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홉스골 겨울여행 3
홉스골 차강호수는 꽁꽁 얼어 있었다. 우리는 얼어붙은 호수 위를 달렸다. 몽골에 이만큼 잘 닦인 도로는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호수 바닥이 매끈했다. 여름이었다면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이용해 호수를 돌아 마을로 향했겠지만 가까워지는 마을 풍경을 호수 안에서 바라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차강 노르 솜에 도착한 우리는 국경수비대로 향했다. 군사시설 안으로 들어가 통행허가를 받아야 했다. 엘카씨의 소개로 국경수비대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녹색 페인트로 칠한 나무의자에 앉아 허가증을 작성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정성스럽게 다음과 같이 글을 써 내려갔다.
“한국에서 온 이 여행자들은 이 지역의 차탕족을 만나기 위해 여행하니 통행을 허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45도 비스듬히 기울여 가지런히 새긴 글자로 자필 허가증을 완성한 그는 펜을 내려놓고 도장에 빨간색 인주를 바른 후 직인을 찍었다.
그는 35년간 그곳에 근무하면서 한국인을 처음 본다며 우리가 이곳을 지나는 첫 한국인이라 했다. 다른 사람들이 가보지 못한 경계를 지난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함이 샘솟았다. 그의 요청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해가 기울고 있었다.
차탕족이 사는 타이가 마을은 비포장으로 2~30km 더 가야 하는데 도착할 즈음이면 해가 질 테고 전날과 마찬가지로 밤늦게 숙소에 도착하게 될 상황이었다. 자화는 차탕족을 만날 수 있다고 확신할 수도 없으니 포기하고 오늘은 느긋하게 숙소로 가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안전이 우선이니 나도 동의했다. 하지만 원정대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차탕족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고 싶다고 했다.
2015년 고비사막을 오르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는 너무 늦게 사막에 도착했다. 언덕의 중턱쯤 올랐을 때 이미 해는 높은 사막의 어깨 뒤로 넘어가고 파란 하늘 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준비도 없이 온 탓에 DSLR 카메라를 들고 있어 손으로 모래바닥을 짚을 수도 없었다. 높은 곳으로 갈수록 경사가 심해졌다. 함께 오르던 몽골친구 자화와 빌게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언덕 중턱에 드러누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서둘러 오르려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발을 한걸음 높은 곳으로 옮기면 다시 제자리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이미 하늘은 어두컴컴하니 올라가도 언덕 너머의 풍경은 볼 수 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포기할까를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내 인생에 다시 이곳에 올 수 없을 것 같다는 간절함으로 이를 악물고 언덕 위로 올랐다. 한참 가쁜 숨을 내 몰아 쉬다가 호흡이 돌아왔을 때 나는 고개를 들어 홍고링 엘스 언덕 너머 풍경을 보았다.
이미 해는 졌지만 그때 바라본 고비사막과 알타이 산맥은 내 인생 최고의 특별한 풍경으로 새겨졌다.
갈까 말까 고민이라면 가라고 했다.
원정대도 원하니 가보자. 홍고링엘스에서 본 일몰처럼 영원히 잊히지 않을 기억 하나가 오늘 만들어질지 모를 일이다.
두근두근몽골원정대 홉스골 겨울여행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