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르다 vs. 틀리다-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가
친하게 지내던 동문 선후배들과 책을 한 권 쓰기로 하였다.
작년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뜻하지 않게 공통분모를 찾게 되었다. 그 이후로 언젠가 교육 프로그램이든, 사업모델이든, 책이든 어떤 형태로든 협업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모인 우리 3명은 사실 상당히 이방인다운 혹은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생각이 우리들만의 생각일 수도 있고, 타인들이 우리를 보는 시각일 수도 있다. 한 명은 외국에서 나고 자랐고, 현재 한국에서 살지만 여전히 스스로 태어난 곳에서도 이곳 한국에서도 스스로를 이방인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명은 해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우리나라에서 박사를 받았다. 나는 겨우, 딱 1년 해외 거주 경험이 있지만 사춘기에 경험한 엄청나게 다른 문화적 충격이 40대 중반인 나에게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다.
공통분모를 가졌지만 저마다 독특한 차이를 지닌 우리 셋이 모여 책을 써보겠다고 두 번째 모임을 가졌는데, 여전히 우리는 서로다른 생각의 차이를 많이 느끼고 있다. 그나마 우리가 공감하고 동의한 것은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자는 것이다. 그나마 요즘은 사회가 전반적으로 '차이'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고 있지만 사회 어디에서도 '차이'를 다르다가 아닌 '틀리다'로 보는 시각은 많다. 직장에서 하루 종일 얼굴을 마주치면서 얼굴을 붉히는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는 다르다가 아닌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연애와 결혼생활에서 싸우는 이유도 서로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싸우는 것일 것이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여중생이 화장을 하고 다는 것을 본 어느 할아버지는 '쯧쯧' 한마디를 하며 지나갈 수도 있다. 시대가 달라졌는데, 할아버지는 학생이 화장을 한 것이 '옳지 못하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이'는 '다르다'의 다른 표현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부터 나타날까?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들은 초음파로 본 태아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가 봐도 똑같다. 그런데, 태어나는 순간 차이는 시작된다. 1월에 태어난 아기, 12월에 태어난 아기.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도 태어난 시기에 따라 다르다. 이런 태어난 시기에 따른 발달 차이가 있는데, 부모들은 누가 빠르네, 늦네 하면서 차이를 인정하기보다는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기 시작한다. 사실 이런 차이는 부모-자녀와의 관계에서 일어나지만 또래집단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출발점은 다들 비슷하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차이는 차치하고서라도 고만고만한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다 보면 점점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누구는 대학을 못 가고, 가고, 누군 일류대를 가고 못 가고, 취업을 하고 못하고, 연애를 하고 못하고, 결혼을 하고 못하고(안 하고).. 그런데 이런 차이를 마치 '틀리다' 혹은 '옳지 못하다'는 말로 사람들은 판단한다. 그런데, 결국 이런 큰 차이도 죽음이라는 모두가 경험하는 현상 앞에서는 무의미해진다. 결국 살아있는 동안의 '차이'와 '다름'은 작은 차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글은 제목을 '우리 안의 작은 차이'라고 지었다. 어쩌면 작은 차이일 수밖에 없는 '다르다'의 개념이 점점 더 커지게 느껴지고, 어떻게 '틀리다'라고 느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그래서 사실 다른 분야는 잘 모른다. 안다고 하더라도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훨씬 더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이런 '차이'와 '다르다'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배우고 경험하고 느끼는 범위 안에서만 풀어낼 것이다. 이 글이 부디 우리 안의 수많은 차이를 설명하고 '틀림'이 아닌 '다름'을 느끼게끔 하는 좋은 도구가 되었으면 한다.
[이미지 출처]
http://news.donga.com/3/all/20110526/375369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