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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힐러 루이 Aug 11. 2020

03. 회사 내 적을 적이 아니게 만드는 방법

젊은힐러의 직장인 스토리 #23


적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적이 아니게 만드는 방법은 그보다 간단하다




1. 회사 안은 전쟁터


필자는 회사원이다. 회사원이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말, 회사 안은 전쟁터 밖은 지옥. 하지만 밖이 지옥인지까지는 궁금하지 않다. 아직 나가보지 못해서기도 하겠으나 지금 이 전쟁터에서 잡고 있는 총 한 자루조차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라고 했던가? 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것 같 띵언을 대체 누가 뱉어 냈을지 몹시 궁금하다. 그만큼 필자는 회사 안에서 만큼은 나를 최우선적으로 믿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더더욱 각박해진 회사 생활에서 남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관료제 시스템 생계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툭 까놓고 얘기해서 돈 때문에 다니는 회사 아닌가? 내가 받는 평가나 고과에 따라 받는 보상들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에 의도든 의도치 않든 순수했던 신뢰관계에 문제가 발생한다. 총자루를 내려놓고 마음으로 대하더라도 돌아오는 건 총알이 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이 회사라는 전쟁터였다.



2. 단방향의 정의, 적


회사에서 적을 만들지 말라했다. 지만 업무를 하다 보면 이유 없이 나에게 반감을 가지는 사람, 의견 불일치로 감정이 격해지는 사람 등 다채로운 사유로 '적'이라는 관계가 형성된다. 만들고 싶어 만들어진 그런 게 아니다. 상호 협의하 우린 오늘부터 적 1일 차입니다라고 악수하는 그런 황당한 일은 없다. 단지 1차원적이라도 한 사람이 그렇게 느끼기 시작했다면 그 둘은 적대관계가 되는 것이다.


적대감을 가진 누군가를 대하는 것이 여간 편한 일은 아니나 내 옆의 동료, 상사, 후배 그리고 다른 부서의 그 누군가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한 그 사람을 대하는 것만큼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따로 없다.


올해 초, 부서 간의 업무 Role을 정하는 회의체에서 타 부서 과장님 한 분을 처음 만났다. 결론부터 나열하면 필자는 그분과 치열하고 격렬하게 다퉜고 그 순간 우리는 적이 되었다. 그 이후부터 업무 간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협의체에서 대면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기가 빨려버린다. 아무 대화조차 하지 않아도 그때의 순간이 생각나고 내가 말을 던질 때면 꼭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싸우자 모드로 돌변하게 되었다.


업무적 옳고 그름의 논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방향으로 단정 지어진 너와 나의 적이라는 관계는 그냥 짓누르고 이겨버리면 되는 감정 소모의 장으로 전락해버렸다.



3. 집 앞 세탁소 사장님


필자는 세탁물이 쌓일 때 집 앞에 있는 코인 세탁소를 찾는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세탁소기에 자주는 아니나 몇 개월에 한 번씩  문하게 된다. 활기 넘치시는 중년의 여성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인데 약 1년 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그날 첫 방문을 하면서 해프닝이 시작되었다


처음 오셨으면 이거부터 쓰세요


회원가입서 비슷한 종이가 앞을 서성이고 이미 20여분을 기다린 필자의 귀에 조금은 퉁명스러운 명령문이 달갑게 들리진 않았다. 비가 오고 사람이 북적대던 그곳, 사장님의 짜증 정도를 공감해주기 나의 기분 미터기가 너무 멀리간 느낌이었다. 정중히 언짢음을 표한 나나 이후 대뜸 고성을 지르신 사장님이나 누구 하나 잘한 건 없었다. 이미 세탁물을 맡겨버린 터라 찾으러 간 그 순간까지 불쾌감을 전달하셨다.


집 앞에 있는 세탁소가 하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두어 달에 한 번씩은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기억이라도 하듯 매 순간마다 사장님의  불친절함과 퉁명스러움은 감내해야만 했고 그런 몇 회의 방문이 결국 1년이 흘렀다.



4. 인사가 주는 힘


저번 주 토요일 아침, 다시 한번 그곳을 방문했다. 1년 전 그때와 똑같이 장마로 인해 비가 잔뜩 퍼붓는 그런 날이었다. 평소다름없이 필자의 얼굴을 알아보시는 사장님의 눈빛을 읽었지만 왠지 이전의 나와는 다르고 싶었다. 소에 인색하지만 그날만큼은 수천번 거울을 보고 연습한 수줍은 표정을 지어보았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비가 많이 와서 손님 때문에 힘드시죠?


마음속에 삭혀있는 무언가는 언젠가 녹아내린다. 쉽게 풀릴 마음의 벽이 아니라 느꼈었지만 필자가 건넨 한마디에 사장님의 얼굴은 웃음을 띄었다. 처음으로 접하는 사장님의 웃음, 순수함의 결정체와 같던 그녀의 한 모습. 우리가 언제 얼굴을 붉혔냐는 듯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오랜만에 오셨다며 요새 별일 없냐며 안부까지 묻기 시작하신 사장님이 순간 어색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가져온 세탁물들을 내밀었다. 속으로 조금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였으나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기존 세탁비 10% 할인 이벤트 외에도 그녀의 고유권한으로 추가 요금 일부도 받지 않으셨다.


기분이 좋으신 날인가 했다. 그러나 그 생각도 오래가지 못한 것이 필자의 다음 손님에게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무뚝뚝해지셨다. 내가 알던 그 모습으로.



5. 내편보다 적이 아니게만


일본 가마타 히로키 교수의 저서에서 읽은 내용 중에 우리 인간관계 2:7:1의 법칙이 적용된다 말했다. 내 주변 10명이 있으면 그중 2는 나를 좋아하고 7은 관심이 없으며 1은 나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는 내 주변 100명이 있다면 10명이나 나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리고 싫어하는 사람을 나를 좋아하는 사람으만들고자 하면 그 사람에게만 많은 시간을 쏟고 좋은 이미지를 쌓아야 하는데 개인 시간도 한정적인 직장인에게 기회의 가능성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한 번의 어긋남에 원점이 되는 경우가 파다하다.


굳이 내편 혹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다시 말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내 한계 이상의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적절한 웃음, 상대 대한 적대감만 노출하지 않는다면 나를 좋아하지는 않아도 관심 없는 10명 중 7명의 반열까진 올려놓을 수 있다. 마치 웃음과 인사 한 번에 찰나의 호의를 베풀었던 세탁소 사장님처럼 말이다.

 

최근 자주 마찰을 일으키던 타 부서 과장님과 한번 더 접촉할 일이 생겼다. 필자에게 부탁해야만 하는 입장임에도 자존심의 칼날을 세우는 그 과장님께 오히려 너스레를 떨며 정중하게 인사하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드렸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필자를 대한다. 사람이고 인간이기에 가능한 감정 변화일 수도 있겠다.

 

이제는 이해한다. 회사생활에 있어 적이란 단어가 왜 불편한지 또 왜 불필요한 존재인지를. 내 가용 에너지의 10%만 빼내어 웃어보자. 적이 적이 아니게 되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본인을 좋아해 줄지 더 싫어하게 될지 이런 것조차 신경 쓰지 말자. 나는 나대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단지 있는 그대로.


저를 싫어하는 유일한 1명인 당신!

저는 그런 당신을 축복합니다.



< 편파적인 직장생활 시즌 1 전체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heale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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