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비버의 <Peaches>라는 노래를 재작년부터 지금까지 듣고 있다. 이 노래는 내 인생 노래로 등극했다. 나에게는 거의 완벽한 노래다. 이 노래의 완벽함에 관해 글을 쓰고 싶은데 다 표현하지 못할까봐 겁이 난다. 뮤직비디오도 노래랑 찰떡이다.
이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내가 원하는 이상향이 들어있는 느낌이랄까. 가사는 어떠냐면, 한 마디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유일무이한 존재인 너에게 내 모든 사랑과 시간을 바친다'라는 내용이고, 후렴구에 저스틴 비버의 인생 역정이 상징적으로 축약되어 있는데 그 일탈과 실수 마저 지금의 사랑에 이르기위한 여정으로 서사가 짜여있다. 후렴구의 네 줄 요약을 보면, '이토록 세련된 시'라니 하고 감탄하게 된다.
I got my peaches out in Georgia (oh, yeah, shit)
내 복숭아들(여성을 뜻함)은 조지아에서 구했고
I get my weed from California (that's that shit)
대마초는 캘리포니아에서 구하지
I took my chick up to the North, yeah (badass bitch)
난 내 여자를 북쪽으로 데리고 갔어
I get my light right from the source, yeah (yeah, that's it)
나는 광원지에서(그녀로부터) 바로 빛을 얻어
그리고 사운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내 심장의 템포 같은 비트가 낮게 깔려 있는데 바탕에 깔려있는 멜로디가 몽환적이고 달콤하다. 이에 저스틴 비버의 약간 카랑카랑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사람의 기분을 거의 저 세상으로 가게 만들어버린다. 노래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를 때쯤엔 바탕으로 깔려있던 멜로디가 메인이 되어 울려퍼지는데 정신이 혼미해진다.
뮤직비디오는 저스틴 비버와 흑인 친구 두 명이 뉴욕 같은 네온사인의 도시를 드라이브하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스튜디오 장면이 함께 교차되는데, 노래 제목이 ‘Peaches’라고 복숭아 무늬를 연상시키는 잠바를 아무렇게나 걸쳐입거나 피치색 정장을 아래위로 맞춰입고는 운동화를 신었는데 그렇게 간지가 날 수가 없으며 몇 초 동안 나오는 저스틴 비버의 무표정한 얼굴이 너무 잘생겨 보인다.
나는 오히려 인스타그램의 날씬한 여자들을 보고 ‘아 퍼지면 안 되겠다, 살찌면 안 되겠다’고 각성하는 게 아니라 저스틴 비버의 <Peaches> 뮤직비디오를 보고 정신 바짝 차리고 운동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데, 저스틴 비버가 뮤직비디오로 보여준 이 세계(아마 현실에 없겠지만)에 여전히 닿고 싶은 나자신을 자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왠지 뚱뚱하고 퍼진 몸으로는 참여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렸을 적의 이상향을 다시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그 멋짐이라는 건.... 도시, 젊음, 자유, 행동, 에너지, 연인, 친구, 떠남, 이상, 모험, 새로움, 설렘, 아름다움 그 모든 것인 것 같다. 멜로디와 사운드 외에, 이 노래의 달콤함의 핵심은…저스틴 비버 그 잡채에 있는 것 같은데. 어린 시절 미성숙함으로 방황하고 실수도 많이 저질렀던 잘생긴 젊은 남자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 마음의 안식을 얻고 "너를 영원히 사랑할게"라고 세상에 외치는 스토리텔링에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저스틴 비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것을 담은 가사 말이다. 아주 세련되게 시적으로.
미성숙에서 성숙, 방황에서 정착으로 가는 스토리텔링. 우리가 청춘에 보았던 아름다웠던 것,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들, 이상향 같은 것이 소환되면서 이 노래는 단지 노래가 아니라 추억의 이상향을 불러일으키는 매개가 된다. 그래서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은 물론 뇌와 가슴에 자극을 준다. 그 자극이 무엇인지는 그 시절에도 그랬듯 불분명하고 애매모호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스틴 비버가 그것을 재현하고 있다고 느낀다.
젊고 아름다운 육체.
갈구하는 눈빛과 몸짓.
도시라는 공간.
불안정한 마음.
공허함.
그랬는데 드디어 너를 만났고 너는 나의 모든 것이 되었다고. 나는 이제 너를 사랑하며 살아갈 거라고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