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을 압축해 보았다
오늘의집을 퇴사하고, 작년 7월 말에 맘시터로 이직을 했으니까 맘시터 마케터로 일한 지 꼬박 6개월이 되었다. 맘시터가 생소한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맘시터는 시터가 필요한 부모와, 일자리를 찾는 시터를 연결해 주는 아이돌봄 올인원 플랫폼이다. 부모 - 시터 간 매칭뿐 아니라, 돌봄 일정 관리, 돌봄일지 작성, 돌봄비 결제까지 아이돌봄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제공한다. 부모에게 좋은 시터를 만난다는 것은 워킹부부의 오복 중 하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시터 풀이 워낙 좁고 좋은 시터는 수요가 많아 부모가 을일 수밖에 없는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시터 시장이 양지화 되어 있지 않으니 시터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구한다고 한들 검증하기가 어려우니 부모들이 마음 편하게 아이를 맡기기 어렵고, 그럼에도 현실적인 여건 상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그런 시장이다.
맘시터는 이 어려운 아이돌봄 시장에서 시터 10가지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을 통해 좋은 시터를 양성하고, 거대한 플랫폼 안에서 부모와 시터가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장을 열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하고 있읍니다…)
나는 맘시터 마케팅팀에서 콘텐츠 전략 &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데, 내 업무를 쪼개서 설명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모든 퍼널에 관여하여, 콘텐츠라는 도구로 서비스 퍼널을 강화한다.
작은 회사의 장점답게, 한 가지 퍼널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 - 가입 - 인앱액션 - 결제 - 연결까지 모든 퍼널에 관여하고 있다. 맘시터는 우리 아이를 맡아 줄 시터를 찾는 서비스이기에 그만큼 고관여 서비스라, 각 퍼널마다 다음 퍼널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적절한 넛지와 친절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서비스 관점에서 전반적인 고객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게 마케터로서 재미 포인트!
부모 - 시터 간의 연결 증대를 목표로, 서비스 안팎에서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맘시터를 알리고 설득하는 이니셔티브를 발굴하고 실행한다. 나는 콘텐츠 & 메시지 전달력이 강점이기에 여러 이니셔티브 중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를 담당하고 있다.
2. 다양한 매체에서, 매체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한다.
여러 퍼널에 관여하는 만큼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매체를 다룬다. owned media에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관리하고, 제품 내 콘텐츠와 푸시, 인앱메시지, 알림톡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도 하고, earned media에서 네이버/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와 각종 커뮤니티를 활용하기도 한다.
각각 매체 매체마다 성격과 특성이 다르니, 내가 다루는 콘텐츠 형태도 다양하다. 푸시에 들어가는 짧은 텍스트, 외부 매체에 실릴 장문의 텍스트, 인스타그램에 올라갈 이미지형 콘텐츠, 혹은 이벤트 / 기획전 / 마케팅 페이지 형태이기도 하다. 서비스 기획에 참여하여 특정 영역에 대한 메시지를 짜고 콘텐츠를 노출하기도 한다. 굳이 형태에 제한을 두기 보다, 고객에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어떠한 그릇이라고 콘텐츠를 정의한다면, 내가 다룰 수 있는 콘텐츠의 범위는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메시지를 기획할 땐 이런 것들을 고려하고 있다.
- 타겟과 목적 : 맘시터를 모르는 사람에게 맘시터를 알게 하는 메시지와, 맘시터를 알고 있는 타겟에게 맘시터를 쓰게 하는 메시지는 달라야 하므로
- 매체 특성 : 해당 매체에서는 어떤 고객을 만날 수 있는지, 만나게 되는 접점의 환경은 어떤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 공급자 측면에서 쓰인 메시지는 아닌지, 고객이 곱씹어보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지
- 맘시터 톤앤매너 : 친절한, 다정한, 부드러운 어조로
3. 협업한다. 때로는 내부에서, 때로는 외부에서
이런 콘텐츠는 기획하고 제작하고 실행하기까지, 혼자보단 협업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 정의와 목표 세팅을 하고 콘텐츠와 매체 전략을 짰다면,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콘텐츠를 제작하고, 개발자와 협업하여 구현하고, 필요한 경우 다른 마케터와 협업하여 콘텐츠를 노출한다. 그 과정에서 내 기획 의도를 어필하기도, 혹은 그에 맞는 더 적절한 방법을 함께 찾아나가면서 아웃풋을 만든다. 내부 팀원뿐만 아니라 에이전시와 협업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외부 매체에 콘텐츠를 집행할 때 에이전시를 많이 쓰고 있다.
4. 성과를 분석하고, 레슨런을 찾고, 다음 액션을 도출한다.
설정한 목표에 따라 보는 지표가 다른데, 크게는 1) 해당 콘텐츠 프로젝트의 직접적인 성과 2) 그로 인해 서비스에 끼친 영향 - 이렇게 2가지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험군과 대조군과 차이는 어떠했는지, 유의미했다면 얼마나? N배? N%? 유의미했는지 성과 분석을 한다,
그리고 성과와 상관없이 레슨런을 찾는다. 성공했다면 왜 성공했는지?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는지? 를 도출해 내야 다음번엔 더 잘할 수 있으니까! 사실 이건 모든 업무의 기본이라 더 설명할 게 없다.
요약하면, 서비스 밖에서 owned / earned media 중심으로 잠재고객을 찾아 콘텐츠를 통해 맘시터를 인지시키고 가입을 유도하고, 서비스 안에서 부모 회원과 시터 회원의 활동성을 강화하여 연결까지 유도하는 일을 했다. 구체적으로 하는 업무는 이러했다.
- (인지) owned media 전략을 짜고 에이전시 핸들링하여 채널 운영
- (인지 & 가입) earned media에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하여 콘텐츠 발행 핸들링
- (인지 & 가입)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확산시킬만한 바이럴 콘텐츠 기획
- (연결 유도) 부모 회원의 활동성을 높이기 위한 온보딩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페이지 기획하고 노출 메시지 기획
- (연결 유도) 시터 회원의 활동성을 높이기 위한 이벤트, 큐레이션 기획전 기획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개월 동안 모든 퍼널들을 다 만져볼 수 있어 참 재밌었다. 다음 글은 이 중 콘텐츠 프로젝트 하나를 사례로 들어, 문제 정의부터 데이터에 근거한 메시지 기획, 성과까지 냈던 내 경험담을 구체적으로 풀어써볼 생각이다.
스타트업 특성상 매 순간순간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콘텐츠 성격이 강한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기 위한 팀으로 세팅되어 기존에 해왔던 업무와 또 다른 방향으로 일하게 되었다. 서비스 기획부터 콘텐츠 구조화, 그리고 서비스 컨셉을 만들고 마케팅까지 담당하는데, 특히 1분기는 개발팀과 더 깊게 협업하여 프로덕트를 만드는데 집중할 것 같다. 부디 이번 상반기에도 잘 해내어서 6개월 후에 또 회고 글을 남겨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