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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Nov 27. 2018

혈액형과 별자리는 맞을까?

#6 연애할 때는 재미로만 보자

심리학에 대한 많은 오해들 중 하나는 바로 혈액형과 성격 혹은 별자리와 성격 간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안 믿는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맞아 들어가는 혈액형별 성격 때문에 연애를 하면서도 은근슬쩍 상대방의 혈액형이나 별자리를 물어보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혈액형과 성격, 혹은 별자리와 성격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연애할 때는 그저 재미로만 묻고 받아들이자. 사실 대화를 위한 하나의 소재로서 혈액형을 묻고 같은 혈액형이라고 하면 왠지 더 반갑기도 하고,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특정 혈액형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어, 연애나 결혼상대로 선호하거나 회피하는 혈액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한 인터넷 사이트(http://www.amc.seoul.kr/~swkwon/QTF-3bltype.html)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6064명의 설문 참여자 중 43.6%가 '일리가 있다'라고 대답했다는 결과도 있다. 내가 아는 한 지인은 실제로 A형임에도 불구하고 O형의 성격을 닮고 싶어 O형으로 자신의 혈액형을 속이는 경우도 있었다. 


혈액형과 성격 혹은 별자리와 성격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사람들의 관심만큼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유사하게 사주도 마찬가지. 흔히, 혈액형, 별자리, 사주가 '과학적'이며, '통계학'에 근거하기 때문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 학문(?)과 심리학에서 말하는 과학적이라는 표현과 통계학적 근거는 좀 차이가 있다. 나도 재미 삼아 사주를 본 적이 있지만, 사주를 봐주는 이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은 통계학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음양의 이치와 사주는 사실 동양문화권, 특히 한국, 중국에서는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현대의 과학적 방법론과 통계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검증된 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이라기보다는 '유사과학' 혹은 '비과학'에 더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혈액형과 성격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주로 일본에서 많이 이루어져 왔다. Frukawa(1927)는 각 혈액형별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A형 : 부끄러움이 많다. 

B형 : 활달하고 솔직하다. 

O형 : 낙천적이다. 

AB형 : 모순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추후에 이루어진 많은 연구들을 통해, 혈액형과 성격 간에 어떠한 유의미한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얻었고, 성격심리학에서 가장 강력한 측정도구인 Big5를 통해서도 그러한 결과를 벗어나지 않았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유형은 사실 심리학에서는 비판에 취약한 특성을 보인다. 기본적으로 성격에 관한 유형론은 성격 자체를 몇 가지로 구분하기 때문에 모든 범주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결함을 보인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DiSC검사나 MBTI 검사 역시 이러한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70억 명 가까운 인간의 셩격을 단지 4개 혹은 16개 유형으로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물론 MBTI 검사의 경우, 유형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FormQ와 같이 일부 특질론적인 관점을 추가하기도 하였지만 기본적으로 성격에 관한 유형론은 명백한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혈액형과 성격 간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 기인하는 것일까? 

우선, 혈액형의 분포가 서양과 한국 및 일본은 다르다. 미국인의 경우, A형이 42%, B형이 10%, O형이 45%, AB형이 3%인 반면, 한국인의 경우, A형이 34%, B형이 27%, O형이 28%, AB형이 11%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인의 경우, 특정 혈액형이 분포가 고르지 않고, 자신의 혈액형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반면, 한국인은 각 혈액형의 분포가 고른 편이고, 자신의 혈액형 역시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 유형이 고르게 분포한다는 것은 혈액형을 하나의 유형론으로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된다.

두 번째로는 혈액형과 성격 간의 관계에 대한 고정관념의 형성이다. 각 혈액형의 분포에 따라 일정한 형태의 고정관념이 만들어지게 된다. 앞서 얘기했듯이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자유분방하며, O형은 낙천적이고, AB형은 특이하다와 같은 고정관념이 그것이다. 그것이 SNS와 같은 매체의 영향이든, 언론과 방송에서의 영향이든 빈번하게 노출되면 사람들은 관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고정관념이 '자기충족적 예언'과 결합하게 되면 혈액형과 성격은 그야말로 하나의 '진실'처럼 여겨지게 된다.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현실에서 그대로 이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종의 자기 최면과 같은 것으로 혈액형과 성격이 관계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믿게 되면 실제로도 혈액형과 성격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반대로 혈액형과 성격이 관련이 있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관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혈액형과 성격 간의 관계는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혈액형과 성격 간의 관계에 대한 고정관념과 믿음이 혈액형별 성격유형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첫 만남에서 혈액형을 서로 묻고 같은 혈액형일 경우, 유사성에 호감을 드러내거나 혹은 자신이 선호하는 혈액형일 경우 호감이 더 생기는 경우는 꽤 많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혈액형이 한 개인의 성격을 설명해줄 수는 없으며, 지나치게 혈액형으로 성격을 설명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분명히 기억하자. 혈액형은 그저 재미난 이야깃거리라고...


[참고문헌 및 사이트]

조소현·서은국·노연정(2005), 혈액형별 성격 특징에 대한 믿음과 실제 성격과의 관계, 한국심리학회,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19권 4호 pp33~47

http://www.amc.seoul.kr/~swkwon/QTF-3bltyp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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