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끝마친 엄마가 택배를 보내주셨다. 갓 담근 물김치, 굴김치부터 신혼 부부의 밥상을 책임질 다양한 반찬까지. 얼마나 많이 보내주셨는지. 신랑이 반찬통에 옮겨 담는 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했다. 퇴근해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엄마표 반찬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어찌나 든든한지, 이 반찬들만 있으면 매일 저녁 국 하나만 끓여 신랑과 저녁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어묵볶음부터 장조림 그리고 내가 엄마에게 부탁했던 여러 가지 반찬들이 두둑하게 있으니, 앞으로 2~3주간의 반찬 걱정을 덜어낼 수 있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비록 회식 탓에 배가 불렀지만, 그래도 엄마표 반찬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냉장고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반찬을 꺼내고 맥주까지 챙겼다.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써머스비 맥주. 어묵볶음과 장조림을 포크로 찍어 먹으며 맥주를 즐겼다.
엄마가 보내주신 반찬을 품에 안고 거실로 달려오는 나의 모습을 바라본 남편은 "자기야, 지금 참 행복해 보여"라고 말했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답한 나는 남편과 함께 계속해서 맥주 한 모금에 반찬을 왕창 먹으며 행복에 취했다. 비록 살은 찌겠지만, 당장 이 순간 행복하게 중요한 나는 자정이 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맥주를 마시고 반찬을 먹었다.
서울에서 퇴근하고 천안으로 달려오면, 사실 평일엔 남편과 함께 대화를 나눌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빠듯한 시간 속에서도 어떻게든 여유를 내어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부단히 애쓰고 있다. 매일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종종 남편과 함께 이런 시간을 가지며 일상을 공유할 것이다. 때로는 술의 기운을 빌려 고마움을 전하고, 섭섭함을 토로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서로만 바라보며, 행복하게, 기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