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타마을 이야기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섰다.
아리타로 가는 기차표를 따로 예매해두거나 기차시간을 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가역에 도착해 기차표를 구매하고 출발 전 잠깐의 여유가 있어 역내 편의점으로 향했다. 가히 편의점의 나라라고 할만큼 다양한 상품들이 매대에 가득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샌드위치와 커피를 집어들고 플랫폼으로 가 기차를 기다렸다.
플랫폼 한 쪽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동상이 있었는데, 들고 있는 물고기의 머리쪽만 닳아있었다. 사람들이 뭔가를 기원한다는 뜻이겠구나 생각하며 나도 마음 속으로 원하는 바를 떠올렸다.
곧 내가 탈 기차가 1분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제시간에 도착했다. 역시 시간 약속이 철저하구나 생각하며 기차에 발을 디뎠다. 내 기차표에는 좌석 번호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 고민하다가 그냥 비어있는 좌석에 앉기로 했다.
편의점 표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창밖을 보니 우리나라의 기차여행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보였다. 낯선 일본식 집들과 너른 논밭, 기다란 전깃줄. 여행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풍경이었다.
자그마한 기차역에서 내려 곧장 밖으로 나가보니 아기자기한 마을의 모습과 함께 빨간색 컨테이너 모양의 인포메이션 센터가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냐고 물어보았는데, 직원은 자전거 렌탈 뿐만 아니라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아리타 마을의 구석구석을 친절히 설명해주었고, 다양한 관광 리플릿을 두 손 가득히 건네주었다.
보증금 1000엔과 요금 1000엔을 내고 자전거를 빌려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다. 전동자전거였기 때문에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별로 힘들지 않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며 구경한 마을의 모습은 참 조용하고 평온했다. 길을 잃어도 당황하고 겁먹기보다는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길을 물어보며 그대로의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정말로 친절하고 따뜻했다. 나는 아리타 마을이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마을 구경을 하며 자전거를 타다가 도산신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산신사에는 임진왜란 시절 일본으로 끌려간 수많은 도공 중 한 명인 이삼평 선생이 모셔진 곳인데, 그는 아리타를 비롯한 일본의 도자기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여겨진다고 한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만한 기찻길을 지나 도잔신사 입구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