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언급에 한계가 있어 많은 이야기를 못했지만 좋아하는 음악의 스펙트럼은 이보다 더 넓습니다. 일부, 아주 일부에 대한 이야기예요.
음악은 제가 가장 즐거워하는 대화 주제 중 하나인데요. 대중음악은 가사와 사운드, 퍼포먼스의 3가지축이 그 미학을 평가할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너바나의 음악을 카피하던 저는 어느 순간 포크에 꽂히게 되는데요. 저는 밥 딜런의 가사와 솔직함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 을 읽고 내한공연까지 이어서 보았을 때가 생각나네요. 책의 일부를 인용해봅니다. "옛 사람들이 노래를 부를 때 그 안에는 대단한 절실함이 들어있었다. 가끔 노래를 들을 때 마음이 앞서서 뛴다. 나는 노래를 '좋다' '나쁘다'로 보지 않고 오직 종류가 다른 좋은 노래들로 보았다." 어떤가요? 밥 딜런이라고 하면 옛날 이야기 같지만 그는 콘텐츠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긴 사람입니다. 저 문장에서 '노래'는 다른 단어로 얼마든지 치환될 수 있지 않나요? 이 문장의 논리는 평소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저의 생각과도 일치합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예술작업은 어느 날 갑자기 내리는 영감 같은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회사 혹은 학업에 많은 분들이 해나가는 프로세스와 매우 다르지는 않습니다. 밥 딜런은 순회공연을 하던 때 매 회차마다 80여곡의 다른 노래를 불러 청중의 습관적 반응 대신 새로운 청중을 이끌어내기 위한 실험도 합니다. 저 역시 최근까지 패션회사에서 브랜드 마케터 일을 겸하며 이러한 테스트는 일상적으로 설계했었죠. 음반을 제작할 때도 그는 템포, 키에 여러 변화를 주어가며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음반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으니, 그것이 삶의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서기를 바란다"고요. 일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 결과물을 세상에 선보일 때 애티튜드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수잔 베가의 luka 를 볼까요. 당시 히트곡이기도 했지만 그 가사가 아동학대에 대한 서사를 담고 있어서 '환기' 의 측면에서도 의미있었습니다. 이처럼 음악가든 다른 어떤 직업이든 자신의 직무를 통해서 세상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U2의 보노 같은 경우가 멋진 케이스겠지요. 저도 저의 직업을 통해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내기를 바라왔고, 항상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고민해왔습니다. 한편 이러한 면에서 동시대성을 고려할 때 BTS의 여정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가사, 높은 퀄리티의 사운드와 퍼포먼스 덕에 글로벌 마켓에서까지 큰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그 성장 과정을 부지런히 공개한 점도 뉴미디어 플랫폼을 잘 활용한 전략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데우스엑스마키나 같은) 신비주의 스타보다는 그 성실한 연습과정, 인간적인 일상들이 누적된 콘텐츠가 갖는 설득력이 더 큰 시기라는 생각도 하고요. 저 역시 이러한 면에 큰 매력을 느끼는 요즘 사람이니까요.
또한 사운드의 실험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Alva noto가 만들어내는 미니멀한 전자음들을 좋아합니다. 그는 류이치 사카모토와 협업한 바 있는데 극과 극은 오히려 합이 된다는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작업물입니다. 저는 일할 때도 일반적으로 잘 연결짓지 않는 것들을 결합해보는 편인데, 평소에 즐기는 음악에 대한 탐구가 때로는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