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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평 Jul 23. 2018

원작을 모르고 봤다. <인랑> 단평

브런치 무비패스 #4번째 이야기


프로텍트 기어를 몸에 두른 채로 등장하는 임중경(강동원)을 보는 순간, 이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김지운은 <인랑>을 찍기로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랑>의 미술 연출, 공간 구성은 근사함 이상의 단어로 형용될 만하다. 테러 조직과 특기대, 특기대와 공안부의 대결 구도가 액션으로 구체화되는 장소인 하수도는 판타지의 느낌과 현실감을 동시에 가지고 관객을 영화 속 세계관에 이입시키는 데 성공한다. 캐릭터들의 매력도 부족하진 않다. 콤플렉스 덩어리이지만 외적으론 완벽한 아웃핏을 유지하는 공안부 직원 상우(김무열)의 가죽 트렌치코트는 매혹적이고, 김옥빈과 송지효를 연상시키는 윤희(한효주)의 여러 얼굴은 섹시함과 처연함을 함께 담아낸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 특기대와 공안부의 갈등은 대략적 분위기로 유추될 뿐 충분히 서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인랑>은 설명 대신 이미지로 보여주는 영화다. 해서 투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수전 손택의 저서 <타인의 고통>이나 도스도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이용한 도식적 연출은 아쉽다. 서사의 주축인 윤희(한효주)와 임중경(강동원)의 멜로라인의 개연성이 약한 점도 결말부에 이르러 폭주하는 임중경을 보고 갸우뚱하게 되는 이유로 작용한다. 물론 두 배우의 얼굴은 멜로라인을 만드는 데 있어 충분한 개연성이 된다고, 농담을 던져볼 순 있지만 <인랑>이 보다 탁월한 작품이 되기 위해선 두 인물의 감정선을 보다 섬세히 그려주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만약 이런 경험이 있다면 <인랑>을 보십시오.


1. 광화문 집회에 나가 물대포를 맞던 당신. 이 XX같은 XX산성 같은 거 다 뚫어버리고 청와대로 돌격하고 싶다는 마음을 한 번이라도 가져봤다면? 

- <인랑>을 보십시오. 당신의 꿈이 잠시나마 실현되려 하는 장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2. 얼굴이 개연성이 되는 멜로드라마를 보고 싶고 봐 왔고 여전히 관심 있다면.

- <인랑>을 보십시오. 남산 케이블카 안에서 강동원과 한효주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을 3회 이상 반복해 보게 됩니다.



당신이 <인랑>을 볼 때 걱정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늘 그렇듯 최선을 다하는 민호의 연기에 대한 항마력

2. 일상 생활에서 도무지 쓸 것 같지 않은 어색한 대사들

- "서둘러!"

  "우리는 늑대의 탈을 쓴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쓴 늑대야…!"

  "놈은 인랑입니다!"


3. 알 수 없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적 엔딩

4. <아수라> 같기도, <강철비> 같기도 한 정우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이것을 기대한다면 <인랑>을 보십시오.


1. 강동원의 섹시함

2. 김무열의 섹시함

3. 한효주의 섹시함

4. 한예리의 섹시함과 연기력!!!!!!!!!!!!!!!!!!!!!!!!!!!!!!!!!!!!!!!!!!!!!!!!!!!!!!!!!!!!!!!!!!!!!!!!!!!!!!!!!!!!!!!!!!!!!!!!!!!!!!!!!!!!!!!!!!!!!!!!!!!!!!!!!!!!!!!!!!!!!!!!!!!!!!!!!!!!!!!!!!!!!!!!!!!!!!!!!!!!!!!!!!!!!!!!!!!!!!!!!!!!!!!!!!!!!!!!

4. 남북통일 (철마는...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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