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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Dec 12. 2018

심리학 전공으로 대학원 가기

#5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심리학이 인기를 끌면서 학부 때의 전공과는 다르게 대학원에 진학해서 심리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혹은 학부로 편입을 해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꽤 많다. 어떤 이유로든, 예전보다 심리학을 공부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이 글은 구체적인 입시전형에 합격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글은 아니다. 다만, 어떤 방향이 있고, 어떤 식으로 공부하면 좋은지 하나의 틀을 소개하기 위한 글이다.


보통 학부만 놓고 보더라도 심리학과 혹은 심리학 전공을 하기 위해서는 꽤나 높은 경쟁률부터 극복해야 한다. 일단 심리학과는 대학마다 개설되어 있는 학과가 아니다. 지방 국립대는 대부분 심리학과가 설치되어 있지만 서울 안에 있는 심리학과만 봐도 그리 많지가 않다.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당시에 성균관대학교, 광운대학교는 산업심리학과, 이화여자대학교는 교육심리학과로 학과명이 조금 달랐고, 현재 심리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서강대학교는 심리학과 자체가 없었다. 그나마 요즘에는 산업심리학과나 교육심리학과가 심리학과로 이름을 바꾸고 세부 전공별로 교수를 채용하고 전공과목을 개설하면서 조금 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 학부에서부터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어야 심리학을 공부할 수 있다. 심리학과가 아닌 학부라면 보통 2학년 때 선택해야 하는 세부 전공 단계에서도 경쟁은 마찬가지다. 대부분 심리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특히 여학생들은 학점관리가 남학생들보다 훨씬(필자 생각으로는) 철저하기 때문에 심리학과든, 심리학 전공이든 여학생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어찌 됐건 심리학과는 인기가 높고 경쟁률이 높은 학과이자 전공이다.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심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 정도이다. 학부로의 편입과 대학원 입학이다. 학부로의 편입은 일반편입과 학사편입이 있는데, 일반편입은 정원이 많지 않아 학사편입이 그래도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다. 원래 학사편입은 하나의 전공과정을 마치고(학사학위 취득), 또 다른 전공을 공부할 수 있게끔 만든 제도이다. 아무래도 하나의 전공을 마치고 심리학을 공부하다 보니 그만큼 보는 시야가 넓기도 하고, 하고 싶어 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라 학사편입을 하고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굉장히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학점관리도 잘한다. 반면, 다른 학교를 졸업하고 왔기 때문에 연령대가 좀 높은 편이라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왕따가 될 수도 있다는 단점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학사편입생들은 정보 측면에서도 불리한 측면이 있다. 그만큼 본인이 노력을 해야 관계라는 측면에서도, 학업이라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학원 입학은 심리학과로의 일반편입이나 학사편입을 마치고도 갈 수 있지만, 전공이 심리학이 아니더라도 갈 수 있다. 보통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면 대학원 진학시 유리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학부 전공이 심리학이 아니라고 해서 위축되거나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학부 전공이 심리학인 경우는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했다면, 심리학에 대한 기본지식도 있고, 대학원에 가겠다고 생각했다면 그 분야 교수들이나 세부 전공에 대해서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졸업한 학교의 대학원 과정으로 진학하든, 타 학교 대학원으로 진학하든 크게 어려운 점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학부에서 다른 전공을 했는데, 심리학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경우일 것이다. 심리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대학원 입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심리학에 대한 기본지식은 본인이 재학하고 있는 학부과정에 있는 심리학 교양과목을 통해, 혹은 전공과목을 통해 습득하는 방법이다. 심리학과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학교라도 대부분 심리학은 교양과목으로 개설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기본지식에 대한 습득은 충분하리라 본다. 그리고, 본인이 심리학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그 정도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대학원에 입학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입학을 해서도 꽤나 고생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대부분의 심리학 교양과목을 충분히 수강하는 것을 권한다.

