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좋은 상담자를 찾는 법
정신건강의학과를 가야 할지, 상담센터를 가야 할지 어느 정도 판단이 되었다면 그다음 결정할 문제는 어떤 상담자에게 심리상담을 받을 것이냐이다. 내담자가 심리상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제대로 된 상담자를 찾지 못한다면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가까운 곳의 심리상담센터를 찾아보자
일단, 상담을 받기로 시작한다면, 거주지 혹은 직장 인근의 상담센터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내담자가 주 1회 50분 정도의 심리상담을 받는데 이동거리가 1시간이 넘어간다면 심리상담의 연속성이 떨어지게 되면서 상담효과도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내담자는 수원에서 마포까지 상담을 받으러 오는 거리가 꽤 멀어 예약한 상담시간에 자주 늦게 되거나 아예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 종결이 된 적도 있었다. 운동을 하기로 결심해서 헬스클럽에 등록을 했는데 거리가 멀어 한두 번 나가고 그만두고 회비는 회비대로 날리고,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가급적 거주지 혹은 직장 근처의 상담센터를 찾아보도록 하는 편이 좋다.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약간씩 이름이 다르다. 'OOO상담센터', 'OOO심리연구소', 'OOO발달센터' 등 상호명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심리', '상담', '발달'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자격증 여부를 확인해보자
두 번째로 중요한 문제 아니,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좋은 상담자를 만나는 것은 내담자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다. 물론, 일종의 궁합처럼 상담자와 내담자가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상담자를 만나야 문제의 해결에 선결조건이 갖춰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상담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상담이 심리학과 출신의 전유물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심리'상담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심리학과 출신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자격증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내담자의 정보 수준으로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에 있는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만 약 2,200개라고 한다. 이 중에서 필자가 판단하기에 90% 이상 민간자격증이며, 대부분이 업계 혹은 제도권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자격증에 해당한다고 본다. 특히나 신문이나 온라인 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온라인으로 취득하는 자격증이 그렇다. 일시적으로 혹은 최근에 발생한 심리적 문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심리적인 문제는 꽤 많은 시간을 두고 형성된 문제이거나 한 개인의 복잡한 역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가족의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가계도를 작성하기도 하고, 부모로부터 개인의 문제를 탐색하기도 한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그것도 단기간에 자격증을 취득해서 심리상담을 한다? 마치 잘 쓴 연애소설 읽고 난 연애전문가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차피 필자는 심리학과 출신이고, 타로 심리상담이나 점, 사주를 통한 상담은 제외하면 한국심리학회나 전문학회에서 발급, 부여하는 자격증은 몇 가지가 안된다. 한국심리학회 산하 임상심리학회에서는 임상심리전문가, 보건복지부에서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고, 한국심리학회 산하 상담심리학회에서 상담심리사 1급, 2급, 한국상담학회(한국심리학회 산하단체 아님) 1급, 2급 전문상담사 정도가 이에 해당된다. 이밖에 청소년상담사 1~3급은 국가에서 인정하고 발급하는 자격증이며, 종교단체에서도 가톨릭심리상담사와 같은 상담 관련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필자가 상담심리전공이 아니므로 주변 지인이나 함께 일을 하는 상담이나 임상심리전공자에게 묻게 되면 '상담'업계에서 인정받는 자격증은 위에서 언급한 자격증 이외에는 거의 없다. 다시 말해서 광고에서 보는 것처럼 온라인으로 자격증을 취득해도 그 자격증으로 일할 곳이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심리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 역시 심리상담을 하는 상담자가 위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격증=좋은 상담자'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상담 결과를 위한 전제조건임은 분명하다.
상담 중에 상담자와의 궁합을 생각해보자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상담자-내담자 간 좋은 '궁합'이다. 좋은 상담자라면 상담자 본인도 지속적으로 슈퍼비전을 받으면서 상담에 대한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 그럼에도 내담자가 심리상담을 받는 동안에 상담자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고, 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심리상담이 만병통치약이 아닌 다음에야 내담자 본인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상담자 또한 그렇다. 같은 증상이라도 쓰이는 약과 의사의 처방과 치료방법이 다를 수 있는 것처럼 상담자와 내담자와의 관계도 그렇다. 상담자라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자신과 상담자 간의 '궁합'이 너무나 맞지 않는다면, 상담자를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상담에 대한 내담자의 적극적인 의지다. 대부분의 경우, 단기상담이 아니라면 10회기(1회기 50분 내외) 이상의 꽤 긴 기간 동안 상담이 이루어진다.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가 아니라면 1회기 당 8~10만 원의 꽤 고가의 상담비용이 지불되기 때문에 내담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변화가 없어 그만두기도 하고, 일정한 간격(1~2주)을 두고 이루어지는 심리상담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본인이 심리상담을 받기로 했으면 라포 형성의 단계에서 상담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상담자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상담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과가 없는 위약(placebo)도 본인이 믿게 되면 효과가 있는데, 하물며 본인이 상담의 효과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믿음이 있다면 좋아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심리상담은 좋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부디 좋은 상담자를 만나서 자신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상담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참고사이트]
한국임상심리학회 홈페이지
한국상담심리학회 홈페이지
한국상담학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