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팅, 한 줄의 스토리텔링
광고 카피에 있어,
초보는 설명하려 하고
중수는 설득하려 하고
고수는 유혹한다.
유혹하는 카피. "날 가지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 아니라 "어때? 날 갖고 싶지 않아?"라고 목소리를 나지막이 낮추는 광고 카피.
그런 카피, 어떻게 쓰냐고요? 비밀은 생략과 함축에 있습니다. 생략할 건 과감히 생략하고, 하나의 문장으로 수십 개의 문장을 대신하는 것.
오늘은 섹시한 카피, 유혹하는 카피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2000년대 고급 수입차 광고 카피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담을 유혹한 것은 이브가 아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카피.
모두가 아는 아이코닉한 이야기를 비트는 이 발칙함. 아담을 유혹한 게 이브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인가요?
숨이 멎는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남들은 미래라 말하지만 나에겐 스타일이다
항공기 격납고도 답답한 차가 있다
유혹하는 카피를 쓰고 싶다면, 카피가 불친절해지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아니, '불친절함'은 오히려 필수불가결한 요소일지도 모릅니다.
생략이 탁월할수록, 생각은 더 뾰족하고 날카롭게 드러나는 법입니다.
심장은 이유 없이 뛰지 않는다
마치 자동차를 처음 본 것 같았다
생략과 함축에 관련하여 소설가 헤밍웨이의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 그에게 "당신이 정말 훌륭한 소설가라면 단 여섯 단어 만으로도 사람을 울릴 수 있어야 해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에 그는 정말 단 여섯 단어 만으로 소설을 완성했는데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 아기 신발. 한 번도 신은 적 없음.
역시 대작가는 대작가다 싶지 않나요?
이처럼 '과감한' 하지만 '정확한' 생략은 상상력을 부릅니다.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텍스트의 빈자리를 스스로 채우도록 촉구합니다. 이는 마치 왜곡된 중력처럼 사람들을 잡아끌기 마련인데요. 섹시한 카피, 유혹하는 카피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녀에게 하늘을
아담을 유혹한 것은 이브가 아닙니다. 그건 어쩌면 한 줄의 대담한 카피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