 올려놓았는데, 내가 상황판단이 이렇게 빠른 사람이라는 건 처음 알게되었다.
주재국에서의 생활을 연장할까 말까 고민 중이었던 시점에서 너무도 확실하게 우리 가족이 이구동성으로 말을 하였으니,
‘이제 더 이상 못 참겠다. 귀국하자.’
라는 소리였다.
한국에서 일어날 법 하지 않은 일이 여기서 벌써 두번째 일어나는 중이다.
종전엔 호스를 부여잡고 사십분 동안 집주인 오기만을 바랬는데, 이번엔 물살이 너무 세서 호스를 붙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수건을 수백번 짜고 물을 비우고 나니 손목도 시큰거리고 손도 아프다.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든걸까.
한국에서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을 겪어야하는 점이 가장 어려운 대목이다.
이럴 때 한국가고 싶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