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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영 Jul 23. 2020

늘 새로워, 짜릿해!

더 알고 싶은 제주

한 번이라도 가봤던 곳을 방문하기로 결정하는 이유는 그곳에서의 좋은 기억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카카오 지도나 구글 지도에 방문했을 때 좋았던 장소를 모두 표시해 두는데, 가끔 구글 지도를 켜서 표시된 장소들을 보면 기분이 이상하다.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 있는 장소들을 나중에 또 방문하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그리고 막상 그곳에 있을 때에는 덜 와 닿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먼 곳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같은 곳을 다시 방문하고, 여러 번 방문하다 보면 그곳이 변화하는 모습, 새로운 모습도 알게 된다. 그렇지만 세상은 너~무 넓은 것.. 여행의 묘미는 완전히 다른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새롭게 발견한 제주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꽤 자주 왔다고 생각했는데도 계속해서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제주. 질릴 수가 없다.



1. 밤바다

오징어배 불빛. 한치철이라고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에게 제주의 밤은 숙소에 들어가 쉬어야 할 시간으로 인지되고 있었다. 서울과 달리 밤이 되면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가로등 하나 없이 깜깜해서 가끔은 오싹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덕분에 쏟아지는 별을 감상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제주의 밤바다는 '쏴아-' 하는 파도 소리 때문인지, 마실을 나온 주민들 덕분인지 어두워도 무섭지 않았다. 해변 카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저 깜깜한 너머에 바다가 있구나. 파도가 오고 있구나.' 생각했다. 바다 바람과 함께 파도는 향기와 감촉으로 다가왔다. 엄마랑 동생이랑 재잘재잘 이야기하다가도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마음이 맑고 편안해졌다.



2. 흐리고 비 오는 날

바람불고 흐린 날 금오름
택시 기사 아저씨는 왜 이런 날 오름에 가냐고 한 소리 하셨지만.. 아름다웠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여행에서는 비보다는 강한 바람을 만났지만, 장마철 비 오는 날 제주를 방문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었다. 크고 작은 오름, 산, 바다, 섬 등 제주의 자연을 쏘다니려면 맑은 날씨가 필요해서 비 오는 날에는 그저 습기 많은 방에 머무는 것밖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맑은 날 제주의 이미지를 그리고 온 사람들에겐 비 오는 제주는 큰 실망을 안겨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너무 뜨겁고 더운 날 보다는 흐린 날 제주 여행이 훨씬 쾌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흐린 날 산 근처에는 안개가 많이 끼기 때문에 맑은 날에는 볼 수 없는 신비로운 풍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비가 온 다음 날 폭포에 방문하면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을 볼 수 있다.



3. 폭포

신비로운 나무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에서는 폭포를 방문하고 싶다는 엄마의 염원 덕분에 아름다운 제주의 폭포들을 볼 수 있었다. 비 온 다음날이라 전체적으로 촉촉한 산 여기저기에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은 내 마음까지 정화해 주는 느낌이었지만,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아름다운 산과 자연이었다. 밖은 덥고 습했지만 숲 속은 서늘했고, 폭포와 가까워질수록 시원함이 더해졌다.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에어컨 100개를 켜도 이 정도 시원함은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자연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했다면 인류가 지금 맞닥뜨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지금에서나마 시도해야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달팽이랑 폭포. 달팽이 다섯 마리나 마주쳤는데 넘 귀여웠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느리게 여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단 일 분 일초도 같은 것은 없다. 내가 숨 쉬고 발 딛고 있는 시간과 공간은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다음번에는 꼭 할머니랑 제주도에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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