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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Aug 28. 2019

가화만사성(家禍萬事成)

#3. 프로야구 선수들도 똑같다.

주)이 글에 나오는 케이스는 실제 케이스를 바탕으로 한 가상의 케이스입니다. 


정인국(34)은 프로 15년 차 베테랑 선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라운드 2차 5순위로 입단했다. 그는 신인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한 몇 안 되는 선수였다. 통산 타율이 3할 1푼에 이를 정도로 정교한 타격 실력을 갖추었고, 빠른 발과 키 186cm, 90kg의 신체적 조건까지 갖춘 3루수다. 프로 선수생활 동안 수차례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적은 뛰어난 신체조건과 천재성,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독한 연습벌레로 불릴 정도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였다. 경기 전, 미리 출근해서 신인급 선수들과 함께 연습을 하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마무리 훈련과 그날 경기 영상을 다시 볼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한 편이었다. 팀 내에서는 워낙 자기 관리나 노력이 철저하다 보니 오히려 무리를 해서 탈이 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야구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던 그는 3년 전 스프링캠프인 오키나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스튜어디스 한 모 씨(28)를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되었다. 그는 전직 스튜어디스 출신을 아내로 두고 있는 팀 동료 김인수(32)를 통해 한 모 씨의 연락처를 받아 적극적인 구애를 하였고, 2년 뒤 결혼하였다. 연애 기간 중 스튜어디스로 근무하는 아내의 스케줄이나 원정경기가 잦은 정인국의 사정상 데이트를 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이들은 주로 비행이 없는 날, 지금의 아내가 경기장을 찾아오거나 경기 후 데이트를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통은 전화통화를 하는 것으로 데이트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워낙 연습벌레로 유명했던 정인국은 경기가 끝난 후에 반드시 마무리 훈련을 하고 나서야 데이트를 즐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둘은 종종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정인국은 워낙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와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위주로 배려해줬기 때문에 여자 친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반면, 그의 여자 친구는 스튜어디스로서 자신의 직업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정인국에게 불만이 쌓여갔다. 이와 같은 다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정인국의 모습과 다정함, 그리고 자신의 일에 당당하고 지혜로운 한 모씨, 서로에게 끌린 두 사람은 작년 말 시즌이 끝난 후 결혼식을 올렸다. 

문제는 결혼 직후부터 시작됐다. 정인국은 결혼 후 아내가 일을 그만두고 내조에만 전념할 것으로 기대했다. 주변의 선수들 대부분이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그의 아내는 직장생활을 계속하기를 희망했다. 결혼까지 했으니 가정에도 최선을 다 해주기를 원했고, 이전보다는 연습이나 마무리 훈련을 줄이고 자신과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주기를 원했다. 결국, 연애시절과 같은 문제로 다투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자,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정인국은 원정경기 중에는 아내를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라 미안함이 많았다. 자신만 임신한 아내를 둔 것도 아니어서 유난 떤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임신한 아내의 불만을 모른 척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성격상 자신의 이야기를 잘 털어놓지 않는 편이라, 주변에서도 전혀 눈치를 챌 수 없었다. 

워낙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팀 내에서 가장 친한 동료인 김인수에게 털어놓았고, 코칭스태프에게 얘기를 해서 며칠 휴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러나 팀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자칫 자신이 팀 분위기를 망칠 것 같아 망설이고 있었다. 더군다나 가정사로 인한 스트레스 탓인지, 최근 10경기에서 35타수 2 안타라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던 터라 더욱더 이야기하기가 어려웠다. 정인국은 자신의 최근 부진이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인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팀 사정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사생활의 영역을 굳이 외부로 옮기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고민이 깊어졌다. 



야구선수도 사람이다. - 스트레스라고 다르지 않다.

 

