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폭력, 구타, 폭행이라는 단어를 적어야 하나?라고 고민하다가 주먹다짐이라는 단어가 생각나 다행이었습니다. 농구 레슨 중 시비가 붙어서 두 아이가 싸우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중1 친구가 초6 친구를 일방적으로 때린 일입니다.
농구 레슨을 5년 동안 운영하면서 주먹다짐이 생긴 일은 처음입니다. 그만큼 저 역시 너무 당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하면서 제가 어떻게 중재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배경
아이들끼리 팀을 나누어 경기를 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라고 시켰습니다. 그리고 잠깐 물먹으러 체육관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데, <중1 A> 가 <초6 B>를 주먹으로 때리고 있었습니다. 보자마자 바로 큰 소리로 싸움을 말리고 바로 둘을 밖으로 데리고 나왔습니다.
상황 파악
먼저 주먹으로 B를 때린 A에게 물었습니다.
- 코치 : 왜 B를 때렸어?
- A : 제가 형인데 B가 반말로 야라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삿대질했어요.
- 코치 : 그게 이유야? 단지 반말로 해서 주먹으로 때린 거야?
- A : 그 전에도 계속 B가 제게 반말하고 버릇없게 행동했어요.
- 코치 : B, 넌 왜 A에게 반말하고 삿대질했어?
- B : 저는 형이 그냥 편해서 그냥 말한 것뿐이에요.
상황 파악을 해보니, B가 동생인데 A에게 반말로 손가락을 가리켰고, 평소 감정이 쌓인 A가 B를 갑자기 때린 것이었습니다.
중재
- 코치 : A야, 아무리 그래도 어떤 이유에서건 폭력은 안돼. 아무리 동생이 기분 나쁘게 해도, 네가 형이라는 이유로 때릴 수는 없는 거야. 네가 화나면 '반말 기분 나빠 하지마'라고 얘기했으면 됐잖아. 맞지?
- A : 네 맞아요.
- 코치 : B야, 너도 형한테 반말하고, 기분 나쁘게 행동하면 안 돼. 1살 형한테 기분 나쁘지 않게 예의 있게 행동해야지. 너도 잘못 있는 거야. 그렇지?
- B : 네 저도 생각해보니 잘못한 것 같아요.
(절대 아이들에게 다그치듯 얘기하면 안 됩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해야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전달이 잘 됩니다. 아이들이 싸웠다고, 농구코치 또한 그 상황에 동요되면 안 됩니다. 그 상황과는 별개로 차분한 태도가 좋습니다.)
화해
- 코치 : 둘 다, 어느 정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 먼저 동생을 때린 A부터 사과하고 다신 이런 일 없겠다고 약속해. B도 형이 기분 나쁜 말과 행동은 사과하고 앞으로는 조심하도록 약속해.
공표
- 코치 : 얘들아 다 모여봐. (레슨에 모든 친구들을 불러모았습니다.) 내 레슨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폭력과 욕설은 안돼. 만약 그런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는 내 농구 레슨을 할 수 없어. 이 자리에서 모두 약속해. 앞으로 폭력과 욕설은 하는 친구는 본인 스스로 레슨을 그만두겠다고.
항상 얘기하지만 농구 잘하는 거 상관없어. 여기서 농구선수할 사람 아무도 없잖아. 우리는 그저 친구들과 재밌게 농구를 즐기면 되는 거야. 만약 화나는 일이 있다면, 그 친구에게 정중하게 얘기하고, 그래도 계속 그런다면 나한테 얘기해. 그럼 내가 해결해 줄테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농구 레슨에서 폭력과 욕설은 없어. 어떠한 이유에서건 용납할 수 없는 문제야.
폭력과 욕설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고
아이들에게 단호하게 얘기했습니다.
부모님 연락
- 코치 : 안녕하세요 농구코치입니다. A와 B가 레슨 도중 싸우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편하신 시간에 연락 주세요.
부모님께 상황 설명을 드렸습니다. 다행히 두 어머님 모두 이해하고 죄송하다며 말씀해주셨습니다. 맞은 B 어머니는 아이가 먼저 집에 와서 얘기했고, 본인이 잘못한 걸 인정한다고 하시며 받아들이는 모습이셨습니다. 그래서 많이 놀랐을 아이를 잘 챙겨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때린 A 어머님도 많이 죄송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너무 죄송하다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B 어머님께 직접 사과드리고 싶다며 연락처를 물어보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 문제는 아이들끼리 해결하는 게 좋고, 부모님이 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이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그 실수를 반성하고 뉘우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단, 두 번의 기회는 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농구 코치의 덕목
농구코치로서, 혹은 삶의 선배로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지도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싸울 수 있습니다.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상대방의 배려를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사회 구성원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가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농구코치이자 어른인 사람이 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먹다짐을 계기고 두 친구가 더 배려하고 도와주면서 더 즐거운 농구 레슨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