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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힐러 루이 Dec 10. 2018

20. 임원인사, 그리고 불편한 진실

젊은힐러의 직장인 스토리 #20


어떤 사람이 임원이 될까?

임원인사 속 숨겨진 불편한 진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임원의 길.


'나는 임원이 될 거야'라는 젊은 꿈을 품고 신입사원부터 살신성인하는 부류들이 많았지만 사회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글로벌 기업인 필자의 회사도 여김 없이 12월의 '차가운 크리스마스 전야제(?)'를 맞이한다. 바로 임원인사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이곳을 기준으로 하면 사원(4년) → 선임(4년) → 책임(8년) → 수석(6~8년) 연구원의 시간을 보낸 후 발령된 임원인사에 따라 상무이사로 승격을 하게 된다. 장정 20년 이상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야만 바늘구멍 같은 승격에 기회라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7~8년간의 회사생활을 해오면서 대략 임원승격 기회가 주어지는 회사생활의 1/3 정 시간을 보내왔다. 짧다만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개인적인 눈으로 직접 본 상무이사의 자격조건에 대해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1. A그룹장의 임원승격


저번 주 부서 내 파트 단체 카톡방에서 일부 마음에 없는 말들이 오갔다. 그 내용은 실로 이러했다.


'우리 A그룹장님 상무 승격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와~~~ 축하드려요 (영혼 없음)'

'축하드립니다(영혼 없음 2)'


필자가 속해있는 부서 그룹의 장이 임원 이사로 승격했다는 전보였다. 물론 이를 전한 이는 일전 칼럼에서 얘기했던 해당인의 정치 라인 속 일원이었다. 조직원들은 적잖이 충격에 휩싸였다. 일부 인원은 '역시 세상에 정의는 없다'라는 말과 함께 알코올 흡입으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대체 A그룹장은 어떤 사람이었길래 이토록 좋은 날 모두의 축복을 받기 힘들었을까?



자신의 실적을 위해 조직원들을 종 부리듯 부림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기분파

인격모독과 언어폭행의 생활화

겉과 속이 다른 언행 불일치

악한 이미지의 외형


내부적으로 판단했을 때 절대 Leader로 적합하지 않은 인재상이지만 그는 상무이사가 되었다. Fact로만 확인했을 때 그는 본인의 회사 인생에 있어 큰 목표를 하나 이룬 셈이다.




2. 회사의 눈 그리고 진실


수석연구원(부장급)의 생활에서 일부 인원은 조직장, 그룹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면서 2~3년간 리더로서의 자질을 평가(Test) 받게 된다. 필자가 알지 못하는 무수한 영역이 이 리더들의 자질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리더십, 역량, 성과, 평판 등등 실제 회사에서 요구하는 부분들에 대해 적합한 인재상이 12월의 임원인사에 꽃마차를 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부하직원들 모두가 동의할 수 없는 역량의 소유자라도 회사의 눈에서 그는 적합한 인재 커트라인에 들어간 것이다.


어떻게 가능한 일일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필자의 7~8년 회사생활 속 스쳐간 직접적 인연들 중 10명 내외의 보직장들이 임원으로 승격하였고 5명의 임원진들이 회사를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 임원 승격을 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들 중 상당수는 A그룹장의 모습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회사의 눈은 부하직원들과 동일하지 않았다. 실적과 이익이 우선시되는 관료제 사회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부하들을 본인의 방법으로 통제하며 유한 것보다 조금 더 악하고 독 기품은 리더들을 회사는 더 선호하는 것일지 모른다. 착한 리더보다 악한 리더가 실적을 내는데 조금 더 특화돼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리 능력 있고 업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도 너무 착한 리더는 실속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회사를 나가던 5명의 임원 중 한 명이 필자에게 말했다.


'이곳은 깡패들만 살아남는 곳이다'라고.....




