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문화예술인들, 수사당국·언론 행태 규탄
故 이선균의 죽음에 문화예술인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지난 12월 27일 작고한 고(故)이선균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수사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제개정 등을 요구했다.
봉준호 감독, 장항준 감독,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최덕문 배우, 이원태 감독, 김의성 배우와 관련 단체장들 및 소속 회원들이 참석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소속 장원석 대표는 "발인 시점으로 2주를 넘기지 않고 성명서를 발표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라고 했다. 많은 이들의 성명서 명명 작업을 거쳤다는 그는 "이러한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발생하면 안 된다는 깊은 공감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성명서 발표가 진행됐다. 김의성은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한 명의 배우가 너무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의성은 "그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라고 했다. 그는 "세 차례 출석, 녹음 파일 등이 모두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공개됐다"라고 문제점을 주장했다.
봉준호 감독은 "2개월여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진상규명을 요구한다"라고 했다. 그는 "수사 당국은 '적법 절차에 따라 했다'라는 단 한 문장으로 이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했다.
봉준호 감독은 "제2, 3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원태 감독은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해 침묵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그는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 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원태 감독은 "우리는 위와 관련 납득할 개선이 나올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며 "고 이선균의 명복을 빈다"라고 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정상민 부대표는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 슬픔과 분노를 헤아릴 길이 없다. 그리고 부끄럽다. 이 비극에 조사 중인 피의 사실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노출한 수사기관과 이를 선정적으로 받아쓰기 한 언론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서라도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들 하겠다. 공감하시는 분들은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감사하다"라고 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대표는 "피의자 공표, 신상 공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는 헌법에 명기돼 있지 않다. 오늘 참석하신 기자 여러분들도 언론 출판의 자유가 있는 표현의 자유를 누리시는 분들이시고 문화예술계 역시 표현의 자유를 제1의 가치로 느끼는 단이다.
다만 그 추상적인 가치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는, 그리고 이선균의 사안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다시 한번 숙고해 달라. 문화예술인의 성과가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는 있으나 제1의 목표인 지에 대해서도 돌아봤으면 좋겠다"라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면 제발 기사를 삭제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송창곤 사무총장은 "너무나 안타깝다. 한국방송영화음악 29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앞으로 함께 할 동료들은 더욱 늘어날 거다.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며 법적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이주연 대표는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재생산되면서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인권은 물론 가족의 인권까지 침해되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만들어졌다"라며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참혹한 결말에 다시는 이르면 안 된다.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끝으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연대회의체를 구체화하려고 한다. 피의사실공표와 입법적 보안을 국회의장님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불법적인 수사와 황색 저널리즘에 대한 의견을 촉구하기 위해 성명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현태 기자 hyntjng@sl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