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참 신기한 존재다. 더디게 흐르는 것 같다가도 또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가기도 하니까. 새벽에 일어나면 몰려오는 피로에 도대체 언제쯤 쉴 수 있을까 싶지만, 우렁차게 우는 아이를 달래고, 수유를 하고, 이유식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히다 보면 어느새 다시 밤이 찾아와 있다.
밤이 되면 나는 물미역이 된다. 묵직한 기저귀가 나뒹굴고 뚜껑이 반쯤 열린 물티슈가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거실에서 땀에 젖은 머리칼을 흩날린 채 주저앉는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이 피곤하지만, 간신히 몸을 일으켜 소파로 가서 팔을 뻗는다. 그리곤 팔 닿는 곳곳에 둔 책을 집어든다. 잠든 아이 때문에 불을 밝히진 못하지만, 작은 수유등에 의지해 책을 읽는다.
요즘은 주로 소설책을 읽는데, 읽는 순간만큼은 ‘엄마’가 아닌 온전한 내가 되어 소설 속 세계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몰려오는 졸음에 눈꺼풀이 반쯤 감기는 상황 속에서도 최소한 한 챕터는 읽고 자려고 애를 쓴다. 목표한 양만큼 읽고 자면 몸은 무거워도 마음은 가뿐하다. 단 30분이라도 아이가 아닌,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는 뿌듯함과 안도감이 드니까.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선 엄마만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자신을 돌아볼 찰나의 여유조차 없이 오직 아이에게만 매달리면 육체적 피로도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까지 사라진다. 이는 곧 짜증이나 화로 이어질 테고, 그 부정적인 영향은 아이에게로 향할 확률이 높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숱하게 겪었기에 가급적이면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다. 책을 읽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그냥 소파에 드러누워 천장을 보며 고요함을 즐긴다. 이렇게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나면 좀 더 사뿐한 마음으로 다시 ‘육아’ 전투에 참전할 수 있다.
주변에 둘러보면 하루 종일 아이한테만 매달려 있는 엄마들이 있다. 물론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고, 처한 상황도 제각기 다르겠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시간을 단 30분이라도 가져보길 권하고 싶다. 아이가 깊이 잠든 틈을 이용하거나, 혹은 잠시 홀로 노는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