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도시, 포카라 두 달 살이
긴 비행 끝에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꽤 더웠던 낮 시간, 공항에 나를 픽업하러 온 호텔 차량을 타고 카트만두 시내를 바라보니 6년 전 호기롭게 혼자 네팔 여행을 떠나왔던 기억이 겹쳐왔다.
그때의 설렘, 흥미로움, 기대감 등이 다시금 느껴졌다. 마치 추억 여행을 떠나 온 듯한 느낌이다.
두렵고 걱정스러웠던 것에 비해, 막상 네팔에 도착해 현실을 맞닥뜨리니 여전히 내 안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출발 전, '어쩌면 더 이상 어떤 것도 새롭게 시작할 수 없을 만큼 나의 에너지가 소진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와서 역시 추억의 장소인 식당 '축제'에 가서 밥을 먹었다. 이곳의 걸리안 사장님은 한국어를 아주 유창하게 하시는데, 음식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을 위한 버스 예매나 트래킹 준비, 환전 등 많은 것들을 도와주신다. 나 역시 이곳에서 다음날 포카라로 향하는 버스를 예매하고 환전도 했다.
식당에서 나와 천천히 타멜 거리를 걸었다. 예전에 비해 거리가 많이 깨끗해졌다.
이런저런 상점들을 구경하다가 숙소 근처에서 커피도 한 잔 마셨다.
한참을 걷다가 날이 어두워지기 전 숙소로 돌아왔다. 카트만두에서 하루 머무는 숙소는 호텔이라는 이름에 비해 시설이 몹시 소박했지만, 직원들의 친절함 만큼은 고급 호텔 못지않았다. 저녁으로 호텔 식당에서 고르카 맥주와 함께 네팔식 만두 모모를 먹었다.
이제 내일 장시간의 버스 이동만 잘 견뎌내면, 지난 몇 년간 가슴속에 남아있던 추억 속 포카라에 도착한다.
한동안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걱정과 고민은 막상 그 현실을 마주했을 때, 내 머릿속의 그것보다 훨씬 작아져있기 마련이다. 너무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 허탈할 때 마저 있다. 그러니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마주해야 하고, 마주하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 침대에 누워 머릿속으로 걱정만 하는 것은 모든 것을 악화시킬 뿐이다. 물론 준비와 계획 없이 무조건 움직이기만 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다만,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계획하되, 거기에 갇혀 정작 아무것도 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휴식과 게으름은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