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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Dec 06. 2022

아직은 불가능,
너를 좋아하는 마음과 헤어지는 것

사랑과 이별과 현실에 휘청이는 음악에세이 ⟪조류⟫ 작업기 ⑨


마음이라는 건 먹기 마련이라는데,

난 먹성도 참 좋으면서 내 마음 만큼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더라.

먹어도 끝내는 뱉게 되더라.




정말이다. 먹어봤다. 그만 봐야지. 그만 생각해야지. 잊어야지. 그렇게 돌아서서 달렸고, 달려보니 달려졌고, 그 모든 게 그래도 괜찮은 것 같더라. 멍하니 내 시간을 보내면 보내지고. 괜찮더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냥 어느날... 따뜻한 햇볕이 너무 어색할만큼 밝고 화창해서. 그냥 그런 봄이 너무 어색해서. 지난해를 떠올리려고 하니까 지난해의 봄이 있었나 싶을만큼 아득하더라. 그때는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누가 있어서. 그 누가 계절이어서.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 거 같더라. ...그러고 나니까, '당신을 빼면 나는 몇 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억을 하나씩 하려고 하니까, 또 기억이 났다. 와, 이것도 있고. 이것도 있고. 곤란하네. 어디부터 이어서 살아가면 좋을까. 괜히 생각나 버려서, 따뜻했던 그 날 난 다시 얼어버렸던 것 같다. 아마도 내가 못 견딘 거겠지. 그 상실감을. 그리고 그 곤란함을. 그냥 눈을 딱 감으면 되는데. 내 마음이 되게 힘이 좋아서 그런가. 열심히 뛰면서 살아서 그런지, 너무 질기다. 소화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안 되는 건 그래서였나 보다. 좀 더 꼭꼭 씹어서 삼켰어야 했다. 누군가를 향해 뛰다가 근육이 많아진 건데, 연화제라도 좀 뿌려주고 가지. 책임도 안 지고 멀리서 살고 있는 너는 좀 행복한지 궁금하다. 아니, 그래도 악감정은 없어. 그래도 행복했으면... 아니다, 나 없이 행복한 건 좀 싫다. 그냥 적당히 미묘했으면 좋겠다.


그런 상실감과 곤란함을 알아채던 때에 글을 쓰고, 다섯번째 트랙인 'dotz'를 만들었다.


© MINJU

> dotz 원곡이 궁금하면... 


이 곡을 설명하는게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힘든 건지. 책에서 마음이 달뜬 순간을 표현하려 만들었던 '겨울의 겨울'도, 마음이 부서지던 'breath'를 설명할 때도 이렇게 까지 괴롭진 않았다. 말을 하다가 감정이 올라와서 1분정도 가만히 아무말도 못하고 있기도 하고. 한 번은 참지 못하고 눈물이 맺혀서 닦아내기도 했다. 하긴, 부서지는 순간보다, 부서져도 결국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의 그 마음이 더 아프고 외로운 걸 수도 있겠다.


누구와 헤어져도 난 좀 그랬던 거 같다. 심지어는 내가 보낸 사랑에도 후유증이 오래 남는 편이니까. 함께 헤어지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우린 아직 함께라고 그러면서. 나를 다독이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안아주고, 보내기 힘들다는 것을 모두 인정하느라 헤어짐 이후에도 난 그 관계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두 익숙해졌을 때, 더이상 아프지 않을 때, 난 괜찮아졌다. ...그러니까 아마 아직 한참 멀었나보다. 이렇게 아린 걸 보니까. 


오히려 다른 쪽으로 걱정되는 건, 이게 너무 내 감정에 고여서 만든 게 아닌가 싶었던 거다. 내가 이 감정에서 좀 벗어나서 봐야 독자 입장에서 들을 수도 있고 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영상도 내가 자른다고 다 잘랐는데, 너무 슬퍼보이면 어떻게 하지...? 난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곤란해 보이는 게 맞긴 한데, 걱정을 끼치고 싶은 생각도 부담을 주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렇지만 또 자기 세계가 느껴지는 것 같고, 진심 같아서 좋고.


뭐, '모든 것이 다 내 것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완결이 되었을 때에만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아쉬운 일이겠지. 받아들이기로 했다. 감정에 고였으니까 만들 수 있던 거라서 언젠가는 이 순간을 그리워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내 애정의 순간순간들이 다, 다, 저마다, 아직도 너무 반짝이고 예쁘다면 그 예쁨이 서글퍼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숨이 나온다. 여전히 이렇게 한숨이 나와. 나의 음악과 글과 책은 그걸 하나 하나 모아서 만들었다. 내 애정의 과거부터, 지금까지. 너무 튼튼해서 제멋대로 뛰는 심장과 그걸 들고 허우적거리는 나의 현실을 담아서. 종종 이게 실수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후회할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미숙했다고 언젠가는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생각을 하는 그 시점의 나도 별 다를바 없는 인간이겠지. 그러니까 그냥 이게 실수라 하더라도 좋은 실수가 될 수 있길 바라면서 끝까지 해내기로 했다. 아직 여물지 않은 마음으로. 나의 애정과 서투름을 담아서.



텀블벅 링크다. 정말 이 책은 세상에 나온다. 내 음악도. 내 감정도. 다 퍼뜨려 버릴 거다. 사람들 손에 들어가서 저마다의 머릿속에서 사랑을 떠올리게 할 거다. 다들 반짝이는 빛을 받아서 따끔따끔 해지면 좋겠다. 히히히. 어딘가 삐뚤어져버린, 실연의 빌런을 자처하며 나는 책을 퍼뜨릴 것이다.


그럼, 나는 홍보를 마저 하려 눈물을 머금고 떠난다. 다음 회차에서 다시, 이 아린 기록을 계속 해 나가보겠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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