프로야구 선수는 직업인인 동시에 야구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프로’라고 부르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의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인 분야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흔히 전문직이라고 하는 의사나 판검사, 변호사, 교수라고 하는 직업이 그렇다. 한 분야에 대해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남들과는 구분되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일정한 자격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시험을 통한 면허를 취득하여야 하며, 판검사 혹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예전에는 사법시험)을 치르고 합격해야 한다. 교수 또한 전문가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석사, 박사를 취득한다. 우스개 소리로 박사는 ‘한 분야 외에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도 하지만, 분명 한 가지 분야만을 깊게 파고들어야 가능한 것임은 분명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사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자격이나 면허, 그 밖의 명확한 자격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라는 영역에서 일정 수준의 실력을 쌓아 왔고, ‘야구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프로페셔널’의 정의를 충족하는 사람이다. 최근,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해오지 않은 일반인 출신의 선수가 1군에 데뷔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또한 실력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프로야구 데뷔가 가능한 일이었다. 프로야구 선수는 자신들이 보유한 실력에 비례하여 가치를 인정받는다. 소위, ‘몸값’이라고 하는 연봉은 뛰어난 실력을 가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야구는 비즈니스’라는 표현은 선수 자신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이며, 그 자체가 상품이라는 말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이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이유는 바로 프로야구 선수들이 경기를 통해 혹은 경기 외적으로 즐거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팬들은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환호하고, 또 좌절한다. 또한 팬들에게 보여주는 자세와 성의(싸인, 사회 공헌 등)도 고액 연봉을 받는 이유에서 일정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선수들의 연봉은 ‘실력(상품)+성품(인성)+팬들에 대한 자세(서비스)+α’의 총합에 대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바로 팬들이 보는 선수들의 가치다. 구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수들의 실력이 우선이다. 선수가 상품과 서비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선수들의 스트레스는 일반인들과 다를까 혹은 비슷할까?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수들 역시 본인 성적이 좋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것은 일반인이 영업실적이 나오지 않거나 업무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한편, 선수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일반인들처럼 일상을 경험하지 않을 리 없다. 친구들을 만나고, 연애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유지한다. 물론 많은 부분에서 일반인들과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훈련이나 합숙을 통해 단체생활에 익숙해져 있고,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기도 한다. 또한 요즈음은 초중고교 아마추어 시절부터 훈련 못지않게 학업에도 비중을 많이 두는 추세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아마추어 스포츠는 운동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운동선수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일반인들이 경험하는 바와는 다르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겪게 되는 스트레스는 주로 단체생활에 따르는 가족과의 분리, 공인 아닌 공인으로서 가지는 부담감 등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경기 중에 발생하는 희로애락을 모두 표현할 수도 없다. 성격심리학자인 김수안 박사는 국내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검사 결과, 일반 학생들과 구분되는 선수들의 심리적 특성이 자극에 대한 반응, 대처에 있다고 한 바 있다. 선수들의 정서 표현이 일반 학생들에 비해 크게 부족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역경이 발생했을 때 일반 학생들에 비해 스스로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꾹 참는다는 의미다. 

장거리 연애를 한다고 하더라도 연애시절부터 데이트 한번 편하게 못해본 정인국은 스트레스 상태다. 원정경기마다 떨어져 있어야 하고, 스프링캠프라도 가면 몇 달씩 떨어져 있어야 한다. 국내에 있어도 마찬가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가족이 생겨도 함께 있지 못하니 그것만 해도 스트레스인데, 매번 다툼이 벌어지니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 결국 경기력이 최악으로 나타났다. 야구는 역시 멘털 스포츠라는 말이 맞다. 


가정-일 균형 - 야구 선수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대체로 결혼을 일찍 하는 편이다. 그리고, 선수들의 아내는 직장생활을 하는 배우자보다는 전업주부로서 ‘내조’에 힘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운동선수로 집을 비우거나 가정에 신경을 많이 못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야구선수들은 연애하기도 쉽지 않다. 스프링캠프에서 떨어져 있고, 야간경기라도 하면, 남들이 헤어질 시간에 만나니까 여자 친구의 이해와 배려가 필수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선수는 야구선수로서 연애의 어려움에 대해 다움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직업의 특성상 데이트 시간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여자 쪽이 이해를 하지 못하면 자꾸 싸우게 된다. 그렇다고 선수들도 여자 친구의 희생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되는 것 같다”며 “주변에 보면 몇 년씩 오래 만나는 커플과 아예 초반에 금세 헤어지는 커플로 갈린다. 서로 배려하고 노력해야 오래간다

연애 때부터 이렇다 보니 결혼하고 나서는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경우 아이를 낳아도 육아에 큰 힘을 보탤 수가 없다. 아빠들이 유치원이나 학교 행사에도 당연히 참석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선수 본인이 느끼는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배우자와도 스트레스를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야구선수는 매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아내는 자연히 남편의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까지 공유하게 된다. 경기력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특히 애를 많이 쓴다. 어떤 선수의 아내는 유산을 하고도 경기에 영향을 미칠까 곧바로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병원에서 혼자 울기도 했다고 한다. 경기 후 소식을 듣게 된 선수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사회 전반적으로 이른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work & life balance)’를 강조하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특수한 직종을 제외하고, 이미 주 5일 근무는 직장인들에게 일반적이지만 프로야구 선수는 주 6일 근무다. 최근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되면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워라밸은 직업상 불가능하다. 적당한 휴식과 일-가정 간의 균형은 보통 사람들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중요하다. 정인국의 아내는 남편이 프로야구 선수라는 것을 알고, 스프링캠프나 원정경기에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혼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인국 역시 자신이 프로야구 선수인 것을 바꿀 수는 없다. 두 사람 모두가 바꿀 수 없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는 훨씬 더 크다. 바꿀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잔뜩 안고 있는 야구 선수가 경기에 집중이 잘 될 리가 없다. 

