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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평 Sep 11. 2018

장면 하나, 죽음

할머니 보내던 날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날카로웠다.

슬픔을 끝내라 종용하는 알림처럼


"돌아보면 안 됩니더!" 


돌아보면 소금기둥이라도 될 것처럼, 장례지도사가 외쳤다. 엄격하다 싶을 정도로의 단호함이었다.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등 뒤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 고인을 보내는 풍습이었다. 할머니가 아끼던 그릇들이, 할머니가 매일 쓸고 닦던 마루를 건너와 마당의 젖은 땅에 닿아 사정없이 부서졌다. 검정 정장 차림의 장례지도사는 내가 고개를 돌리지 못하도록 어깨를 힘주어 잡아 밀었다. "돌아보면 할매 미련 생겨서 못 간다. 돌아보면 안 돼." 소복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울음 소리가 줄을 서서 걸었다. 다들 몸이 다 젖도록 비를 맞으며 걸었다. 사촌들과 삼촌, 고모들이 같은 소리를 내며 울었다. 죽음이 온 뒤에는 슬픔이 있었고 그것은 맥을 못 추고 고개를 꺾어댔다. 우리는 줄을 서서 상실의 시간을 맞았다. 어머니를 잃은 자와 할머니를 잃은 자, 가까웠던 친우와 이웃을 잃은 노인들이 줄지어 걸었다.


조모의 죽음에서 내 부모의 죽음을, 나의 죽음을 봤다. 사랑하면서도 내가 면면을 들여다보지 못했던 이야기가 그릇처럼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사랑했던 것보다 나를 사랑해준 사람, 

잘 모르는 당신이 떠났고 그 날 화장장에서 장지로 향하는 길엔 진부하게도 해무가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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