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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Dec 20. 2024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편안한 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기획하고, 인터뷰하고,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책 만들고 뭐 그런 방식으로.


2024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이너 아카이빙 프로젝트 중에


그렇다고 제가 유명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굳이 따지자면 덜 유명하고 더 자기 마음대로 살고 싶습니다. (물론 유명해지는 방법도 딱히 잘 모르긴 함.)


그래도 문득문득 너처럼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어서 포트폴리오도 정리할겸 제 나름의 방황과 작업기를 올리려고 합니다.


이러다 유명해지면, 음... 그래요. 브런치로 유명해 질 수는 없을 거고, 현실적으로는 강의나 강연 아니면 뭔가 다른 협업으로 이어지길 희망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제법... 모임과 강의 경력이 늘어나고 있어서 자신은 있습니다.


(•̀ᴗ•́)و


그래서 제가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콘텐츠 디렉터 신민주입니다. 소속에 따라 Notion이나 서울디자인재단에서는 작가로, 닷닷이나 활자공간 같은 책이나 키트 작업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에디터나 디자이너로 불리기도 합니다. FILO같은 커머셜 영상팀에서는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데, 이제는 영상 인트로 작업을 맡겨주시려고 하니까 영상 디자이너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한 비빔합니다…


아무튼 저를 찾아주시는 곳들을 보면 프로젝트를 기획부터 조율하며 협업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불리는 말이 제가 하는 일을 전부 커버해 주진 못합니다. 그나마도 콘텐츠 디렉터가 좀 전방위적인 설명이 가능해서 그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이점이 있다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 생활 없이 프리랜서 외길로 7년차입니다. 제가 대충 31살인가 32살인가 그러니까 맞을 겁니다. 제 책에서는 아무 경력 없는 프리랜서로 살아남은 동력을 '기세'였다고 쓰긴 했는데, 좀 풀어서 말하자면 무식하지만 용감하게 배워서 였다고 생각합니다.


에세이 “i my me minor“ 37p.


원래는 대학교에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언론고시를 공부했기에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로 활약하던 비스타 김인숙 대표님께 '일을 주세요!'라고 말한 것이 그 시작이었고요. (당연히 초면은 아니고 3년 전부터 교류했습니다. 제가 그분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서.) 대표님은 그 때를 회상하길 "나에게 일을 맡겨둔 줄 알았다"며 그 뻔뻔함과 기특함에 일을 주셨다고 하셨습니다. 역시 기세!...


처음 받은 일은 인터뷰였는데, 그때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을 3시간씩 인터뷰 하고 그랬습니다. 그 일 덕분에 폴인과 스티비를 거쳐 Notion 한국 지부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Notion 커스토머 스토리 작가로 일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주욱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인터뷰는 뭐랄까... 저의 음... 핵심 먹거리이자 본업 중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럼 디자인은 어떻게 하게 되었냐. 처음 일을 시작 하던 때에 돈을 모아보니 책을 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출판편집을 배웠습니다. 그 뒤에는 더 예쁘게 만들고 싶었고요. 디자이너를 고용할 돈은 없어서 직접 하게 됐는데, 제법 타이포그래피가 재미있어서 파다보니 서체 디자이너 이용제 교수님을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지식을 글로 정리하고 싶어하시길래 정리해 드린다는 명목으로 수업도 많이 들었고, 책도 엮었습니다. 나중에는 북디자인도 했고요. 그런 과정 사이사이에 이런 저런 책들도 많이 만들고 하다보니까, 디자인 업무도 종종 들어와서 편집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짜잔!)


편집과 디자인을 맡았던 “세로쓰기 현재”, 2024 언리미티드 에디션 활자공간 부스에서 찍음.


근데 쓰고보니까 너무 밥아저씨 같은 설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진짜 엄청난 귀차니스트에 집순이거든요. MBTI도 INFJ로 외향적이지도 않습니다. 혼자 노는 거 정말 좋아해서 대학생때 별명이 단호박이랑 장미칼이었어요. (어, 장미칼을 모르는 분들도 있을 거 같아서 설명드리자면... 아냐, 너무 나이들어 보여서 생략할래요. 찾아보세요.)


근데 사실 장미칼은 과장광ㄱ…


맨날 놀자는 거 거절하고 집가는 애였죠. 그만큼 뭔가 막 눈에 뛰려고 적극적으로 제 텐션을 올린 적은 없습니다.


대신 수업을 듣거나 개인적인 면담을 요청해서 이런 저런 고민을 얘기하다가 "00을 하면 좋을 거 같은데 왜 안 하세요?"라고 질문해 본적은 있습니다. 사실상 질문을 빙자한 제안같아 보이긴 하는데, 전 정말 궁금해서... 아무튼 그러다 보면은 "해보실래요?"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대체로 안 해본 일이긴 한데, 그냥 기세로 했습니다. 재미있을 거 같기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으니까?


그게 저의... 예... 방법이었습니다. 매번 이렇게 제가 했던 작업들과 그 방법을 다룰 건데, 오늘은 전체적인 제 업(그 조차도 제가 만든)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라서 뭘 어떻게 한 것인지를 간단히 얘기해 보았습니다.


(안 간단한 거 같아서 하는) 요-약


제가 생각하는 제 성장의 중요한 인사이트를 뽑자면, 포트폴리오나 학벌, 뭐하나 그렇게 튀지 않는 내향적 집순이가 프리랜서로 잘 자리잡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랑 비슷한 집순이는 모두 집중하십시오.) 그냥 좋아하는 거 하세요. 근데 잘하려고 해보세요. 마치 실무를 하는 사람처럼 몰입하고 더 완벽한 결과를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해 보세요. 그리고 그 고민을 용기내서 사람들과 나누세요.


물론 처음에는 '감히 내가?'라는 생각도 들고, 뭐 특별한 커리어가 있는 것도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과몰입해도 되나 싶을겁니다. 하지만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적은 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걸 배우면서 알아갈 기회가 찾아올 거고요. 딱히 나가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래도 다른 것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고양이 손,이었던 것)


if you don't know where you're going,
any road will take you there.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으면, 어떤 길로 가도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온(것으로 유명한, 하지만 사실은 핵심 메세지만 편집해서 퍼진) 명언입니다.


어딘가로 가야 한다. 그저 '프리랜서 용역'으로만 남으면 안 된다. 이건 저한테 굉장히 분명했어요. 하고 싶은 게 많은 만큼 방향도 여러 갈래로 존재했죠. 되는대로 걸었어요. 전 정말 되는대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걸었어요. 그렇게 닿게 된 곳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곳.


물론 이건 저의 Theory에 그치지 않습니다. 제게 있어서는 증명되었기에 말할 수 있는. 다만 제 언어는 제 세계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고, 타인의 세계는 그의 말을 들어봐야 알 겁니다. 뭐, 언젠가는 그 고민을 제가 들을 날도 오겠죠. 제가 누군가에게 고민을 말했듯.


하지만 일단 지금은, 그저 제 일의 증명을 잘 정리해서 해 내고 싶습니다. 너무 오래 그저 달려오기만 해서요. 편안한 곳에 왔으니, 다시 돌아보며 정비해 보려고 합니다. 겨울은,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마무리 하기 좋은 계절이니까요.



제가 더 궁금하시다면 여기로.

인스타그램 @anony.minju

메일 shinthepon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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