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는 SF 옴니버스 드라마로 미디어와 정보 기술 발달의 폐해와 부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드라마는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풍자와 반전을 통해 비판한다.
시즌 5는 총 3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 시즌 또한 가까운 미래 혹은 작금에 있을법한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1화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Striking Vipers)
대니와 칼은 대학교 때부터 함께 어울리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이다. 그 당시에 그들은 격투 게임인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즐겨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후 11년이 흐르고 대니는 대학 시절 여자 친구 시오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고, 칼은 여전히 미혼 생활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대니의 생일잔치에서 칼은 선물로 그들이 함께 즐겼던 게임의 최신 버전을 선물해 준다.
새로운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둘은 언제나 고르던 캐릭터 들을 고르게 되는데, 대니는 남자 캐릭터 랜스, 칼은 여자 캐릭터 록 셰트를 항상 플레이한다. 현실감 넘치는 게임에 대니는 감탄하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뭐에 홀린 것처럼 그 두 캐릭터는 서로 키스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심한 거부 반응을 보인 대니였지만 게임을 계속할수록 가상현실 속에서 두 캐릭터는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고, 가상현실의 행위는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자신과 더 이상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 대니를 보며, 시오는 외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울분을 토하고, 대니는 더 이상 게임에 접속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칼과의 연락도 끊게 된다. 그러다 7개월 후 칼은 대니에게 딱 한 번만 마지막으로 게임 속에서 만나자고 제안하고, 그 둘은 게임에 접속해 게임 속에서 관계를 가진다. 그러나 관계 중에 칼은 캐릭터의 모습으로 "사랑해"라고 말하고, 대니는 현실에서 칼과 만나자고 하며, 몸 다툼을 벌인다.
경찰서에서 대니를 데리러 온 시오는 이유를 추궁하고 대니는 모든 사실을 말하게 된다. 그 후 대니와 시오는 대니의 생일마다 서로가 외도를 할 수 있게 합의한다. 시오는 반지를 숨기고 바에서 젊은 남자를 만나고, 대니는 칼과 게임 속에서 캐릭터의 모습으로 만나며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처음 봤을 때 상당히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에피소드였다. 흘러가는 스토리가 예상치 못했던 점도 있지만, 동성의 친구가 가상현실에서 이성으로 만나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가 아닌 무언가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대니는 아내 시오를 사랑하고 가정을 위하지만, 시간이 흘러 무뎌진 건지 예전처럼 육체적으로 크게 끌려하지 않는다. 그러다 가상현실에서 처음으로 맛본 쾌감을 잊지 못하고 더욱더 빠져들게 된다. 이 모습은 드라마에서 현실 세계가 가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쾌락 추구를 비판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욕구불만에 싸여있는 현대 사회가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해소하고 싶어 하는가를 보여주려던 게 아닌가 싶다.
2화 스미 더린 (Smithereens)
작중에서 스미 더린 은 영국 최고의 소셜미디어 회사이다. 그리고 그 본사 앞에서 택시 운전사 크리스는 항상 태울 고객을 찾고 있다. 그는 젊은 흑인 직원인 제이든이 택시에 타고 그가 스미더린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납치한다. 당황하는 제이든에게 총을 겨누며 회사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빌리 바우어에게 전화하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제이든은 그저 갓 시작한 인턴일 뿐이었으며 따라서 당연히 바우어의 번호를 알리가 없다. 틀어진 계획에 당황한 크리스는 우왕좌왕하게 되고, 그 모습을 경찰에 들켜 결국 제이든을 납치한 채로 쫓기게 된다.
도주 중에 차도 고장이나 결국 어느 시골의 논밭 한가운데서 멈추게 되고 크리스는 경찰들과 대치하게 된다. 그는 경찰에게도 협박하며 빌리에게 연결시키라고 하고, 스미더린의 경영진은 이 사실을 알고 크리스의 신상 정보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크리스는 전직 교사로서, 약혼자까지 있던 촉망받는 사람이었지만, 음주운전 사고로 약혼자도 잃고, 어머니도 최근 병사하여 모든 걸 잃게 된 사람이었다. 인질 협상가를 써도 아무 효과가 없자 스미 더린 경영진은 결국 빌리에게 연락하고, 빌리는 크리스에게 스스로 연락을 한다.
크리스가 빌리에게 밝힌 사실은 음주운전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자신이 스미 더린 앱을 운전 도중에 계속 보다가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난 다른 차량에 음주운전자가 타고 있었고, 자신의 잘못을 그렇게 묻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실은 계속 그를 짓눌렀고, 결국 진실을 바우어에게 밝히고 자살로 끝을 맺으려 했던 것이다. 만류하는 빌리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살을 결심하고, 제이든을 그대로 놓아주지만, 자신의 삼촌도 자살하여 가정이 박살 났던 제이든은 빌리의 총을 빼앗아 그의 자살을 막으려 한다. 멀리서 지켜보던 경찰국장은 크리스가 제이든을 공격하는 것으로 인지하고 저격을 허가, 두 사람이 엉켜있는 가운데 저격수는 총을 쓰고 장면은 거기서 끝난다. 그 후 세계 스미 더린 사용자들에게 사건의 결말이 전송되지만, 사람들은 그저 흘끗 쳐다볼 뿐, 바로 하던 일에 집중한다. 결국 어떤 결말이 제이든과 크리스에게 닥쳤는지 우리는 알 수 없는 채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이번 에피소드는 근 미래가 아닌 현재에서 생길 수 있는 소재로 풀어나가고 있다. 드라마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태도, 그리고 빌리의 말에서 나오듯, 창립자도 더 이상 제어하기가 힘든 소셜 미디어의 부작용과 무서움을 건조한 모습으로 비쳐주고 있다. 실제로도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특히 소셜 미디어 앱에 큰 의존을 하고 있고,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다. 과연 그것이 괜찮을까, 이대로 사람들이 현실보다 소셜 미디어에 의존하며 사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물어보고 있다. 나 또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면서 한 때 매 시간, 매 분마다 앱을 확인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궁금해했던 시기가 있기에 단순히 흥미로만 넘어갈 수 없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