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 고양이와 예술가
신화에는 동물이 자주 등장합니다.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죠. 그중에서도 고양이는 특별합니다. 이집트에서는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나라의 전설에서 고양이는 고차원적인 영혼을 지닌 존재로 등장합니다. 일본의 마네키 네코는 복을 불러들이는 행운의 상징이고요. 북유럽 신화에서 사랑과 미의 여신인 프레이야(Freyja)는 고양이에게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신성시했습니다. 유연한 움직임이나 신비로운 눈빛 때문일까요? 가끔은 그들이 세상 모든 이치를 꿰뚫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예로부터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이 되는 생명체였습니다. 고대의 장신구, 회화, 조각품에서부터 현대의 시나 소설에도 종종 등장하죠. 음악이나 철학서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답하긴 힘든 일입니다.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이성의 영역을 벗어난 곳으로 가봅니다. 그곳에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확실한 건,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고양이의 사랑만큼 더 큰 선물은 없다." 는 말을 남겼습니다.
『톰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사람이라면, 조건 없이 친구이자 동지가 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고양이 애호가였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둘째가라면 서럽습니다. 그는 30여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았는데, 집에 전용 분수대까지 만들었습니다. 그의 소설 속에서 고양이는 남다른 존재감을 빛냅니다.
세계적인 명상 스승으로 알려진 에크하르트 톨레는 "난 여러 선사(Zen Master)와 살았는데, 모두 고양이였다." 고 했습니다.
슈바이처는 비참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두 가지로, 고양이와 음악을 꼽았습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양이는 특이하다. 그들 옆에 있으면 인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인간이 별을 보면 겸손해진다고 하는데, 고양이는 별과는 또 다르게 그런 면이 있다. 우리보다 작으며, 먼저 죽고, 힘이 없다. 그런데도 훨씬 우아한 동물이다. 그런 게 나를 돌아보게 한다.”
앙리 마티스 © Robert Capa ©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Magnum Photos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Ferdinando Scianna/Magnum Photos
알베르토 자코메티 © Martine Franck/Magnum Photos
어니스트 헤밍웨이 © Torre Johnson/Magnum Photos
앤디 워홀 © Bruce Davidson/Magnum Photos
이밖에도 수많은 예술가가 애묘가(愛猫家)로 알려져 있습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창작에 몰두할 때, 야행성인 고양이는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됩니다. 고양이의 체온은 38에서 39℃ 사이인데요. 곁에 있으면 포근하고 따뜻합니다. (당신이 원할 때 녀석들이 꼭 옆에 있어주는 건 아니지만) 그들과 사는 것 자체로도 예술적 기운이 충만해집니다. 당신과 고양이만이 공유하는 영역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습니다.
녀석들은 어느 순간 당신의 잃어버린 순수함을 되찾아 줍니다. 그 지점에서 많은 예술 작품이 탄생합니다. 예전엔 몰랐던 묘한 감정들이 삶에 들어찹니다. 그들의 몸짓과 행동, 눈빛 하나하나가 시적인 문장이나 음악 선율처럼 다가옵니다. 그들은 예민하고, 한편으론 천진합니다. 세상 그 무엇도 쓸모없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당신이 아는 삶과 예술은, 고양이를 알기 전과 후로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고양이 예술>Brunch 매거진에서는 다양한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그 특유의 매력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도 함께 짚을 생각입니다.
인간, 예술, 동물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소망하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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