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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초 Nov 12. 2020

엄마가 죽는 꿈

나는 꿈을 자주 꾼다. 그리고 어떤 꿈들은 잊히지 않는다.


그저께 꿈에서 엄마가 죽었다. 그 소식을 듣고 목 놓아 울던 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동생에게 물었다. "우리 엄마 죽었던가?"라고. 그만큼 꿈이 생생했다. 동생이 대답했다. "어. 토요일에 죽었잖아." 평소처럼 무덤덤한 말투였다. "오늘 월요일이잖아. 엄마가 죽은 지 이틀이나 지났다고? 그럼 시체는 어떻게 했는데?"


"시골집에 있겠지 뭐." 동생의 대답 뒤에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붙었다. 방금 대화도 꿈이었던 것이다. 오늘은 월요일이 아니라 수요일이다. 꿈속의 꿈이라. 종종 이런 꿈을 꿔보긴 했지만 내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잠에서 완전히 깼을 때가 오전 9시쯤이었고 나는 10시에 집을 나섰다. 일터로 가는 길 내내 엄마 생각을 했다. 하필 엄마가 이틀 전에 나와 동생이 사는 집에 와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내려갔는데 헤어질 때 서로 기분이 상한 상태였다. 정확히는 내가 엄마에게 상처 받았고 엄마는 멋쩍었던 상황. 원래 살가운 표현 같은 걸 하지 못하는 모녀라 포옹 한 번 없이 내려보냈는데 그게 신경이 쓰였다. 잠들기 전 엄마한테 받았던 상처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울다 잠들어서 그런 걸까. 그렇다고 엄마가 없는 세상을 바란 건 아닌데. 왜 이런 기분 나쁜 꿈을 꾼 걸까.


결국 일터에 도착해서 한 시간이나 흐른 뒤에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는 중에 그냥 끊어버릴까도 했지만 어차피 부재중 목록에 뜰 테니까 소용없겠다 싶어 끝까지 핸드폰을 귀에 붙이고 있었다.


뭐해?

점심 먹을 준비하지.

혼자?

그럼 혼자지.


퉁명스러운 딸의 목소리를 따뜻함으로 감싸준다. 꿈 얘기를 했다. 아주 자세하게.


꿈 때문에 전화했어? 엄마 죽었을까봐? 전화도 잘 안 하는 것이 엄마 죽었나 걱정돼서 전화를 다 하고. 걱정 마. 네 엄마 안 죽었어. 하하하.


몇 마디 더 나눈 후 나는 일을 해야 한다며 통화를 마쳤다. 사실 더 통화해도 괜찮았지만 내가 이런 자식이다. 엄마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이런 식이다. 용건만 간단히. 엄마가 괜찮은걸 확인했으니 용건 끝이었다. 엄마가 정말 죽었을까봐 전화한 건 아니다. 그냥 어딘가 아프거나,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시골 일에 몸이 다쳤거나 할까봐. 혹은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을까봐. 하지만 다 괜찮았다.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 퉁명스러워도 어찌 됐건 나는 엄마 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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