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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구 Feb 10. 2023

네팔에 돌아왔다.(3)

평화로운 도시, 포카라 두 달 살이

아침 7시 버스를 타야 하는데, 약간 늦잠을 잔 탓에 서둘러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섰다. 

커다란 캐리어를 끈 채,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타멜거리를 바쁘게 걸었다. 

겨우겨우 버스 탑승 장소를 찾아 7시 5분 전에 도착했는데, 비슷한 버스들이 도로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내가 탈 버스 이름은 '자가담바'였는데, 현지인들에게 "자가담바?"라고 물으니 다들 일제히 앞을 가리켰다.

긴 버스 행렬 가장 앞까지 또 부지런히 뛰듯이 걷는데 뒤에서 네팔인들이 외쳤다.

"비스따리, 비스따리(천천히)."


빨리빨리의 민족으로서 익숙하지 않은 말이었으나,

이곳은 네팔이다. 버스는 결코 정시에 출발하지 않는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 것이고, 하나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항공편은 90달러, 버스는 가장 비싼 것이 20달러 정도이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버스를 이용해야겠지만, 네팔의 도로는 몹시 거칠고 험하다.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그것도 종종 아찔한 절벽길로 무려 9시간에서 10시간가량 이동해야 한다. 


열악했던 자가담바 버스

사실 나는 이번만큼은 버스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팔로 떠나기 바로 며칠 전 내가 탈 바로 그 국내선 비행기가 추락하는 큰 사고가 있었다. 한국인 승객을 비롯해 수십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였다.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 모두 나의 네팔행을 걱정했고, 나 역시 무서운 마음이 들어 고민 끝에 비행기가 아닌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여러 버스들 중에서 시설이 가장 좋고, 과거에도 이용한 경험이 있는 버스였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아주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6년 전 자가담바 버스는 좌석 간 간격도 아주 넓고 내부 역시 꽤 깔끔했다. 그런데 6년 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좌석 앞 뒤로 아주 조금의 여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너무나 지저분했다. 와중에 승객이 조금씩 늘어나더니 한 자리도 남김없이 꽉 채운 상태로 지옥의 10시간 이동이 시작되었다. 그중 외국인 승객은 나뿐이었다. 옆자리 네팔인은 내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고, 전혀 편하지 않은 자세로 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게다가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흙먼지를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중간에 들린 휴게소에서의 식사

휴게소는 또 어찌나 자주 들리던지, 그 시간만 줄여도 1시간은 일찍 도착하지 않을까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아마 버스 기사가 휴게소로부터 일정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긴 고통의 시간 끝에, 조금씩 포카라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도 지쳐있어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그저 살짝 보이는 설산들을 보며, 드디어 도착해 가는구나 생각하며 안심했다.


나와 짐가방 모두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포카라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호객을 하는 택시기사와 흥정할 힘도 없이 그저 택시에 몸을 실었다. 


드디어 도착한 추억의 숙소, 윈드폴

택시를 타고 숙소 바로 앞에 내리자, 1층에서 쉬고 있던 게스트들과 숙소 사장님, 사모님께서 맞이해 주셨다. 사모님께서 조심스레, "효정 씨?"하고 물어보시자 나는 너무나 행복해 함박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6년 전 이곳을 떠나는 날 나를 안아주던 사모님 품에서 울던 기억이 생생했다. 돌아온 윈드폴은 조금도 변함없이 그곳에 있었다. 


그때 함께 있었던 친구와 두 달 반 전에 결혼하고 왔어요,라고 말하자 사모님은 "어머 정말?" 하시며 몹시 기뻐하고 축하해 주셨다. 사람들의 따뜻한 환영에 이동하면서 고생했던 피로가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6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윈드폴을 지키고 있는 개, 깜부. 놀랍게도 사실 이 집 개가 아니다.
먼지가 잔뜩 묻은 옷들을 깨끗하게 빨아 널고, 내 방에서 바라본 풍경. 아름다운 페와 호수가 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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