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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힐러 루이 Nov 10. 2020

14. 회사 업무는 Just like 교통사고

젊은 힐러의 직장인 스토리 #34


교통사고 마냥 훅 들어오는 업무 과실 책임

수직하강 로열티에 좌절하는 직장인들



1. 어보기 힘든 교통사고


지난 일요일,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엄한 상황을 겪었다. 소위 '교통사고'라고 일컫는 자동차 사고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상황 자체로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골목길에서 앞 차를 주시하며 운전하던 도중 주춤하는 앞차에 맞춰 정차하게 되었다. 5초가량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 앞차는 후진등을 양 사이드로 밝히며 '풀 액셀'로 후진하기 시작했다. "빠아아 앙~~~" 하는 클락션 소리가 무색하게 거침없이 돌진하여 필자의 차를 들이받아 버렸다. '악'하는 외마디 비명을 뒤로하고 10초간 멍하니.......

  




뒤에서 추돌하는 교통사고를 통상적으로 많이 경험하지만 이렇게 대처할 틈도 없는 앞 차량의 후진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블랙박스라는 카메라가 없었더라면 서로의 보험사에 필자가 뒤에서 충돌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생겨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험사 직원 2명을 둘러싸고 토론하는 이 상황이 낯설지 않아 곰곰이 생각해보던 찰나 겪었던 회사 업무의 케이스도 많은 유사함을 띄고 있었다.



2. 나의 교통사고 같은 회사 업무


필자의 업은  특정 상품에 대한 품질을 점검하고 품질 SPEC에 의거하여 벗어나지 않는 경우 해당 물품들을 고객에게 정상 출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0년째 업을 진행하면서 수많은 업무 관련 경험들이 있었지만 교통사고도 순식간이듯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사고나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맡고 있는 업이나 직종에 따라 문제의 상황은 다양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담당하고 있던 업에 대해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발생는 것이다.


양품이라고 판매된 물건들이 품질적으로 이상이 있다면 그건 필자의 책임이 맞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상황은 좀 다르다. 양품이 맞지만 양품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은 근거 없는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품질적인 문제보다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고 해당 원인과 관련 부서들이 1차 검토되었던 상황에서 품질적 발생보다 훨씬 이전의 문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유관부서들은 자신들의 잘못 보다 후속에서 발견 못한 필자의 탓이라고 외쳤다. 피부 속에서 암이 발생했는데 피부 겉이 검다는 이유로 '내과'에서 확인 못한 전체적인 문제를 '피부과' 탓하는 것과 동일했다. 피부가 조금 검다고 불량품입니다라고 판단했던 근거가 없고 근본적인 내적 검사가 이루어져야 할 상황이었음에도 하나같이 화살은 필자에게 향했다. 마치 앞에서 박은 가해자가 내가 뒤에서 충돌했다고 외치는 것처럼...



3. 과실비율이 의미 없는 회사 업무


교통사고도 흔히 말하는 100 대 0 과실이 나오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으나 회사 업무에 의한 사고는 다른 경우가 많다. 쌍방과실보다 한쪽에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 된다. 인사적인 불이익과 본인 평판 하락 등 사측에 대한 손실이 커질수록 책임져야 할 영역 또한 넓어진다. 필자의 케이스는 충분한 근거자료와 대응을 했음에도 윗선의 정치적인 협상에 따른 최종 결론은 필자에게 화살이 돌아왔다. 같은 업무를 하는 과장, 부장급들은 고개를 돌렸고 리더는 아랫 팀원을 보호해야 함에도 인사적인 조치가 무서워 필자에게 책임을 되묻는 경우도 발생했다. 경위서 작성 지시와 고과적 징계 등 불합리한 조치를 받았음에 수없이 외쳤지만 조직은 다수보다 소규모의 손해를 원했고 그 와중의 부서장들 간의 암묵적인 거래는 미래에 발생할 사고들의 면책권 같았다. (정치적인 얘기는 생략)


말 그대로 과실 비율이 의미가 없었다. 교통사고 같은 일들이 수없이 발생해도 가장 효율적인 가성비를 지닌 가해자가 생성이 되는 것이다. 설사 그 사람이 피해자라 할지라도 순식간에 가해자로 둔갑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열정과 패기로 가득했던 나날들은 순식간에 저버렸고 추락해버린 로열티와 배신감 그리고 사람에 대한 증오에 몇 개월을 방황하기도 했다. 회사 우울증까지 찾아왔던 필자의 시절들은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고 교통사고 결과 역시 내 생각대로 결론 나지 않듯 회사 업무적 사고 역시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4. 과실보다 더 의미 없는 분노 그리고 우울


이익을 위해 필요성을 느끼고 한시적 집단을 이룬 곳이 회사이며 조직이다. 관료제 시스템에 대해선 눈이 빨개지도록 서술했었지만 결과에 대한 여러 감정을 느낄 만큼 회사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애사심이 없지 않다. 단지 충성심이 없을 뿐... 내가 충성하는 만큼 회사가 나에게 100% 보상을 해주지 않았고 또 않을 것이다. 물론 보상을 받은 사람들은 대게 충성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 과정까지 들어갈 시간과 노력 등의 투자를 생각할 때 가성비 효율성에 대한 검토는 각각 개인들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좌절스럽고 분노스럽다면 아직까지 회사와 회사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게 많기 때문이라는 반증이다.


개인적 선택에 대해선 언제든지 존중한다. 필자와 다른 가치관이라도 존중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대, 더 이상 회사에 기대하는 것을 멈추도록 하자. 교통사고(업무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대한 내 의견을 발언하고 능력 한도 내에 이를 뒷받침하는 모든 증거들을 수집해라. 설사 보험사 조차 나를 등진다 해도 소송으로 끌고 갈 용기라도 내야 한다. 철저히 경쟁 세계인 회사에서 나를 방어할 수 있는 건 내 옆에 있는 보험사(내 상사, 동료, 동기들 등)가 아니라 내 자신임을 항상 기억하자!!


회사에서든 사회에서든 나를 변호할 수 있는

나 자신에게 더 잘하는 시간을 가지며...



<편파적인 직장인 스토리 시즌1 다시 보기>

https://brunch.co.kr/magazine/healer-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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