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오 이야기
아리타역은 작은 시골 마을 기차역이다. 바로 옆엔 오밀조밀 집들이 모여있고, 건너편 철조망 너머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배웅하는 이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기차를 타고 15분 쯤 달리자 곧 다케오온센역에 도착했고,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갔다.
오늘 다케오에서의 숙소는 <센트럴 호텔 다케오>. 기차역 바로 앞에 위치해있다.
다케오 구경을 시작하기 전 미리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기로 했다.
후기에서 본대로 방은 아주 작았다.
세미더블룸이라고는 하지만 혼자 쓰기에 적당한 침대 크기와 아담한 화장실.
하지만 일본 어디에 가도 그렇듯 깨끗하고 단정했다.
다케오에서의 숙소가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준다는 점이다.
비록 전동 자전거는 아니었지만, 근처에 유명한 곳들을 둘러보기에는 충분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다케오 신사였다.
자전거로 10분 정도 달리니 신사 입구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아마 오래된 돌을 좋아하나보다 생각했다.
돌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변하지 않지만, 이끼로 인해 그 시간의 흔적이 남기도 한다.
무생물인 돌에 살아있는 이끼가 붙어 그 세월을 보여주고 있었다.
운치있는 돌담을 지나 신사로 들어가는 계단에 올라섰다.
해가 슬며시 질 준비를 하는 시간대,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계단 위에서 잠깐 숨을 고르게 쉬었다.
무슨 행사가 있는 날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사에 모여있었다.
추측하건데 소원이 적힌 흰 종이가 가득히 매달려 있었고, 사람들은 그 앞에 두 손을 모아 기원했다.
많은 이들의 소망이 한 데 모여 있는 공간.
어딘가 신비로운 문을 지나자 감탄이 나올만큼 커다란 대나무 숲이 펼쳐졌다.
대나무는 우리나라 담양에서 보았던 것 보다 훨씬 컸는데, 얼마나 높은지 사진을 찍는 화면에 다 담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이런 대나무 숲길 끝에 나타난 것은
3,000년 된 녹나무였다.
감탄이 나왔다. 이 거대하게 살아있는 생명체에는 긴 시간의 힘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3,000년 이라는 세월은 얼마나 긴 시간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때마침 해가 황금빛을 띠며 나무와 숲 뒤로 조금씩 지고 있었는데, 이 나무는 이런 시간을 셀 수 없이 많이 지나왔을 것이다.
이렇게 긴 시간을 지닌 존재는 어딘가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사람들은 나무를 하나의 영적인 존재로 여겨 이 곳에 신당을 만들고 각자의 염원을 빌었다.
나도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한참동안 묵상했다.
신사 구경을 마친 뒤 나오는 길에 커다란 두 나무 사이에 줄이 매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나무 판자 구멍에 돈을 넣고 줄을 흔들며 소원을 비는 것이라 생각해,
나도 동전을 넣고 소원을 빌며 조심히 줄을 당겼다.
줄에 달린 수십개의 방울에서 짤랑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퍼져나갔다.
다케오 신사 건너편에는 유명하다는 시립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은 우리나라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아름다운 도서관 모습이 펼쳐졌다.
물론 별마당 도서관은 이보다 더 큰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도서관의 기능보다는 관광지라는 느낌이 강했었다.
반면에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분명 도서관이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팟도 1층 구석에 한 곳, 2층 구석에 한 곳으로 엄격히 정해져 있었고, 그 이외의 공간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다. 내부에 스타벅스가 하나 자리하고 있긴 하나 과하게 번잡하거나 시끄럽지 않게 운영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고 있었고, 엄청난 양의 책들이 카테고리별로 정렬되어 있었다. 내가 사는 곳에도 이런 도서관이 있다면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밀크폼 라떼를 주문해 밖으로 나와 사진을 찍었다.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를 마시며 도서관 한 곳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다음은 유메타운으로 가서 기념품을 사고 저녁식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