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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Jan 24. 2019

나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렇게 해보자(1)

#6 정신과와 상담센터는 다르다

상담심리학 전공이 아님에도 심리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만으로 내게 심리상담을 요청하거나 자문을 구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꽤 많다.

내가 상담과 관련한 자격증을 가졌다면 모를까 직접 심리상담을 해주는 경우는 거의, 아니 전혀 없다. 그것은 상담에 대한 일종의 존중이랄까, 관련된 경력과 자질이 있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소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담과 관련된 일을 해왔고, 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상담은 못해주더라도 좋은 상담자를 추천해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의 처음 시작은 심리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 상담을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어디를 찾아가야 하는지, 누가 좋은 상담자인지, 돈이 얼마나 드는지 등에 대한 (잠재적인) 내담자들의 고민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초의 사업모델은 고객과 상담센터를 연결해주는 O2O 서비스에 가까웠다. 여러 현실적인 문제와 더불어 수익모델의 부재로 인해 사업모델을 접긴 했지만 여전히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런 심리적인 문제가 없다면 모를까, 자신이 심리적인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도움을 받으려는데 정작 방법을 모르는 상황이라면 그만큼 답답한 경우도 없을 것이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거나 약국에 간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다. 마찬가지로, 심리적인 문제가 생기면 정신과나 상담센터를 가면 된다. 그런데 생각만큼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다. 크게는 정신과 혹은 상담센터 두 곳 중 어떤 곳을 방문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과 좋은 상담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두 가지 문제를 다루어 보려고 한다.


우선은 정신과와 상담센터에 대한 차이점을 잘 모르는 경우부터 대부분이라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정신과는 의료기관이며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다. 즉, 치료의 주체가 의사이며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합격한 전문의가 진료한다. 의과대학은 기본적으로 생물학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을 대상으로 하며, 뇌를 포함한 신체를 대상으로 외과적 수술과 약물을 기반으로 치료한다. 그러다 보니, 정신과 의사를 주체로 하여, 간호사, 임상심리전문가, 사회복지사 등이 하나의 팀이 구성되어 환자를 치료한다.

생물학적인 접근이 주가 되다 보니 치료를 위한 정보의 습득의 원천은 뇌와 신경전달물질이며, 치료의 방법은 약물이다. 대학병원이나 종합 병원의 경우, 이를 위한 평가는 임상심리전문가가 담당하며, 다양한 심리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물론 정신과 의사도 상담이나 평가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오랜 임상경험과 적절한 수련이 이루어진 경우라면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 또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의과대학의 커리큘럼은 심리상담에 대한 전문적인 훈련보다는 생물학적인 기제에 조금 더 초점을 두고 있음은 분명하다. 아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학부과정 커리큘럼이다. 

*출처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홈페이지( http://medicine.snu.ac.kr/ko/node/20)


특히, 우리나라에서처럼 약물에 대한 처방은 의사에게 독점되어 있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강박장애, 정신분열증(현재는 조현병으로 부른다)과 같은 상대적으로 심각한 정신질환인 경우, 약물처방은 의사만이 가능하다. 

학부만으로는 정신건강의학과들의 수련과정에 대해 깊이 알기가 어려워,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홈페이지를 살펴보았다. 강의 과목이나 시간표에 자료가 없어, 강의 자료실을 보았더니 꽤 오래전 2003년의 자료가 있어 보았다. 진단을 위한 DSM-IV(현재는 DSM-V)에 대한 내용과 심리학과에서 학습 심리학에서 다루는 S-R(자극-반응) 등의 조건 형성과 관련된 내용, 그리고 뇌와 신경전달물질 등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한편, 임상심리학자(임상심리전문가)나 상담자는 그 뿌리가 심리학이다. 의대가 아닌 보통 사회과학대학(혹은 인문대, 문과대) 소속의 학과이며,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커리큘럼에 의해 교육을 받고 훈련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심리 혹은 마음은 사실, 관찰할 수 있는 행동을 연구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이미 앞선 글에서 말한 바 있다. 참고로 아래에 있는 표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학부과정의 커리큘럼이다. 

대학원 과정에서 임상심리전공이나 상담심리전공은 심리평가와 상담의 기법 등과 같은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교과과정이 이루어져 있다. 자세한 내용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홈페이지를 참조해도 좋을 것 같다. 


의대와 심리학과의 교과과정을 비교해보면 꽤 큰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있다. 의대에서의 인간은 생물학적인 존재이며, 인체의 해부나 기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다룬다. 반면, 심리학에서는 행동을 통한 마음, 심리를 다루며, 특히, 상담심리학이나 임상심리학에서는 심리적인 문제를 경험하는 인간의 행동, 인지에 초점을 둔다. 

둘째,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의사들은 약물처방과 상담을 병행하는 반면, 임상심리학자나 상담자들은 심리검사를 통한 평가, 심리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와 상담센터는 동일한 심리적인 문제를 다루지만 관점이나 접근방법에서는 꽤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정신과와 상담센터는 서로 보완하고 협력해야 하는 관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경쟁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정확한 구분은 아니겠지만 내가 정신과를 가야 할지, 상담센터를 방문해야 할지는 아래의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다. 


1.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게 된다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상담센터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어렵다. (진단이나 처방 등 의료기록에 남는지 여부는 환자 본인이 밝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그다지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2. 약물이 필요한 정도의 중증 정신질환(조현병-구 정신분열증, 중증의 우울증, 강박장애, 성격장애 등)이라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일상의 심리적인 문제를 상담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면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편이 좋다. 


3. 개업 중인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한다면, 심리평가와 진단, 상담, 처방이 함께 이루어지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고, 의사가 상담에 대한 훈련이 충분히 되어 있는가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상담센터 역시, 충분한 자격과 자질을 보유하고 있는지을 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좋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다는 것은 필자가 알기도 어려울 뿐더러 글의 범위에서 벗어나지만, 좋은 상담센터를 찾는 방법은 다음 글에서 써보려 한다.)



심리학을 전공해서 상담을 한다고 하면, '의사냐?'라고 묻는 경우도 꽤 많고, 정신과와 상담센터, 혹은 정신과 의사와 상담자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를 꽤 많이 보았다. 정작 심리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 또한 꽤 많이 보았다. 어떤 경우라도 약간의 지식이나 정보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쓴 글이다.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사족: 개업 중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상담센터를 개업한 상담자 혹은 상담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자 분들의 피드백 또한 필요합니다. 좋은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사이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http://medicine.snu.ac.kr/ko/node/20)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http://medicine.yonsei.ac.kr/class_subject/clinic_class/psych/lecture_pds/)

연세대학교 심리학과(http://psylab.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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