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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초 Sep 09. 2021

까만 집

어릴때도 밝은 집에 들어간 적이 별로 없었다. 술에 취한 아빠는 방 안에서 자고 있었고 반지하엔 빛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는 백수인 아빠와 초등학생인 두 딸을 위해 공장에서 일 하느라 집에 없었다. 누구가 반겨주는 집에 들어간 일이 별로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줄곧 빌라촌에 살다가 처음으로 월세 50만원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14층에 있는 내 집은 혼자서만 까만색이었다. 불이 꺼진 집이 또 있었지만 밤에 슈퍼를 가느라 나올 때 다시 보면 불이 켜져 있었다. 내가 집 밖으로 나와 올려다 보면 나의 집은 늘 까맣다. 나는 늘 까만 네모를 올려본다. 아무도 없는 집으로 들어가는 건 익숙하지만 바깥에서 바라보니 뻥 뚤린 구멍처럼 이상했다. 하얗게 밝혀져 있으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까만 네모를 확인하며 당연한 안도의 기분의 느끼고 엘레베이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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