3. 착한 자 vs 악한 


'착한 사람은 있어도 착한 정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착하기만 해선 대의를 이루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일반적으로 착한(?) 선배와 나쁜(?) 선배가 있다면 회사생활의 평가와 연봉 상승에 의거하여 누가 더 잘 나간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정확한 통계로 따지긴 힘들겠지만 편파적인 필자는 업적인 능력보다 다른 것들이 우선이라고 확신한다. 회식자리에서 한번 더 꺾는 술잔, 아첨 속 피어나는 웃음, 부하직원을 악함으로 통제하는 모습, 그리고 능력이 덜떨어져도 'Yes'로 일관하는 모습 등이 상급자의 미래에 있어 조금 더 이득을 안겨줄 부하직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착하고 나쁨의 기준은 무엇일까? 영화 트랜스포머의 메가트론 vs 디셉티콘의 대립과 같이 회사에서도 한쪽에 몸을 담아야 하는 것은 지극히 사실이다.


< 정의로운 아군 vs 악인의 특징 >


- 정의로운 아군

자기 자신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 목표가 없다

상대의 꿈을 저지하는 것이 삶의 보람

단독으로 움직이거나 소수의 인원으로 행동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난 이후에 행동

수동적인 자세

언제나 화가 난 상태


- 악인의 특징

큰 꿈과 야망을 안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연구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음

날마다 노력을 거듭하여 꿈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

실패해도 기죽지 않는다

잘 웃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선과 악은 명백히 역할이 배분되어 있다. 하지만 직장생활에서 선과 악을 상기와 같이 비교해보면 누가 옳고 그른지 갑론을박 하기가 어렵다. 확실한 것은 이도저도 아닌 중간보다 악인의 성향이 임원인사에 조금 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저명한 사실이다.




4. 필자의 하루


필자는 회사생활 속 여러 해프닝이 막대한 이유가 되진 않았지만 더 이상 회사에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고 받는 월급 정도의 일을 열심히 해나가고 있다.


12월의 임원인사 다음날 A그룹장을 찾아갔다.

'그룹장님 축하드립니다'라는 짧은 인사와 함께 평소와는 달리 입이 귀에 걸린 그의 얼굴을 보았다. 20년의 고되던 회사생활을 이 하루를 위해 다녔구나 싶을 정도의 여유와 억지 미소로 아침을 맞이하는 그였다. 욕심이 많은 자가 일희일비하고 상관없는 여러 일에 관심을 가지며, 본인의 내적 능력의 향상보다 남의 허물에 더욱 집중한다. A그룹장이 그런 사람이었을지라도 먼 훗날은 또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부하직원 그 누구보다 빠르게 옷을 벗을지, 승승장구할지. 개인적으로 A그룹장이 후자에 속했으면 좋겠다. 필자의 호불호를 떠나서 직속상관이니 나갈 때의 씁쓸함보다는 당찬 모습을 오래 보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부디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시길 바란다.


A그룹장이 보여준 선례로 해당 라인에 있는 차기 그룹장이 또다시 부하직원들을 괴롭히고 실적으로 채찍질하는 때가 올 것이다. 저런 경우가 임원이 되었다는 일종의 예(Case)로 인해 부서 내 악습이 전파되겠지만 필자를 포함하여 각자의 모습을 잃지 않아야 하겠다. 이런 곳이 몸담은 회사라고 나까지 변모할 필요는 없다. 회사 바늘구멍 같은 임원인사 명단에 오르길 원한다면 지금부터 정치를 하라. 한번 더 후배 사원들을 호되게 혼내고 윗선의 눈에 들어라. 술자리에서 한번 더 아첨을 떨어라. 필자는 상기 행동을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행복의 우선순위 안에 포함되지 않아서 임을 잊지 않고 있다.


각자의 인생에 있어 회사에 최적화되어있는 인물들이 존재한다. 본인이 어디에 속하건 회사에서 높은 자리 이상으로 올라가고 있다면 아마 착함보다는 나쁨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당신의 하루는 오늘도 착하셨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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