본인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스트레스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해법이 아니 듯, 프로야구 선수를 남편으로 두고 있는 아내가 남편으로 하여금 야구를 그만두게 하기도 어렵다.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아내의 ‘이해심’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는 있지만, 이해심만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혼인 프로야구 선수들 중 대부분은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찾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야구 선수들 역시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개인의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 곧 경기력이 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행동과는 달리 고민에 한해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개인의 고민을 전혀 모르는 남이나 관계가 깊지 않은 타인과는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당연히 쉽지 않다. 기껏해야 술 한잔 하고 취해서 얘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려운 일을 겪을 때, 가족, 동료, 친구 등 주변의 정서적 도움을 받는 것을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라고 한다. 사회적 지지란 단지 친한 친구나 동료, 가족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적인 뒷받침, 시스템 상으로 만들어지는 지지 망(support network)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사람 건너면 인맥, 학맥, 고향으로 얽힌다. 오죽하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도 있을까. 그러다 보니 사회적 지지 역시 받을 기회나 가능성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문화 차와 관련된 몇몇 연구에 의하면, 놀랍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구에 비해 사회적 지지에 대한 요구를 덜 하고 덜 받는 편이다. 서구에서는 개인을 표현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회적 지지에 대한 요구가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주변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자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인국과 같은 가정사와 관련된 이야기다. 

가정사는 사실 남과 나누기 어려운 주제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굳이 많은 사람들에게 나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뿐더러, 가정사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거기에다가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도 부정적인 문제를 남에게 털어놓는 것이 쉽지는 않다. 반면, 서구권에서는 가정사라도 필요한 경우, 심리상담이나 직장 내의 시스템을 통해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직장 내 분위기 또한 우리와는 다르다. 개인의 사생활을 사생활로만 간주하지 않고, 업무성과와 조직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처럼 집안이 평안해야 바깥 일도 술술 잘 풀린다. 정인국처럼 개인의 문제가 머릿속에 가득한데, 일이 잘 될 리가 만무하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업무성과 못지않게 직원들의 스트레스나 가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개입하고, 지원하려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개인의 스트레스가 업무 성과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상담이나 코칭을 통한 성과 측정은 생각보다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코칭을 통한 ROI(Return of Investment, 투자 대비 수익률)가 545%에 이른다고 한다. 매출이나 영업이익과 같이 유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와 함께 직원들의 행복지수를 상담이나 코칭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의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각 기업에서는 사내에 상담자를 별도로 두거나 외부의 심리상담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직원뿐만 아니라 직원의 가족들까지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추세이다. 

선수들의 신체적,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영역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이미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프로스포츠 전반에 확대되고 있다. 각 팀마다, 멘털 코치라는 직책을 두기도 하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나 자신감이 상실했을 때 이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또한 몇몇 구단은 정기적으로 심리학자를 초빙하여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현재 이러한 분야는 스포츠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가 도맡아 하고 있다. 스프링캠프나 시즌 개막 전에 선수들을 모아 강의하는 형태이거나 경기와 관련된 기술적 조언, 운동선수로서의 심리상태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 프로야구 선수들은 선수이기 전에 누군가의 친구이자, 누군가의 자녀, 그리고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버지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스포츠 심리학자의 조언이나 상담보다는 다른 형태의 코치, 심리상담을 하는 상담자가 더 필요할 수 있다.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에서 발생하는 문제, 부부간의 대화, 육아의 어려움을 스포츠 심리학자가 해결해줄 수는 없다. 그에 대한 ‘프로페셔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얘기하기에는 범위를 벗어나지만, 심각한 정도의 정신과적 문제-우울장애, 강박장애, 정신분열증 등-를 해결하는 정신과 의사가 선수 개개인을 상담하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점은 각 구단마다 전문가를 두고 있는데도 왜 팀의 성적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하락하냐는 것이다. 어쩌면 정말 필요한 전문가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닐까? 야구는 팀 스포츠고 9명이 팀으로서 하는 것이지만, 선수 개개인이 각자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때 팀도 강팀이 될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해보면, 각 선수 개개인에 대한 맞춤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선수도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Taylor, S.E., Sherman, D.K., Kim, H.S., Jarcho, J., Takagi, K., & Dunagan, M.S. (2004). Culture and social support: Who seeks it and wh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7, 354–362.

2. Taylor, S.E., Welch, W.T., Kim, H.S., & Sherman, D.K.(2007). Cultural differences in the impact of social support on psychological and biological stress responses. Psychological Science. 18(9). 831-837.

3. 맨체스터 컨설팅(2001). ‘Maximizing the Impact of Executive Coaching : BehavioralChange, Organizational Outcome, and Return on Investment

4. 프로야구 선수 평균 연봉 1억 5065만 원, 이대호 25억 원 최고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90218_0000561155&cID=10502&pID=10500

5. [프로야구 매니저] 그라운드의 감정 노동자들

http://isplus.liv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4127867

6. ‘네 마음을 보여줘’, 야구선수들 정서 표현 부족하다

http://sports.mk.co.kr/view.php?no=866518&year=2016

7. 아웃사이드 파크 - 야구선수들의 연애와 결혼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14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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