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빵집의 첫날
조용하던 골목에 시끄러운 소리가 퍼진다.
소리가 잦아들며 오븐에 불이 지펴지자 빵 굽는 냄새가 거리로 퍼져나갔다.
아침의 피곤함에 지쳐있던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코에 힘을 주며 얼굴과 마음의 주름을 편다.
어쩌면 이렇게 향기가 좋을까, 처음 그 냄새를 맡는 사람부터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구워져 나왔다.
향기를 맡은 사람들은 그렇게 아침의 새로운 불안을 잠시 잊었다.
밝은 햇빛에 가려졌지만 자연과 사물의 이치대로 인사하는 별들의 움직임이 빵집에서 가까운 거리만큼 사람들에게 느껴졌다.
그 평안한 자전과 공전은 오래전 선생님께 배웠던 원리였다.
아주 가끔 선생님은 역시 그 위의 선생님에게서 배웠다던 가장 중요한 법칙을 언급했다. 그때는 항상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느리고 가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전해주려던 열기와 무게가 담겼다.
하늘로부터 들리고, 별빛에서부터 보이는, 우주에서 태어나 퍼지는 수많은 지혜들이 닿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로 하여금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만
대부분의 힘과 법칙들은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되어있지 않았기에 적은 수 만이 발견과 실패를 모으고 추렸고, 그렇게 지혜를 모아 온 마법사들은 다시 얼마 안 되는 이에게만 깨달음을 남길 수 있었다.
우주의 지혜를 세상에 들려주는 방법은 각자마다 방법이 달랐다.
별무리만큼 서로 다른 사람 사이의 특징이 그 이유였기에 선생님의 가르침을 곧 잘 이해해도 그 방법을 발견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선생님을 떠난 뒤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뒤에야 지금의 빵집을 열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 구워내는 첫 빵에 그 지혜와 감정을 실험적으로 넣어보고 있다.
청명한 하늘만큼 멀리서부터 전해지는 그 소리가 어지럽지 않게 잘 쌓이고 있던 걸까.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일수록 그 진한 빵 냄새에 더욱 잘 끌릴 것이 틀림없었다.
멀리서 아이 하나가 달려왔다.
반대편 거리를 가리키는 보호자의 손에서 동동거리던 아이가 결국 빵을 얻어낸다.
빵을 한입 베어 문 아이는 환한 얼굴이 됐다.
보호자는 그제야 속도가 느려진 아이의 손을 잡고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멀어져 가는 둘의 대화가 옅게 퍼지는 빵 냄새처럼 골목을 맴돌았지만
보호자의 그렇게 맛있냐 뭐가 들었냐는 물음에 아이의 대답은 향기보다 더 또렷하고 진했다.
"별이 들은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