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홉스골 겨울여행 2
북쪽 깊숙이 들어갈수록 쌓인 눈의 깊이가 두꺼워졌다. 차에서 내리면 신발이 눈 속에 들어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아침 일찍 서둘러 여행을 시작했다. 오늘 가야 할 거리도 있고 차탕족을 찾아 헤매는 시간도 필요했다.
엘카 씨는 이름 없는 언덕 위에 차를 세웠다. 아름다운 풍경에 이름이 없다. 까마득한 언덕 아래가 하얀 눈 세상이다. 흰 눈과 안개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희다. 눈인가 싶었던 하얀 안개가 슬며시 자리를 옮겨 시베리아 소나무의 진한 초록을 힐끗 드러냈다. 신비롭게 느껴졌다.
그는 숲을 가리키며 자신이 늑대 사냥을 하는 곳이라며 사진도 보여주었다. 엘카 씨의 또 다른 직업은 헌터다. 그는 푸르공으로 걸어가 뒷문을 열어 무언가를 꺼냈다. 사냥용 총 인가 싶었는데 썰매였다. 다시 주변을 살펴보니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언덕 아래까지 눈이 쌓여있어 썰매 타기 좋아 보였다. 더 감동스러운 것은 세상에 발자국이 하나도 없다.
푸르공에서 내린 첫 발은 마치 닐 암스트롱의 그것처럼 숭고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경사도 고비사막만큼 가파르다. 신나게 언덕 아래까지 내려가고 싶었지만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기 힘들 정도로 눈이 깊게 쌓였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오래 머물고 싶었다.
언젠가 다른 계절의 모습도 보고 싶은 곳이었다.
https://youtu.be/aLj89IexLAI?si=fk7XVZRJuQjcp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