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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nny Rain Jan 05. 2024

2인 출판사를 정리하며... -4

2인 출판사는 이제 1인 출판사가 되었다.

솔직히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도 재취업이나 해야 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꼭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바로 그 프로젝트(A 프로젝트라고 하겠다)까지는 진행해보고 싶었다.

버틸 수 있을지, A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기도 전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지는 않을지, 걱정은 태산 같았다.


우리는 사무실을 정리하고 각자의 길로 갔다.

아무리 두 사람이 지내던 곳이라지만, 정리는 간단했다.

사용하던 사무실 쪽과는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남은 돈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우리 둘이 월급으로 나눠가질 돈도 남아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해서 큰 손해를 보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의지의 문제였다.


정리하면서 내게 남은 것들을 되돌아보았다.

생각해 보면 적지 않은 것이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경험은 값싸지 않았다.

그간 이것저것 해보면서 혼자 할 수 있는 기틀은 마련해 두었다.

각종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법도 배워둘 수 있었고,

작은 회사 운영하는 법도 대략적인 것은 경험해 두었다.

역시 필요한 건 의지였다.

혼자서도 해보겠다는.


집 거실 한 구석에 작은 사무 공간을 마련했다.

방에는 공간도 없을뿐더러, 놀기에 좋은 것이 잔뜩이라서

일부러 거실에 꾸렸다.

거실은 방보다는 좀 더 서늘하고, 좀 더 불편한 공간이다.

그런데 그게 일하기엔 적합해 보였다.

일하다가 퍼지진 않을 테니.

그나마 어떻게든 자리에 앉아,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일하는 시간을 길게 정하진 않았다.

하루에 여섯 시간만 집중해서 일하자고 마음먹었다.

내 집중력은 문제가 많지만, 짧은 시간 집중해서 하겠다고 마음먹으니

우려했던 것보다 일 자체는 잘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때 진행하려던 프로젝트에 자신감이 있었다.

집중해서 할 수 있었던 건 그 자신감 덕분도 컸을 것이다.


첫 프로젝트는 작년에 처음 시작했던 프로젝트의 명맥을 잇는 프로젝트로 선택했다.

실은, 바로 결과를 알 수 없는 A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는 없었다.

일단 성공했던 프로젝트를 이어서 진행해 발판을 깔아 둔 후

A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딴에는 한 번 성공했으니 두 번째도 성공하리라 기대했다.

목표 금액도 백만 원 더 올렸다.

어쩐지 자신감이 들었다. 무난히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게다가 전보다 준비도 많이 했다.

이것저것 이벤트 선물도 준비했고, 더 많은 혜택을 마련했다.

그런데...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아무리 이것저것 준비해 뒀어도, 마케팅이 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

구독자가 적진 않으니, 막연히 성공하리라고 생각한 것도 잘못이었다.

프로젝트 진행 결과, 당시 구독자 수 대비 6분의 1 정도만 후원자를 모았으니, 실제 구독자 수 대비 후원율은 더 떨어진다고 보면 되겠다.

오픈 즉시 목표액의 약 80%를 달성하고, 그다음 날부터 후원율은 계속 거의 0에 가까웠다.

마케팅이 되지 않으니 후원율이 오를 리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때까지도 잘 알지 못했다.

시작 전에는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이제는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전에 한 번 진행했던 프로젝트라서' 신선함이 떨어져서 무산된 거라고만 생각했다.


좌절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실은 꽤 속 쓰렸다.

성공했던 프로젝트에 오점을 남긴 것만 같았다.

그때까지는 여전히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마케팅이 부족했다는 것도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거지, 

그때는 그저, 한 번 진행했던 프로젝트라서 신선함이 부족했던 게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서둘러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했다.

이번엔 새롭게 기획한 프로젝트였다.

이전에 진행했던 그와 비슷한 프로젝트는 천만 원 정도를 달성했었다.

이것만큼은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번에도 막연한 자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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