두 번째, 대학원 입학에 대한 정보는 본인이 몇 개 학교의 대학원 입학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정보를 틈틈이 살펴봐야 한다. 학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3월 중에 입학하는 전기 전형과 9월에 입학하는 후기 전형으로 구분되고 보통 입학시기를 기준으로 4개월 전후로 입시요강이 발표되고 전형이 진행된다. 그리고 잘 찾아보면 요새는 심리학 대학원 입시강좌를 정기적으로 개설하는 몇몇 능력 있는 심리학 동지(?)들이 있어 정보를 얻는 것도 예전처럼 어렵지는 않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메일을 주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nuripsylab@gmail.com)


사실 이런 전공에 대한 지식이나 입학과 관련된 행정적 절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이 어떤 전공으로 입학할 것인지, 어떤 교수의 제자가 될 것인지이다. 막연하게 '심리학'을 공부하겠다고 엉뚱한 전공으로 입학을 했다면 대학원 과정 중 세부 전공을 바꾸는 경우는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내가 어떤 세부 전공을 공부해야 하는지는 꽤 심각하게 고민해야 봐야 하는 문제다. 보통 학부 전공이 심리학이 아닌데, 심리학으로 대학원 과정에 입학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상담심리학이나 임상심리학 전공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대학원 과정에서의 세부 전공은 다양하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일치하면 가장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좋아한다고 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 역시 상담심리를 공부하겠다고 시작을 한 심리학 공부였지만 학부과정을 통해 사회 및 성격심리학 분야가 가장 재미있었고, 잘 맞았으며, 오히려 상담자의 자질이 내게는 충분치 않다고 느껴 사회 및 성격심리학으로 세부 전공을 결정한 경우였다. 그만큼 세부 전공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해보았으면 한다.

대학원 시절 내 동기 중의 한명은 타대학, 타학과 출신이었다. 사회학과 출신이었기 때문에 사회심리학쪽에 막연히 관심히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히 입학을 하긴 했는데, 한 학기 내내 두터운 원서와 논문과 씨름하는 와중에 너무나 힘들어하며 눈물 흘린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또 다른 학생은 상담전공에서 산업심리전공으로 세부전공을 바꾸기도 했다. 아마 본인이 생각했던 전공분야와 많이 달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세부전공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고민해볼 기회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


본인이 세부 전공을 결정했다면 관심분야에 맞는 교수를 찾아야 한다. 혹은 교수의 관심분야 중 자신과 맞는 분야가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생각보다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많은 이들이 교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주저한다. 하지만, 적어도 2년 혹은 박사과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도교수와의 관계는 꽤 중요하다. 자신이 학부시절부터 알고 있던 제자와 생판 모르던 학생이 내 제자가 되겠다면 본인은 누구를 뽑을까를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이다. 생각보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은 실용적이기라기보다는 academic 하기 때문에, 석사과정부터 많은 논문들과 씨름을 해야 한다. 그래서 관심분야가 교수와 맞지 않으면 2년 내내 재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교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 심리학과의 홈페이지에는 재직교수 명단과 전공이 나와있다. 교수가 조금 더 열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의 학문적 성과에 대한 개별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고, 관심분야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 있다. 또 최근 논문을 보면 교수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알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이 파악이 되면, 이메일 주소를 통해 교수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본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이러이러한 부분에 관심이 있는데, 언제쯤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찾아뵙겠다는 내용으로 보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기 마련이다. 교수 또한 그 학기에 뽑을 대학원 입학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연락 오는 지원자들을 통해 지원규모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찾아가서 본인의 관심분야와 교수의 관심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대학원 입학에 대한 열의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심분야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교수 입장에서 이 학생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필요하다면, 해당 교수에게 허락을 얻어 청강을 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심리학을 공부하려고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피상적으로만 심리학을 공부하겠다면서 제대로 고민하지 않는 경우 역시 많다. 내가 대학원 시절, 선배 특히 박사 선생님들은 심리학에 대해 비관적인 분도 꽤 있으셨지만 대부분 프라이드가 강하신 분들이 많았다. '석사과정에 입학한 이상 너희들은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학자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말이다. 직장 다니다가 간판 따러 오는 곳이 아니라 연구실에서 실험하느라, 혹은 논문 쓰느라 혹은 프로젝트를 하느라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르는 곳이 심리학과의 대학원이다. 그래서 이왕 심리학으로 대학원을 가기로 했다면 자세히 알아보고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참, 모든 경우에 학점은 그래도 3.0은 넘어야 한다. 최소한.. 3.0이 안되는데 공부하겠다고 대학원 진학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suhees22/221119625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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